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이병헌, 조훈현으로 변신 위해 "아들, 이민정, 장인어른이 도와줘" [영화人]
지난 2023년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안구 갈아 끼운 연기를 선보인 이병헌이 이번에는 국민적 바둑 영웅 조훈현으로 변신, 영화 '승부'로 돌아왔다. 어린 이창호의 재능을 알아보고 집으로 들여 가르치는 내제자로 삼은 지 몇 년 만에 전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제자와의 승부에서 패배한 바둑 레전드 조훈현을 연기했다.
이 영화에 출연하기 전에 바둑의 룰도 몰랐다는 이병헌이다. 그런데도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고. "감독님이 '승부'라는 다큐멘터리도 같이 보라고 주셨다. 시나리오와 함께 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상황이어서 바로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나 내가 집으로 데리고 와 키우면서 먹고 자고 했던 제자와 결승에서 대결을 하고, 또 이들이 항상 부인이 운전해 주는 차를 타고 대국을 나갔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패배를 하고, 대화 없이 집으로 걸어올 때의 뒷모습이 아무런 대사가 없어도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 두 사람을 상대하는 부인의 입장이 흥미로왔다. 이층에서는 항상 대국을 복기하는 이창호가 있고 남편은 계속 담배만 피우는데 그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부인의 입장이 드라마틱했다"며 이야기 속에 매력적인 포인트가 많았음을 이야기했다.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정하고 나서는 바둑돌 놓는 연습을 했다는 그다. "손가락으로 돌을 집고 놓는 걸 레슨 받았다. 조금 레벨이 올라가면 그때는 여러 돌 사이에 돌을 놓는 걸 연습하고, 그 이후에는 경기가 다 끝나고 치울 때 하나씩 빨리 집으면서 없애고 나누는 걸 연습했다. 그렇게 레슨 받고 저녁에 돌아오면 아들을 앞에 앉히고 오목을 뒀다. 나는 오목이건 바둑이건 손 모양이 중요했기에 연습하는데만 집중했다"며 노력했던 부분을 알렸다.
"아들이 나름대로 스케줄이 있거나 다른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아내인 이민정이 대신 오목을 둬주기도 했다. 바둑을 좋아하시는 장인어른과도 뒀다"며 국수의 손모양을 내기 위해 온 가족이 돌아가며 도움을 줬음을 이야기했다.
영화의 제작보고회 때도 장인어른이 '승부'의 개봉을 너무나 기대하고 있다는 말을 했던 이병헌이다. "안 그래도 어제 영화를 보시건 너무 재미있다고 하시더라. 당시에 장소가 어디였는지, 미술까지 너무 신경 썼더라며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저에게 영화평을 하셨다."며 장인의 감상평도 전했다.
VIP시사회에 아내 이민정과 아들, 장인어른과 어머니까지 총 출동해서 봤다며 영화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을 드러낸 이병헌은 "아내가 영화를 보고 슬프다고 하길래 저 때문에 슬픈 줄 알고 물었더니 이창호가 떠나갈 때 슬펐다더라. 하지만 거기까지 감정이 가는 데는 제 연기도 한몫하지 않았을까"라며 자신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도 받고 싶었던 속내를 드러내 웃음을 안겼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이병헌과 조훈현이 전혀 닮았다는 생각을 못하는데 영화가 시작되면 이병헌은 온데간데없고 조훈현으로만 보인다. 놀라운 싱크로율이었다. 이병헌은 "조훈현의 헤어스타일이 독특해서 헤어스타일링에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조훈현 국수는 유독 눈매가 매섭고 눈썹의 방향이 날카로우셨다. 제 눈썹보다 훨씬 더 위쪽으로 그리고, 실제 제 눈썹은 살색으로 거의 지워야 했다. 딱 봤을 때 조훈현인가 착각이 들 정도로 최대한 분장에 신경을 썼다"며 외적인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공개했다.
의상에 대해서는 "조훈현 국수의 의상은 사모님이 늘 챙겨주셨다더라. 그래서 의상이 다채롭다. 남방 위에 조끼, 재킷을 입거나 모시옷도 입으시기도 했다. 바둑계의 패셔니스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채롭게 입으셨다."라고 이야기하며 "외적인 흉내는 큰 고민거리는 아니었다. 미술, 의상 등 전문 스태프들이 열심히 해 주니까. 저는 그분의 생각과 대국을 앞둔 심리상태와 마음가짐, 졌을 때 어떤 느낌일까에 대한 고민이 제일 컸다"며 배우로서는 감정적인 고민만 하면 되었다며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렸다.
조훈현 하면 한복 의상이 대표적이다. 일명 '와기'라고 불리는 아주 릴랙스 한 자세, 그에 상반되는 피곤한 얼굴의 한복 의상이 상징적으로 남아 있는 모습이다. 이병헌은 "우리 영화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생각이 든다. 당시에 한참 동안 계속 이창호에게 패배하던 시기였고, 매너가 중시되는 바둑계에서 조훈현 국수의 태도에 대해서는 굉장히 말이 많았다. 승패만큼 매너가 중요한 바둑이었는데 상대방의 내면을 긁는 행동, 자세를 바꿔가며 담배를 몇 갑이나 피우고, 다리를 올려 쪼그리고 앉거나 다리를 떨거나 하는 행동을 하셨다. 아마도 와기를 취하는 장면은 조훈현 국수가 상대방을 긁는 모습의 하이라이트, 정점을 치닫는 순간이었을 것"이라며 캐릭터의 어떤 모습을 표현하려 했던 건지를 설명했다.
실제 조훈현과 이창호의 대결에서 이창호가 식곤증을 참지 못하고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실화는 영화에 담기지 않았다. 이병헌은 "최정상 바둑 국수들의 대결인데 한 사람이 졸고 있는 건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서 저도 보면서 많이 놀랬다. 그런데 이게 실화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넣는다면 '저렇게까지 설정할 필요가 있나? 과한데?'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라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현실이었기에 되려 영화에 담지 않았던 일화였음을 알렸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주)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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