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한덕수 총리 탄핵 기각…“계엄 때 적극적 행위 없어”
재판관 임명 보류 ‘위헌·위법’ 판단…“파면 정당화 사유는 안돼”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24일 기각했다. 한 총리가 '12·3 비상계엄 선포'를 묵인했다고 볼 수 없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가 파면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헌재 결정에 따라 한 총리는 즉시 직무에 복귀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한다.
이날 오전 헌재는 한 총리 탄핵심판의 선고기일을 열고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8명 중 5인이 기각 의견을, 1인이 인용 의견을, 2인이 각하 의견을 냈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 5명은 기각, 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정형식·조한창 재판관 2명은 각하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가 제시한 탄핵소추 사유는 △비상계엄 공모·묵인·방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김건희·채 해병 특검법 거부권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시도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등 5가지다.
한 총리가 12·3 비상계엄 선포를 묵인했다는 국회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각 의견을 낸 5인과,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 등 6인은 "피청구인(한 총리)이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봤다. 기각 의견을 낸 5명 중 4인(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재판관 선출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국회로부터 재판관 선출 통지를 받기도 전에 국무회의나 담화문 등을 통해 여야 합의를 전제로 재판관을 임명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등, 국회가 선출한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미리 종국적으로 표시함으로써 헌법상의 구체적 작위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파면까지 이를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임명 거부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 또는 의사에 기인했다고까지 인정할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다"면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어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복형 재판관은 기각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국무총리에게 재판관 후보자를 즉시 임명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라고 봤다.
이 밖에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체제'를 꾸리려 시도하고, 윤 대통령 관련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조장·방치했다는 탄핵소추 사유도 인정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은 '내란 특검' 후보자를 제때 의뢰하지 않는 것이 파면 사유에 해당할 만큼 중요하다고 봤다. 한 총리가 특검 후보자 추천을 제때 의뢰하지 않아 특검법·헌법·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한 총리가)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으며 헌재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탄핵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한 총리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한 총리 측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면 대통령 기준(200석) 의결 정족수가 적용돼야 하는데 총리 기준(151석)이 적용됐으므로 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헌재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에는 본래의 신분상 지위에 따른 의결정족수를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한 총리의 주장을 받아들여 각하 의견을 냈다. 대통령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기에 국회의 탄핵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이유다. 이들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던 한 총리도 12월27일 탄핵심판에 넘겼다. 헌재는 두 차례 변론준비, 한 차례 변론을 거쳐 탄핵 소추로부터 87일 만인 이날 심판을 선고했다. 계엄 사태와 관련해 형사 재판, 탄핵소추 등에 넘겨진 고위 공직자 중 사법기관으로부터 본안 판단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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