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 죽는다” 전쟁터에 다시 등장한 지뢰의 공포 [박수찬의 軍]
냉전 이후 전장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지뢰가 또다시 전면에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된 동유럽 국가들이 대인지뢰를 다시 사용할 태세를 갖추는 모양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부전선에 해당하는 폴란드와 발트해 연안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은 18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에서 대인지뢰를 금지하는 오타와 협약 탈퇴를 만장일치로 권고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1300여㎞ 길이의 국경을 맞댄 핀란드도 지난해 12월 러시아가 대인지뢰를 쓰고 있다며 협약 탈퇴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민간인 인명피해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비인도적 무기로 낙인찍혔던 지뢰가 전장의 새로운 무기체계로 등장하는 상황이 도래한 셈이다.
◆누구든 밟으면 당하는 지뢰
지뢰가 가장 무서운 것은 땅밑에 매설되어 있거나 지표면에 있어도 크기가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은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을 더욱 크게 느낀다.
지뢰를 설치해도 폭우나 산사태 등이 발생하면 떠내려가서 민간인이 사고를 당한다.
북한 목함지뢰가 대표적 사례다. 목함지뢰는 가로 20㎝, 세로 9㎝, 높이 4㎝의 나무상자에 폭약 200g과 기폭 장치를 설치한 지뢰다. 상자를 열거나 일정한 압력을 가하면 폭발한다.
물에 잘 떠서 장마철엔 북한에서 강화도 등 접경지역으로 떠내려온다. 폭발물처럼 보이지 않아서 섣불리 건드릴 위험이 있다. 2010년 임진강에서 민간인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치는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한 번 매설하면 오랜 기간 작동하는 지뢰의 비인도적 성격이 문제가 되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무력화되는 기능을 넣은 스마트 지뢰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기능이 100% 작동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지뢰의 위험성은 여전히 높다.
이에 따라 1997년 체결된 오타와 협약은 대인지뢰 사용·비축·생산·이전을 금지하고 매설된 대인지뢰를 폐기하도록 했다. 164개국이 비준했으나 미국·러시아·중국·인도·파키스탄·남북한 등은 참여하지 않았다.
오타와 협약에 부합하는 형태의 대인지뢰가 등장하기도 했다. 미군이 쓰는 M7 네트워크 지뢰는 양방향 통신으로 인계선 감지 시 인원 통제하에 기폭을 한다. 자폭시간 설정이 가능하지만 기존 지뢰처럼 반자동적으로 기능하진 않는다.
가장 두드러진 체계는 살포식 지뢰다. 차량이나 헬기, 화포 등을 통해 대량의 소형 지뢰를 짧은 시간 안에 특정 지역에 뿌리는 것이다. 위력은 약하지만 단시간 내 지뢰를 대량으로 설치할 수 있고, 전차나 장갑차를 가동불능으로 만들 정도의 파괴력은 갖췄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ISDM 지뢰를 사용했다. 젬멜델리예(Zemledeliye)라고도 불리는 ISDM은 지난 2021년 러시아군 훈련에서 처음 등장했다. 다연장 로켓처럼 122㎜지뢰 50개를 5∼15㎞ 거리에 있는 광범위한 지역에 뿌려 지뢰밭을 만든다.
살포식 지뢰는 매설되는 것이 아니므로 지면에 노출되어 있지만 크기가 작아서 발견하기가 어렵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전 정찰을 해도 러시아군이 살포식 지뢰를 빠르게 뿌리면 눈치채기도 쉽지 않다. 지난 2023년 우크라이나가 미국·유럽산 기갑장비를 앞세워 반격을 감행했을 때, 작전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 이유다.
러시아군이 개전 초부터 사용한 POM-3는 치명적인 신종 대인지뢰로 알려져 있다. 휴먼라이츠워치 등에 따르면, 작은 캔 음료 크기인 POM-3는 지진 감지 센서를 탑재하고 있어 주변에 사람의 발걸음을 감지하면 공중으로 발사돼 터지도록 설계됐다. 살상반경은 16m 정도다.
우크라이나군도 미국산 살포식 지뢰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암(RAAM)이라는 것으로서 155㎜ 포탄에 다수의 대인·대전차 지뢰를 탑재한다. 적군이 접근할때마다 155㎜포로 지뢰를 계속 살포하면, 적군은 진격을 할 수가 없다.
독일군은 기존 DM-22 재고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면서 수량이 부족해지자 추가 생산을 결정했고, 2027년부터 전력화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쓰인 지뢰들은 종전 직후 우크라이나인들이 고향에 돌아가서 재건 작업을 벌일 때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농사를 짓거나 건축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지뢰가 폭발하면, 그 지역에선 사람이 접근하기가 어렵다. 휴전과 종전 논의가 본격화하면 지뢰 제거를 둘러싼 작업도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6·25 전쟁 이후 북한군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군도 오랜 시간에 걸쳐 지뢰를 매설해왔다.
지난 2022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후방 지역에 매설된 지뢰는 82만8000발로 추산된다. 이 수치는 미확인 지뢰지대를 제외한 것이다.
비무장지대(DMZ)에 38만발, 민통선 이북에 38만9000발, 민통선 이남에 5만발, 서북도서에 6000발, 후방 방공진지에 3000발이 매설되어 있다.
미확인 지뢰지대는 민통선 이북과 이남에 202개가 있다. 정확한 매설 규모는 파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매설된 지뢰는 대인지뢰의 경우 M14, M16A1, M2, M3다. M14는 1955년 미국에서 개발된 대인용 발목 지뢰로서 무게가 112g에 불과해 휴대가 편리하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탐지가 어렵다.
M16A1은 신관에 일정한 압력이 가해지면 2.4m 높이로 도약해서 폭발하며 파편을 뿌린다. 위험반경이 100m 이상에 달해서 자칫하면 1개 분대가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을 정도다.
이와 별도로 한국군은 신형 지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K442 대전차지뢰는 탐지봉이 전차의 바퀴에 접촉하면 폭발한다. 자폭기능을 갖추고 있다.
트럭 등에 설치된 KM138 지뢰살포기를 이용해서 KM74 대인지뢰, KM75 대전차지뢰를 신속하게 살포할 수 있다. 한국군은 KM138을 사용해서 지뢰지대를 만드는 훈련을 지속하는 모양새다.
155㎜포에서 발사되는 지뢰살포탄은 미국에서 대인지뢰용 포탄 수백발을 구매했지만, 수량이 부족해서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실전배치됐던 K421 회로지령탄약(원격운용통제탄)은 아군과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스마트 지뢰다. 적이 나타날 지역에 설치한 뒤, 운용자가 원격조종으로 적을 탐지하고 제압한다.
현재는 기존 지뢰살포기보다 우수한 장비를 개발, 장갑차나 헬기에서도 살포식 지뢰를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북한군이 DMZ 북쪽 지역에서 지뢰를 매설한 것은 지난해 4월. 지뢰 유실 방지를 위한 사방공사 등의 안전 조치 없이 지뢰를 땅에 파묻었다. 호우나 산사태로 유실되면 지뢰가 남쪽으로 내려올 위험이 있는 셈이다.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중 주목되는 것이 나뭇잎 지뢰다. 나뭇잎 지뢰 폭약량은 40여g 정도로 일반적인 대인지뢰(20여g)와 목함지뢰(70여g) 중간 정도의 폭발력을 지닌다. 다만 나뭇잎처럼 생겨서 오인하기가 쉽다.
지뢰는 작지만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과거에는 비인도적 무기로 비난받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핵심 무기체계로서 주목받는 모양새다. 한국군도 지뢰의 운용과 성능 개선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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