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車업계, 뒤늦은 관세 로비 '허둥지둥'…"트럼프 믿고 안이"

권영미 기자 2025. 3. 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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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전기차 폐지 정책 기조, 하이브리드 주력 일본차에 유리 판단
1기 때 아베 로비로 관세 면제 받은 경험도 영향…"이번엔 면제 어려워"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리치몬드에 세워진 일본 스바루 자동차들. 2025.03.24.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낙관적이었던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자신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뒤늦게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오는 4월2일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워싱턴에서 일본 자동차 기업들을 대표하는 단체가 미국 의원들에게 로비하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일본 당국자들은 관세 면제 약속을 얻지 못했다고 NYT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로비스트 3명은 미국 의원들이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가 미국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지, 관세가 소비자가격을 인상함으로써 미국 소비자에게 어떤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설명해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또 로비 중에 반복해서 '새로운 투자나 기존 사업의 재투자가 있냐'는 질문을 받지만, 일본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큰 프로젝트가 없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은 초과 생산이 가능한 설비가 미국에 없다. 즉 더 많은 차량을 제조하려면 새로운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매우 불안정한 무역 환경"에 직면한 자동차 기업들이 상당한 투자를 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았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마이클 로비넷 부사장은 "자동차 업체는 확실한 비즈니스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다면, 뒤에 많은 '0'이 붙는(막대한 액수 의미)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서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런 때"라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일본과 한국이 미국 내 입지가 크고, 자동차의 상당수를 수입해 미국에 판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자동차 제조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일본은 특히 자동차 관세 면제를 기대했다가 어그러진 것이기에 더욱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선거 전부터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이 일본 자동차 업계에 유리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전기차 정책 폐지 등이 하이브리드 같은 과도기 형태의 친환경차에 집중했던 도요타 등 일본 기업들에 유리할 것이라고 본 것인데, NYT에 따르면 그런 이유로 도요타는 지난 1월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고 그달 댈러스에서 열린 도요타 딜러십 회의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환호로 가득 찼다.

하지만 관세 등 트럼프의 정책이 구체화하면서 그런 낙관주의는 경각심으로 바뀌었다. 아직 관세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인 일본은 4월2일 발표할 상호관세를 두려워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일본 경제가 이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침체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가 위협대로 발효되면 올해 잠재적 경제 성장의 40%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또 트럼프 2기를 안이하게 맞았던 또 다른 이유는 일본이 앞서 1기의 관세 부과를 잘 막았기 때문이다.

원래 트럼프는 오랫동안 일본 자동차 기업에 적대적이었다. 1980년대에 대선 출마 가능성을 처음 제기했을 때 트럼프는 일본의 자동차 대기업을 비난했다. 오프라 윈프리에게는 일본 자동차들이 미국에 들어와 국내 제조업체를 "완전히 무너뜨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랬던 트럼프는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일본의 전 총리 아베 신조의 아첨(adulation)을 좋아하며 일본산 자동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NYT는 아베 전 총리를 '노련한 트럼프 속삭임 꾼'(skilled Trump whisperer)이라고 표현했다. 일본이 첫 번째 관세 부과에 이처럼 성공적으로 대처한 것은 일본 자동차 산업의 많은 리더들이 트럼프의 또 다른 임기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심지어 희망을 품은 이유 중 하나였다고 NYT는 밝혔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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