숲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산불 [강석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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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축구장 2만여개 넓이(25일 오전 9시 기준)가 피해를 당했고 불을 끄던 사람 네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한편 열대지역은 이미 많은 숲이 경작지로 바뀌며 파편화됐고 숲을 태워 경작지로 바꾸는 활동도 줄면서 산불의 규모와 빈도가 다소 줄었다.
아무튼 지구촌의 산불이 늘어나면서 숲이 이산화탄소의 흡수원에서 발생원으로 바뀌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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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축구장 2만여개 넓이(25일 오전 9시 기준)가 피해를 당했고 불을 끄던 사람 네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평생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라며 화마의 위력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그런데 무시무시한 산불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초대형 산불이 일어나 가옥 수만채와 사람 수백명이 희생됐다. 2023년 캐나다 산불과 2021년 오스트레일리아 산불 역시 재난의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물론 산불은 예전에도 있었고 때로 큰 피해를 주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그 빈도가 잦고 규모도 더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숲의 식물이 타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급증하고 있다. 수십년 동안 광합성으로 식물체에 저장한 탄소가 순식간에 대기로 돌아가버리는 과정에서 오염물질도 꽤 나온다. 지난해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01년에서 2023년 사이 지구촌의 산불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양이 60%나 늘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더 충격적이다. 열대지역은 오히려 약간 줄어든 반면 온대와 냉대지역이 크게 늘었고 특히 유라시아와 북미의 냉대지역 숲은 거의 3배에 이른다. 논문에 따르면 두가지 요인이 이런 특이한 패턴을 낳았다. 먼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에 온대와 냉대지역이 큰 영향을 받았다. 즉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며 식물이 더 잘 자라 ‘연료’가 늘었고 기온이 올라 증산 작용이 활발해져 식물과 토양이 건조해지면서 산불의 규모가 커졌다. 한편 열대지역은 이미 많은 숲이 경작지로 바뀌며 파편화됐고 숲을 태워 경작지로 바꾸는 활동도 줄면서 산불의 규모와 빈도가 다소 줄었다.
아무튼 지구촌의 산불이 늘어나면서 숲이 이산화탄소의 흡수원에서 발생원으로 바뀌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사이언스에 실린 미국 칼텍(캘리포니아공대) 연구자들의 논문에 따르면 1992년에서 2019년까지 육지에서 늘어난 탄소는 약 350억톤에 이르지만 살아 있는 나무의 생물량은 불과 10억톤 느는 데 그쳤다.
늘어난 대부분은 건축재와 가구재 등 목재 사용(수십년 동안 탄소 저장 효과)과 쓰레기 매립 등 인류 활동의 결과이거나 하천 바닥 퇴적 등 자연 생태계 활동의 결과다. 한편 나무의 생물량이 정체한 주요 원인은 산불과 가뭄, 홍수의 빈도와 강도가 커지며 죽는 양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갈수록 나빠지는 산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해 학술지 네이처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 산불생태학자인 제니퍼 볼치와 엘에이 캘리포니아대의 파크 윌리엄스는 “모든 산불을 막을 수는 없지만 과학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불 관련 데이터에 기반한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정책에 적극 반영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존에 발생한 화재의 진행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화재 발생 전후의 수분 함량과 생물량 변화 등 식물 특성을 파악해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파괴된 숲을 재생할 때 사시나무처럼 인화성이 낮은 수종을 적절하게 배치하면 자연의 장벽 역할을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산불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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