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에서 책만 빌린다고?…“시민들은 이제 휴식처로 알아요”
공간·편의성에 ‘90점’ 줘 만족감
음악 감상 등 여가생활에 도움
응답자 85%는 “세금 안 아까워”
김소원씨(44)는 3년 전 서울 성동구로 이사했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도서관이 있는지 여부가 아파트 선택의 기준 중 하나였다”는 그는 주말마다 자녀들과 도서관에 간다. 김씨는 “최근 몇년 사이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해졌다”며 “도서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도 보고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박용철씨(67)는 책보다는 음악을 들으러 도서관에 간다. 박씨는 “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도서관에는 레코드판(LP) 음악감상실이 있다”며 “지금은 일주일에 한두 번 가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문화체험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가족과의 나들이 장소나 주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 ‘릴랙스’ 할 수 있는 휴식처로서도 각광받는다.
이 같은 추세는 서울시가 24일 공개한 ‘2024 서울시 공공도서관 서비스 성과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시민들이 도서관에 대해 느낀 점과 개선사항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시가 운영하는 서울도서관이 자체 개발한 조사다. 도서관 환경 개선의 기초자료로도 활용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166개 도서관 이용자 6340명과 도서관 미이용자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도서관의 공간 및 이용편의성’(90.9점)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적 부담 없는 자원이용’(93.0점)과 ‘소요시간 대비 높은 이용가치’(93.2점)가 큰 점수를 얻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갖는 공익적 가치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어 시민들은 도서관에 대해 ‘쾌적하다’(89.3점), ‘편안하다’(88.9점) 등으로 응답하며 공간적 만족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도서관이 갖는 고유의 ‘기능적’ 측면에서도 시민들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도서관 이용자 모두 도서관의 주요 역할인 ‘정보 획득 및 활용’(87.1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다양한 자료’(88.5점)와 ‘새로운 도서’(87.2점) 등도 장점으로 꼽았다. 전부 무료로 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부담이 감소’(89.0점)하는 점도 높게 평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도서관을 경제적 부담 없이 지식·문화를 누릴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이번 조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사에서는 사서의 역할 강화 필요성도 확인됐다. ‘소통 및 정책반영’ 관련 조사 내역을 살펴보면 시민들은 사서로부터 ‘적절한 도움’(89.5점)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친절하고 적극적인 사서의 태도’(89.8점)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책을 빌리고, 읽는 역할을 넘어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는 것도 도서관 이용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으로 꼽혔다. 시민들은 다양하고(81.1점), 새로운(83.6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도서관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으며, 문화 및 여가생활에 도움(85.6점)이 된다고 답했다.
시민들은 정부의 도서관 지속 투자에 동의한다는 항목에도 평균 93.4점으로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투자 필요성에 대한 긍정 응답률도 97.5%로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84.9%가 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납부한 세금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종합하면 “도서관에는 예산을 써도 아깝지 않다”는 의미다.
시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더 많은 시민이 보다 편리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시간 연장을 지속 지원할 방침이다. 자치구 야외도서관 지원, 서울 팝업도서관 등 ‘찾아가는 도서관’ 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이다. 마채숙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이번 조사는 공급자가 아닌 시민 입장에서 도서관 서비스를 객관적으로 측정한 첫 시도”라며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공간이 아닌 지역사회 ‘소통 허브’이자 ‘문화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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