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 이재용 첫 해외행보…글로벌 네트워크로 위기 돌파

김민지 2025. 3. 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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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 中 CDF에…글로벌 CEO 80명 참석
샤오미 회장 회동, 전장 잠재적 핵심 고객
 中 반도체 공장 투자 확대 등도 모색할 듯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레이 쥔 샤오미 회장을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임원에게 ‘독한 삼성인’으로서의 ‘사즉생(死卽生)’ 각오를 주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첫 글로벌 행선지로 중국을 택했다. 애플, 퀄컴 등 글로벌 기업의 CEO(최고경영자) 80여명이 모인 중국발전포럼(CDF)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4일 CDF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23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리는 포럼에 참석했다. 이 회장이 CDF를 찾은 건 2년 만이다. CDF는 ‘중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행사로, 올해는 이 회장 외에도 팀 쿡 애플 CEO,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이 참석했다. BMW, 벤츠, BNP파리바, 네슬레, 보쉬, 페덱스, 히타치, 화이자, 카길, 도이체방크, 마스터카드, 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앤컴퍼니 등의 CEO도 포럼을 찾았다.

이 회장이 올 초 사즉생의 각오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한 후 향한 첫 글로벌 행선지여서 더욱 의미가 크다. 그는 연초 사장단 세미나뿐 아니라, 2월부터 진행 중인 삼성 전 계열사 임원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그는 ‘독한 삼성인’으로 거듭날 것을 당부하며 임원에게 다시 한번 ‘정신 재무장’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글로벌 협력사가 있는 해외 거점을 직접 발로 뛰며 주요 CEO와 사업 협력을 강화해왔다. 다만, 지난달 2심 선고 무죄 이후에 검찰의 대법원 상고가 진행되면서 올해는 명절마다 가던 해외 출장길에 나서지 않는 등 외부 활동을 자제해왔다. 이번 중국 CDF는 올해 첫 공식 글로벌 출장이란 의의도 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회동하면서 전장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의 협력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포럼 개최 전날인 22일 아몬 퀄컴 CEO와 함께 샤오미의 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레이쥔 회장을 만났다.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가전 등에선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지만, 최근 전기차로 사업을 확대하며 잠재적 핵심 고객사로 꼽힌다. 샤오미는 전기차를 처음 선보인 지난해 약 14만대의 판매고를 올렸고, 올해 전기차 인도 목표량을 기존 30만대에서 35만대로 상향했다.

차량용 반도체 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전장·오디오 부문 자회사인 하만 등과의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엑시노스 오토’ 시리즈를 완성차 고객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 중이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미래 핵심 시장으로 꼽고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전장 및 인공지능(AI)·서버 제품에서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카메라 모듈 등을 강화하고 있다. 하만은 ▷디지털 콕핏(운전석 및 조수석의 전방 영역) 플랫폼 ▷ADAS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이 회장의 이번 방문으로 중국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의 운영도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팹은 전체 낸드 생산량의 40%를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미중 통상 갈등으로 수출 규제 등이 강화되며 시설 고도화 및 투자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안정적인 공장 운영을 위해서는 중국 고위급 인사와의 소통이 필수적인 만큼, 이번 출장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중국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2023년 CDF 참석 당시 이 회장은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천민얼 톈진시 서기와 면담한 바 있다.

한편,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행사에 참석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패키징 공장, 다롄에 낸드 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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