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어겨 놓고 “큰 문제 없다”…‘퇴행’ 한국 럭비 어디로 [김창금의 무회전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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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럭비협회 시즌 첫 대회인 39회 충무기 전국럭비선수권은 전남 진도에서 열리고 있다.
수도권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경기를 보기 위해 땅끝까지 가야 하나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좋은 시설에서 관중,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럭비의 발전을 위해 좋다고 볼 수 있다.
직전 대한럭비협회 집행부가 심판·대회·행정 측면에서 고집스럽게 원칙과 규정을 강조한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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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럭비협회 시즌 첫 대회인 39회 충무기 전국럭비선수권은 전남 진도에서 열리고 있다. 수도권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경기를 보기 위해 땅끝까지 가야 하나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24일 현장에서 서울 양정중 럭비팀을 응원하던 한 학부모는 “멀지만 아들을 위해 왔다”고 했고, 다른 학부모는 “2주 동안 여기서 지낸다”고 말했다.
중등부에서 실업팀까지 모두 한곳에 모여 경기를 하면 후배들이 선배를 보고 배운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대한럭비협회 신임 집행부도 이런 점을 강조한다.
시각을 달리하면 이런 주장은 일방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업팀의 경우 한국 럭비의 최고봉으로 앞에서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더 좋은 시설에서 관중,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럭비의 발전을 위해 좋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실업팀들은 학생대회에 꼽사리 낀 셈이 됐다.
지난해 실업팀의 ‘코리아 슈퍼리그’는 4월 인천 남동럭비경기장에서 열렸다. 푸른 잔디가 잘 관리된 최상의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은 유료 관중과 호흡했다. 대회장에는 6대의 카메라가 배치됐고, 해설진의 중계가 이뤄졌다. 하지만 충무기 대회가 열린 진도공설운동장의 트라이 존은 좁았고, 해설진의 중계도 없었다.
인천 남동럭비경기장을 사용하려면 꽤 큰 비용을 들여야 한다. 반면 인구소멸 시대에 지방에서 대회를 개최하면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협회의 판단이다. 적극적으로 돈을 쓰며 확장성을 가질 것이냐, 아니면 외딴곳에서 자족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집행부는 후자를 택했다.
축구협회 등 메이저 단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퇴행도 벌어진다. 지난 18일 실업부 오케이(OK)읏맨과 한국전력의 대결에서 오케이읏맨의 한 선수는 위험한 플레이로 퇴장을 당했다. 경기 뒤 열린 퇴장자처리심의위에서는 ‘엄중 경고’ 결정을 내렸고, 이를 공표했다. 하지만 3일이 지난 21일 재심을 열어 1경기 출장정지로 수정했다. 상벌규정상 24시간 이내에 선수와 해당팀의 이의제기가 없으면 징계는 확정되기에 재심의는 규정 위반이다. 하지만 회장 등 수뇌부는 특별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
21일에는 18살 이하(고등부) 경기에서 부정선수가 적발됐지만, 상응한 조처가 이뤄지지 않고 다음 날 재경기를 진행했다. 입시를 앞둔 학생들에게 한 경기라도 더 출전 기록을 부여하고 싶은 심정을 이해하더라도 역행으로 보인다.
신임 회장이 이끄는 대한럭비협회는 집행부 구성에서도 잡음을 낳고 있다. 심판위원장의 경우 과거 부정선수를 출전시킨 이유로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지만 공정해야 할 부문의 책임자로 임명됐다. 상식에서 벗어난 행태는 협회의 신뢰를 까먹는 일이다. 반칙한 사람이 판정의 집행자가 된다는 사실에 학부모들은 마음이 불편할 수 있다.
이런 일은 대한럭비협회만의 일이 아니다. 대한체육회 산하 많은 비인기종목에서 알게 모르게 일어난다. 그 바탕에는 마이너 종목의 ‘영세성’과 ‘끼리끼리 문화’, ‘자립성 부재’, 궁극적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입시 제도’가 있다. 이들 종목에서는 미디어의 관심도 반갑지 않고, 종목이 이슈가 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알량한 권력을 즐긴다.
직전 대한럭비협회 집행부가 심판·대회·행정 측면에서 고집스럽게 원칙과 규정을 강조한 것과 대비된다. 하지만 이들은 기득권에 손을 대면서 불거진 역풍으로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간섭하지 않고 재정만 지원할 메시아만 기다리는 한국의 군소 종목단체들은 숙명적 악순환에 빠져 있다. 외부 충격이 가해져도 ‘경기인’이라며 결속해 힘을 과시하기도 한다. 그것이 아이들의 꿈을 배반하는 일이라면, 미래는 없다.
글·사진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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