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박보검 "양관식 판타지라 생각한 적 없다, 안 드러났을 뿐"
[이선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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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양관식을 연기한 배우 박보검. |
ⓒ 넷플릭스 |
극중 그가 연기한 양관식이라는 인물이 새삼 뜨거운 이유는 아마도 애순(아이유)이를 향한 순애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우직한 소처럼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그 성실함 때문이기도 하다.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난 박보검 또한 그 '성실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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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
ⓒ 넷플릭스 |
"정말 이 인물이 많은 분들 마음에 오래 기억됐으면 좋겠다. 분량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이 작품이 제 필모그라피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애순과 관식뿐만 아니라 해녀 삼인방, 각 회차마다 나온 모든 인물들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관식처럼 성실하고 우직한 인물을 맡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유채꽃만 보더라도 봄이 올 때마다 생각날 것 같다.
양관식이 비록 가상의 인물이지만 한번도 판타지 속 인물이라 생각한 적 없다. 작가님들이 글 쓸 때도 특정 인물을 모티브로 삼곤 하잖나. 분명 우리 주변에 있는 인물일 것이다. 다만 주목받지 않고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양관식의 듬직함을 표현하기 위해 박보검은 운동으로 약 5kg를 증량했다. 외형적 변화도 변화였지만, 낮은 톤의 목소리, 대사 없이도 느껴지는 우직함을 위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겉으론 분장팀과 여러 스태프분들 도움을 받기도 했는데 내적인 성숙함, 신중함도 중요해서 제가 받았던 실제 사랑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아역 배우들 부모님도 현장에 오시잖나. 촬영 중간중간 아기들을 사랑하고 보듬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하나하나 담았다.
누군가는 관식이 너무 수동적인 거 아니냐고 하시지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다 보여주잖나. 애순이가 바라보는 모든 곳에 꽃을 심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제가 딸이 있다면 관식 같은 사람과 만나라고 하고 싶다(웃음). 저도 사랑뿐만 아닌 일적으로도 관식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더라. 자기 사람들 마음을 챙기면서 일도 잘하는, 그리고 그걸 드러내지 않는 덕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삼대를 아우르는 드라마 설정상 시청자들은 자기 세대 및 경험에 따라 감동 포인트가 달랐을 것이다. 매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는 감상평들이 나오는 와중에 박보검 본인이 감동한 지점이 있는지 물었다. "매장면, 매대사가 명장면이었고 명대사였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딱 하나를 꼽을 순 없을 것 같다. 어제 드라마를 보다 문득 생각난 장면이 관식과 애순이 적막한 집에서 반찬을 넣는데 금명이가 갑자기 찾아와 밥 달라고 하는 순간이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담겼달까. 전 제가 나오는 장면도, 아닌 장면도 다 좋았다. 굳이 말하자면 애순이가 행복해하는 장면이 더 마음에 남는다. 그 힘든 인생을 티내지 않고 견뎌내는 애순의 모습을 보며 관식은 더 사랑하고 아끼고 지지하는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셋째 아이) 동명이를 잃었을 때를 얘기하신다. 신기하게도 그 장면 촬영 때 날이 어두웠고, 비가 조금씩 왔었던 걸로 기억한다. 현장에 가는데 도동리 마을 사람들 모두가 감싸주는 느낌이 들었다. 해녀 삼인방 배우분들도 제 등을 쓰다듬어주며 괜찮다는 눈빛을 보냈다. 동명이 역을 맡은 아이 배우도 떨지 않고 손을 축 늘어뜨리는 연기를 하는데 그 마음이 느껴지더라.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을 제가 감히 다 표현할 순 없겠지만, 정말 그 순간은 애순이를 안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무너질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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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
ⓒ 넷플릭스 |
"시장에서 애순이 대신 '양배추 달아요!'라고 한 관식의 한 마디가 애순을 향한 모든 마음을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듬직하고 기댈 수 있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 현장에서도 아이유씨와 많은 대화를 할 수 없었다. 목소리 톤이 혹시나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에서 뛰어내려 수영하는 장면도 대역 없이 제가 다 했다. 수영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했고,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해서 어렵진 않았다.
물에서 나와 애순이와 끌어안고 대화하는 장면은 대본엔 없는 대사들도 했는데 감독님의 큐 사인이 나오자마자 둘이서 서로 그렇게 연기가 나오더라. 아이유씨와 동갑이라서 그런지 더 재밌게 촬영했다. 그때 아이유씨가 금명이도 연기해야 했고, 한창 본업인 콘서트도 준비하던 때라 바쁜 시기였는데 현장에서 동료들을 챙기더라. 마음의 체력이 튼튼한 친구임을 느꼈다. 좋은 영감을 받았다. 막상 촬영 때보다 드라마 홍보 과정에서 더 친해졌는데 정말 유쾌하고 재밌는 친구다. 아티스트로 배우로 본인의 길을 잘 걸어가는 걸 응원하고 싶다."
전역 후 박보검 또한 자신의 목표를 더욱 분명히 갈고 닦는 중이다. 입대 전에 촬영한 영화 <원더랜드> 그리고 뮤지컬 <렛 미 플라이> 이후 본격 매체 연기는 <폭싹 속았수다>가 처음임을 짚으며 그는 "제가 해왔던 연기와 함께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의 스펙트럼을 넓혀 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KBS <박보검의 칸타빌레>라는 음악 예능 프로 진행을 맡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실제로 가수 데뷔를 준비하기도 했고, 대학원에서 미디어음악 석사 과정을 밟고 있을 정도로 음악 작업에도 진심인 그다.
"음악인분들도 노래로 연기하는 거잖나. 본인의 마음을 직접 가사나 노래로 써가는 아티스트도 계시고. 그런 분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몰라 즐겁게 하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에도 음악이 길게 나오는 장면이 많더라. 새삼 음악의 힘을 체감하고 있다. 저도 언젠가 제가 만든 음악이 어떤 작품에 깔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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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양관식을 연기한 배우 박보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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