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지면 미래 없다, 독해지는 한국 기업 [위기, 대변혁 기회로]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2025. 3. 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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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국 경제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미·중 패권 경쟁은 한층 격화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고율 관세 정책을 강행한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대폭 인상하며 무역 규제를 본격화했고 이는 한국 기업들의 대외 환경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국내 상황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가 리더십 부재로 경제 정책의 방향성이 흔들리면서 기업들의 투자·경영 계획은 안갯속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97%가 올해 경제위기를 예상했으며 23%는 1997년 외환위기보다 심각할 것으로 우려했다.

국제 정세 역시 요동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휴전 논의에 들어갔지만 중동은 여전히 뇌관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 고조로 원유 시장이 출렁이고 에너지 가격도 연일 불안정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한 가운데,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 핵심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도 흔들린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6838억달러를 기록했지만,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핵심 산업에서 중국과의 격차가 좁혀지면서 시장 점유율 하락 우려가 커졌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과 중국의 규제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하고, 전기차·배터리 산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야 한다.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정제마진 악화와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내수 시장도 불안하다. 최저임금이 1만30원까지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고, 주 52시간제 유연화 논의에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소비 심리는 얼어붙었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내수 경기 회복이 더디다.

법인세 인하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기업들은 투자 확대보다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고 신사업 진출에도 신중한 태도다.

고용시장도 위축됐다. IT·제조업을 비롯한 주요 산업에서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은 신규 채용 문을 닫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는 투자 위축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생존을 위한 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대변혁의 기회'다. 위기가 깊어질수록 산업 지형이 재편되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새판이 열린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기술 패권 경쟁이 거세질수록 한국 기업들은 기존 성장 방식을 탈피하고, 새로운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매일경제는 올해 2025년 신년 화두로 '위기를 대변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위기는 기업들이 기존 방식을 탈피하고 혁신을 가속할 기회가 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할 모멘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도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릴 혁신이 필요하다.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신산업 발굴과 체질 개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의 파도를 넘어설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한국 기업들은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다. 대내외 위기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도전은 올해도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위기 속에서도 재계에서 미래 혁신을 주도하며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는 2006년 이후 19년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기술 리더십을 입증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13년 연속 출하량 1위를 유지하며 폴더블폰과 AI 기능을 앞세워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가전 부문에서는 비스포크 브랜드를 중심으로 맞춤형 가전 시장을 확대하며 스마트홈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올해 인공지능(AI)과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에 집중하며 HBM3E 양산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올해 HBM4 출시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도 V9 TLC 양산을 시작하며, 고용량 SSD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투자도 멈추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기흥캠퍼스에 반도체 연구개발 단지 NRD-K를 조성하며 2030년까지 총 20조원을 투입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NRD-K는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반도체 전 분야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며 글로벌 시장 변화를 선도할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 저가 전기차 공세, 자율주행 기술 경쟁 심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강화 속에서도 전기차·하이브리드 라인업 확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생산 공장인 'HMGMA' 공장을 통해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하며, 하이브리드차 생산으로 정책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기아는 EV3의 성공을 발판으로 EV2·EV4를 출시해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모셔널·웨이모 협업으로 자율주행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자율주행, 글로벌 생산 전략을 앞세워 위기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바꾸겠다는 목표다.

LG는 AI, 바이오, 클린테크(ABC)를 중심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8년까지 국내에 100조원을 투자하며, 이 중 50조원 이상을 신사업과 미래 성장산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AI 분야에서는 엑사원 시리즈를 발전시키며 엔터프라이즈 AI 에이전트 '챗엑사원'을 상용화해 계열사와 글로벌 파트너사에 적용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에서도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한다. 희귀비만증 신약 기술 수출 등 성과도 내고 있다.

LG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 글로벌 스타트업에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며 협력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LG전자는 AI 시대에 맞춰 기술 개발을 강화하며 '공감지능'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홈과 미래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선행 기술 개발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은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며 미래 성장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퀄컴과 협력해 온디바이스 AI 기반 사업을 확대하며, AI 중심 사업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AI 시장이 급성장하며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초고속·초고용량 AI 메모리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 양산, PIM·CXL·AI용 SSD 개발 등으로 AI 최적화 메모리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기술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SK에너지는 캐세이퍼시픽항공과 2027년까지 2만t 이상의 지속가능항공유(SAF)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SAF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SK에너지는 글로벌 SAF 시장 성장에 맞춰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한국산 철강 관세 부활과 수입산 저가 공세로 국내 철강업계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포스코는 앞선 기술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고망간강을 앞세워 LNG 저장·운송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극저온 강재의 국제 표준 등록을 통해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광양 LNG 터미널 5~8호기에 고망간강을 적용하며 실증 데이터를 확보했고, 방위산업·중전기기 등 신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GS그룹은 국내외 경기 침체와 사업 환경 악화 속에서도 AI와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GS그룹은 '내실 성장'과 '도전'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내세우며, 정유·유통·건설 등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한화는 방산, 해양, 금융, 기계 등 핵심 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2025년 민간 주도의 누리호 4차 발사에 도전하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와 1조4000억원 규모의 K9·K10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한화오션은 한국 최초로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수주했다. 한화큐셀은 3조4000억원을 투자해 북미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박소라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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