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 생쥐 털 관련 유전자 매머드化 | 매머드 유전자 가진 털북숭이 쥐 탄생

이영완 조선비즈 사이언스조선부장 2025. 3. 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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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설 털북숭이 쥐. 털 관련 유전자가 매머드 유전자처럼 편집돼 털북숭이가 됐다. /사진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4000년 전 멸종했던 털북숭이 매머드가 다시 눈 덮인 들판에 나타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 바이오 기업인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이하 콜로설)’ 는 3월 4일(현지시각) “털이 매머드처럼 북슬북슬한 ‘콜로설 털북숭이 쥐(Colossal Woolly Mouse)’를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콜로설 연구진은 생쥐 유전자 7개를 동시에 편집해 매머드를 연상시키는 털색과 질감, 굵기를 구현했다고 전했다.

콜로설은 매머드의 유전자를 오늘날 코끼리에 구현하는 방법으로 매머드 복원(de- extinction)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생쥐 실험을 통해 메머드 복원 가능성을 입증했다. 콜로설 연구진은 앞으로 아시아코끼리 유전자를 변형해 2028년 말까지 매머드화(化)된 코끼리가 태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전자 편집으로 매머드 털 구현

콜로설의 매머드 복원 계획은 이렇다. 매머드와 오늘날 코끼리 유전자를 해독한다. 둘 사이 차이를 확인한 다음, 오늘날 코끼리 유전자를 매머드처럼 바꾼다. 기존 유전자를 바꾸거나 없애는 방식이다. 이때 유전자를 마음대로 자르고 붙이는 효소 복합체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사용한다.

다음은 복제다. 매머드와 같은 형태로 유전자가 바뀐 코끼리 수정란을 대리모에게 이식한다. 정확히 말하면 매머드를 부활시키지 않고 매머드화된 코끼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 방법을 생쥐에게 먼저 시험했다. 코끼리는 임신 기간이 22개월이나 돼 시험 결과를 알려면 시간이 많이 든다. 반면 생쥐는 임신 기간이 20일에 불과해, 한 달 안에 매머드 특성이 발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빙하기에 눈 덮인 언덕에 있는 매머드 상상도. 유전자 가위와 복제 기술을 통해 멸종한 매머드를 되살리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Daniel Eskridge

콜로설 연구진은 시베리아 동토층에 생전 모습 그대로 보존된 매머드 59마리의 사체에서 유전자를 추출했다. 이를 오늘날 아시아 코리끼 유전자와 비교해 매머드가 추운 날씨에 적응한 유전적 특성을 확인했다. 이를테면 털매머드의 북슬북슬한 털과 지방 축적 능력이다. 이날 논문 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FGF5라는 유전자를 없애 생쥐의 털 길이를 세 배나 늘렸다. 또 FAM83G, FZD6, TGM3 유전자 기능을 차단해 곱슬거리는 수염과 물결치는 털을 구현했다. 콜로설 털북숭이 쥐는 또 멜라닌 생성 유전자가 편집돼 털이 검은색이 아닌 황금색이었다.

패리스 힐튼도 투자한 멸종동물 복원

콜로설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벤저민 램(Benjamin Lamm)은 이날 “콜로설 털북숭이 쥐 탄생은 우리의 멸종 방지 연구에서 분수령이 되는 순간”이라며 “우리는 자연이 수백만 년 동안 만들어낸 복잡한 유전자 조합을 재현하는 능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벤저민 램(왼쪽) 콜로설 대표와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 뒤로 멸종한 매머드 복원상이 보인다. 콜로설은 매머드 사체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오늘날 코끼리에 넣어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콜로설은 2021년 세계적인 유전학자인 조지 처치(George Church) 하버드대 교수가 설립했다. 이 회사는 수천억원을 투자받아 매머드와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 도도새 등 멸종동물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세계적인 투자사뿐 아니라 힐튼호텔 창업자의 증손녀인 패리스 힐튼 같은 유명인도 콜로설의 멸종동물 복원에 투자했다.

콜로설의 공동 창업자인 처치 교수는 이미 이종(異種) 유전자 편집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능력을 보였다. 그는 이제네시스(eGene-sis)라는 회사를 세워 돼지 유전자 13가지를 교정하고 장기를 원숭이에게 이식한 바 있다. 이런 방식으로 돼지 장기를 인간화해서 사람에게 넣겠다는 것이다.

콜로설은 앞서 시베리아 얼음 속에 보존된 매머드 사체에서 DNA가 담긴 세포를 추출했다. 콜로설은 그동안 아시아와 아프리카 코끼리 유전자를 해독하고 줄기세포도 확립했다고 밝혔다. 처치 교수는 매머드 유전자를 오늘날 코끼리에게 이식해 추위에 잘 견디는 시베리아 맞춤형 코끼리를 탄생시킬 계획이다. 램 콜로설 대표는 “고대 매머드 게놈(유전체)을 연구하고 아시아코끼리 게놈과 비교해 무엇이 다른지 이해했으며 이미 코끼리 세포의 게놈을 편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리적 논란 가능성도 제기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의 기술적 측면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매머드 복원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영국 셰필드대의 토리 헤리지(Tori Herridge) 교수는 “매머드 복원은 조만간 이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매머드 같은 코끼리를 만드는 것은 훨씬 더 큰 도전 과제”라며 “실제 관여할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 수는 훨씬 더 많지만, 아직 잘 모르는 상태”라고 했다.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로빈 러벨-배지(Robin Lovell-Badge) 박사는 “멸종한 매머드를 복원하는 것은 단순히 추위를 견디는 몇 가지 유전자를 바꾸는 것보다 훨씬 복잡할 것”이라며 ”특히 동물이 매머드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매머드처럼 행동하도록 유전자 변형이 필요한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콜로설은 이번에 생쥐의 지방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도 편집했다. 매머드는 몸에 지방을 축적해 추위를 견뎠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 생쥐 체중은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콜로설 연구진은 “털북숭이 쥐가 태어난 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며 “털북숭이 쥐가 다른 쥐보다 추위를 더 잘 견디는지 시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멸종동물의 복원이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콜로설은 멸종된 종의 복원이 현대의 서식지를 기후변화에 더 탄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매머드가 시베리아의 동토층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줘 온실가스인 메탄가스가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톰 길버트(Tom Gilbert) 교수는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 라며 “이미 극적으로 변화한 생태계에 멸종동물을 다시 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 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멸종된 종을 복원하는 것이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존하는 노력을 저해한다고도 우려한다. 종 보존에 투입될 자원이 이상한 동물을 만드는 데 낭비된다는 것이다.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의 더글러스 맥컬리(Douglas McCauley) 교수는 “실험실에서 괴물을 만들어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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