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길은 직선 아냐", 강 막는 권력 물러나야 할 이유

박은영 2025. 3. 2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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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 소식 327일-328일] 10년째 재탕해 먹는 강 막는 궤변... 세종시장은 금강 말할 자격 없다

[박은영 기자]

 번식기로 머리빛이 변한 가마우지
ⓒ 보철거시민행동
"번식기라 가마우지 머리가 회색빛으로 변했어요."

나귀도훈(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항상 머리 검은 가마우지들이 출퇴근 하는 모습만 봤던지라 머리가 희게 변한 아이들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세종보 정기점검을 한다고 수문을 들어올리는 바람에 자갈들이 반은 물에 잠겨있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하중도에서 놀던 물떼새들이 농성장 앞 자갈 위로 피난 와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이제 흰목물떼새도 가족을 만들 시기다. 농성장은 새벽부터 새들이 부르는 사랑의 합창이 들려오기 시작하고 곧 농성장 다리 구멍에 아이들이 둥지를 트지 않을까 바라보고 있다.

밖에서 아무리 우리를 '외부세력'으로 규정해도 우리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하는 나의 금강'이 있다면 어디서든 지켜낼 결심을 한 이들이고, 어느 지역의 자연이든 그 곳에 살고 있는 '생명의 편에 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정기점검을 빌미로 세종보 가동 주장... 강을 흐르게 둬라
 세종시의회 세종보 재가동 결의안에 반대하는 세종시민들과 보철거시민행동
ⓒ 세종보철거를원하는시민대책위
지난 20일, 최민호 세종시장은 '세종보 재가동'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세종보 정기점검을 재가동으로 연결해보려는 시도였다. 그 전 날인 19일에는 국민의힘 소속 최원석 시의원이 발의한 '세종보 재가동 결의안'이 부결되기도 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최민호 시장은 뭔가 새로운 주장이나 데이터를 들고 세종보 재가동을 주장하지 못했다. '세종보는 4대강 사업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보를 개방했어도 녹조가 심했다' 거나 '강물이 깊어진다고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는 등 이미 보수언론이나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가 이전의 데이터를 왜곡하고 부인하던 것을 재탕해 활용했을 뿐이었다. 이미 그런 정보에 대해 환경부와 언론이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한 자료들이 있음에도 주장하는 것은 '우격다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 “최민호 세종시장이 부끄러웠다”... 최근 ‘세종보 재가동’ 논란 ⓒ 김병기

최민호 시장은 '기후위기'를 들먹이며 가뭄이다, 물이 없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세종보는 식수와 관련이 없고, 호수공원에 공급할 물 또한 이미 취수장이 있어 대비해 쓰고 있는데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가뭄'을 대비해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물이 어디에 필요하냐'는 질문에 가장 확실히 대답한 것은 본인의 공약인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뿐이었다.

행정가로서 시장이 보이지 말아야 할 행태도 보였는데 바로 '편가르기' 였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이 검증되지 않은 단체다, 낙동강과 영산강 사람들이 왜 금강에 와서 반대를 하느냐는 말들이 그렇다. '검증되지 않은 단체', '반대하기 위해 온 외부사람' 이라는 말을 해서 정작 검증해야 할 사실에서 멀어지게 하고 감정적 편가르기를 하는 것은 행정부 수장인 시장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세종시는 기후위기가 진심으로 걱정된다면, 세종보가 아니라 기후위기에 취약해지는 세종시민들의 삶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맞다. 물이 많은 것이 아니라 세종시민들이 누릴 녹지공간 확보를 위해 녹지를 파괴하는 개발사업부터 조정해야 한다. 나라상황이 이런데 '편가르기'가 아닌 '소통과 협력'을 행정이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내란정국 해소... 그것이 산 자들이 해야 할 일
 지난 22일, 갑자기 들려온 산불 소식. 연이은 사고와 재난에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다.
ⓒ 박은영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경계단계 발령'

22일, 산림청에서 보내온 안전안내문자 였다.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에서 발생한 산불로 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사망하기까지 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한 주 전만 해도 눈이 내리고 강풍이 불었는데 갑자기 접한 산불소식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윤석열 퇴진을 외친지 100여 일 시간동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대형 산불을 애타는 마음으로 보고 있다.

이럴 때마다 아직 회복되지 않은 나라 상황이 더 답답하다. 어서 내란정국을 해소하고 다음의 걸음을 모색해야 할 시기인데, 헌법재판소만 바라보고 있자니 국민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아직도 자신이 대통령인 줄 아는 자가 '잘 수습하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분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그렇게 광장으로 많은 이들이 또 모이고 있다.
 금강의 평화를 기도하는 이들과 함께 '산 자'의 길을 걸어나갈 것
ⓒ 보철거시민행동
강이 단절돼 흐르는 것이 아니 듯, 일어나는 일들도 단절돼 있지 않다. 연결돼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하나의 생태계가 역동한다. 그것이 '산 것들의 일'이다. 지금 일어나는 이 모든 일들이 민주적이고 평화롭게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것이 산 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금강 천막농성장은 환경부가 하고 있는 세종보 정기점검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 죽은 망령을 일으켜 덕을 보려는 권력자들의 망발에 응수하며 끈질기게 버티고 있다. 윤석열 퇴진 또한 우리는 강에 발 딛고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생명의 편에 선 사람들
ⓒ 보철거시민행동
특히 직선적인 삶을 살아가는, 즉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인간 개인의 관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지구는 다르다. 지구의 길은 직선이 아니다. 지구의 길은 순환하며, 어느 날 갑자기 그 순환이 멈출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힐 법하지만 이제껏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나방의 눈보라>, 마이클 매카시, 209쪽-210쪽

영국의 환경기자이자 작가인 마이클 매카시는 <나방의 눈보라> 라는 책에서 우리나라 새만금 개발 이야기와 더불어 자연에 대한 환희를 잃고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해 '지구의 길은 직선이 아니'라고 말한다. 수많은 생명이 길을 내고 살아가면서 지구의 순환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기후위기로 점점 생태계 다양성을 잃어가는 지금, 눈 앞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잃는다면 결국 어느 날 지구의 순환이 멈추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물이 들어차도 알아서 살아갈 것'이라는 인식, '물이 흐르지 않아도 괜찮을 것' 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바로 지구의 기후위기를 가속화 하고 있지 않은가.

강이 흐르는 것이 지구가 순환하는 것이다. 권력이 강을 막아세우면 우리는 그 권력을 반드시 막아세울 것이다. 우리 모두의 지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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