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달걀 외교’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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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석 전 외무부(현 외교부) 장관이 외무부 의전실장으로 일하던 1960년대 후반의 일이다.
하루는 이범석이 윌리엄 포터 주한 미국 대사, 찰스 본스틸 주한미군 사령관을 자신의 주말 농장으로 초청해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이에 한국은 최근 충남 아산의 한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 20t을 미국에 판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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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석 전 외무부(현 외교부) 장관이 외무부 의전실장으로 일하던 1960년대 후반의 일이다. 하루는 이범석이 윌리엄 포터 주한 미국 대사, 찰스 본스틸 주한미군 사령관을 자신의 주말 농장으로 초청해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농장에서 키우는 닭 울음소리를 들은 본스틸 사령관이 “날마다 신선한 계란을 먹을 수 있어 좋겠다”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당시만 해도 주한미군은 계란 등 주요 식자재를 외국에서 공수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범석은 즉석에서 대사 관저와 사령관 관사에 날마다 싱싱한 달걀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바로 다음 날부터 실행에 옮겨져 대사와 사령관을 기쁘게 만들었으니, 별 것 아닌 계란으로 미국 요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범석의 외교력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하겠다.
그 미국에서 요즘 ‘계란 대란’이 벌어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이 시작된 뒤 병에 걸렸거나 AI가 의심되는 닭들을 닥치는 대로 살처분한 결과다. 닭이 없으니 자연히 달걀도 귀해져 요즘 12개 들이 계란 한판 가격은 6.5달러(약 9500원)로 치솟았다. 식당에서 파는 음식 중 계란이 들어간 요리 가격이 껑충 뛴 것은 물론이다. 오죽하면 계란(에그)과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더한 ‘에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겠는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든 것을 ‘무능한 바이든 행정부’ 탓으로 돌리며 자신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없는 것처럼 항변하지만, 취임 후 벌써 2개월이 지난 마당에 미국인들이 언제까지 그 말을 믿을 것인지 의문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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