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美에 31조원 투자"…트럼프 "현지 생산 車 관세 없다"

최수진 2025. 3. 2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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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백악관서 투자 계획 발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 건설
미국 내 완성차 밸류체인 구축
대미 투자 발표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

현대차그룹이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 총액 210억 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 준공식을 앞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 능력을 50만대까지 늘리고, 현대제철 해외 1호 생산 거점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마련해 미국 내 완성차 밸류 체인을 구축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4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발표 행사에서 "향후 4년간 (미국 내) 210억 달러 추가 투자를 기쁜 마음으로 발표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 발표에 앞서 단상에 선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돌파구를 마련하게 됐다.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생산 120만대 구축

구체적으로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 투자를 집행한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미국 현지생산 120만대 체제 구축을 위해 총 86억 달러를 투자한다.

현대차그룹은 2004년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6만대)을 시작으로 2010년 기아 조지아공장(34만대), 올해 HMGMA(30만대)를 완공하며 미국에서 현재 100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먼저 HMGMA 20만대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총 50만대로 확대한다. 또 앨라배마, 조지아 등 기존 공장도 생산설비의 현대화, 효율화 등 보완 투자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향후 120만대 생산 체제 기반을 확실히 다진다는 목표다.

부품·물류·철강 부문에서는 완성차와 부품사간 공급망 강화를 위해 현대차·기아와 동반 진출한 부품·물류·철강 그룹사들이 총 61억 달러를 집행한다. HMGMA 생산능력 확대에 맞춰 설비를 증설해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부품의 현지 조달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저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고품질의 자동차 강판 공급 현지화를 통해 관세 등 불확실한 대외 리스크에 대응력을 높인다.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서는 63억 달러가 집행된다.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미국 유수의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법인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슈퍼널, 모셔널의 사업화에 속도를 낸다.

대미 투자 발표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

 최대 자동차 시장 미국...투자 보따리로 트럼프 관세 돌파

정 회장의 이번 투자 발표는 미국 시장의 중요성 때문이다. 이날 발표한 현대차그룹의 투자 규모는 3년 전 방한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약속한 105억 달러의 약 두 배로 미국 진출 이후 투자한 총금액 205억 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번 발표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의 사정권에서도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판매량 중 약 60%인 101만3931대가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되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 계획은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이후 한국 기업 가운데 첫 번째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이 루이지애나주에 신설할 공장에서 생산될 철강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부터 외국산에 대해 25%의 관세를 예외 없이 부과해온 품목이다. 한국의 기존 무관세 대미 철강 수출 쿼터도 같은 날 폐지됐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자사 미국 내 공장에서 제조할 차량에 들어갈 철강을 미국에서 생산할 경우 해당 철강재에 대해서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음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국내 및 미국 대규모 투자는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도전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라며 "과감한 투자와 핵심 기술 내재화, 국내외 톱티어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 등을 통해 미래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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