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청년 50만명 시대… "청년들은 일하고 싶다"

이다빈 기자 2025. 3. 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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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활동을 하는 청년 인구가 50만명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본문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이미지투데이
구직활동을 쉬고 있다고 답한 일명 '쉬었음' 청년이 50만명을 넘어섰다. '쉬었음' 청년 10명 중 9명은 취업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어렵게 취업 문턱을 넘었지만 입사 이후에 퇴사하고 쉬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청년 백수는 120만명으로 나타났다. '쉬었음' 청년 약 50만명, 청년 실업자 약 26만명, 취업준비생 약 43만명을 합친 수치다. 특히 '쉬었음' 청년은 2020년 43만8000명에서 올해 50만4000명으로 5년 동안 7만명 가량 증가했다. 올 상반기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신입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어 구직난은 지속될 전망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25세 남성 A씨는 "요즘 청년들이 눈이 높다는 말에는 공감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놀고 싶어 하는 청년보다 일하고 싶어 하는 청년이 더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쉬었음' 청년 중 84.6%는 삶에서 일이 중요하다고 응답해 사회적인 인식에 비해 근로 의욕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쉬었음' 청년 실태조사… '불안하다' 응답 77.2%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11일 청년고용포럼에서 '쉬었음'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년 이상 3년 미만의 '쉬었음' 경험이 있는 미취업 청년 31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근로소득 경험이 있는 청년이 87.7%다. 대부분의 청년이 취업에 성공하지만 첫 직장을 경험한 이후에 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쉬었음'을 택한 이유에서는 적절한 일자리 부족이 38.1%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교육·자기 계발 35.0%, 번아웃 27.7%, 심리적·정신적 문제 25% 등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정한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청년들이 좁은 취업 문 앞에서 좌절하거나, 취업 후에도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었다고 방황하는 상황이 '쉬었음'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업 상태인 청년 중 취업을 했다가 그만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한국고용정보원 '쉬었음' 청년 실태조사
쉬고 있다고 답은 했지만 청년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쉬는 기간 불안하다는 답변은 77.2%에 달한다. 특히 58.2%는 쉰 기간을 '경제적·심리적으로 힘든 시간'으로 꼽았다. 안준기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정부는 단기적으로 쉬는 청년이 아니라 실업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청년에게 집중하고 있다"며 "구직 욕구가 있는 청년들도 쉬었음이 장기간으로 지속될 경우 회복이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 난이도 역시 심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9월에 대학을 졸업한 B씨(27)는 "주변 또래들을 보면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며 "최근에 학벌이나 학점도 좋고 자격증에 관련 경력도 있는 지인이 서류에서 탈락하는 경우를 봤다"고 말했다. B씨는 "왜 떨어졌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여러 차례 탈락하다 보면 결국 지쳐서 대학원으로 도망간다"고 덧붙였다.

개발자로 취업한 이후 퇴사하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C씨(26)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일자리와 근무 형태가 크게 바뀌고 있다"며 "청년 시기에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고립·은둔 청년 5.2%… '쉬었음' 장기화 방지 대책 마련 시급


실제로 '쉬었음' 기간이 장기화하면 대인관계가 단절되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고립·은둔 청년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국무조정실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립·은둔 청년 비율은 5.2%다. 2022년 2.4%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했다.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 이유로는 취업 어려움이 32.8%로 가장 높았다. 취업 장벽을 넘지 못한 청년들은 '쉬었음'의 단계를 넘어 고립·은둔 청년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9년간 고립·은둔 경험이 있다고 밝힌 D씨(35)는 "회계세무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버텼다"며 "경쟁하면서 살다 보니 스스로 고립된 것 같다"고 말했다. 1년간 고립·은둔 생활을 한 E씨(28)는 "누구나 고립·은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립 은둔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당신 탓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안 부연구위원은 "'쉬었음' 상태가 길어지면 고립·은둔 청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학 졸업 후 4개월 이내에 정부가 조기 개입해 직업 훈련 및 상담 등으로 신속하게 취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다빈 기자 money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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