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은행원’에 로봇 운영 공장까지…혁신 열차 올라탄 기업들
제조업 분야도 모빌리티 혁신 수요에 적극 대응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인공지능(AI) 분야의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AI 기술을 다양한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AI를 실제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은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 제조,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을 조명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AI 기술 적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활용에는 어려움을 느끼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연구원이 2024년 8월 국내 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인공지능 기술 활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78.4%는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업 생산성 제고와 비용 절감 등 성과 향상을 위해 AI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AI 기술을 실제 경영에 적용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30.6%에 불과했다. 업종별 활용률을 보면 제조업은 23.8%인 반면 서비스업(53.0%), 금융(57.1%), IT 서비스(55.1%) 분야는 50%를 넘어 업종별 편차가 컸다.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기업 347개사 가운데 49%는 향후 기술 도입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기술 및 정보기술 인프라 부족, 비용 부담 등이 주된 요인이었다.
고객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이렇듯 AI 도입의 필요성과 진입장벽이 동시에 높아지는 과도기적인 상황에서도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혁신을 꾀하는 기업들이 있다. 신한은행은 AI를 통해 업무 전체 과정의 80% 수준까지 자동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은행 영업점의 각종 문서 작업 등 비효율적인 업무를 개선하는 것은 은행권의 오랜 숙제였다. 업무 효율성을 개선할수록 업무에 투입되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고객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AI 업무비서 플랫폼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AI 서비스를 종합해 영업점 업무처리의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의미를 담은 'AI ONE' 플랫폼을 영업점에 도입했다. 기존 직원 업무 지원 시스템 'A.I 몰리'를 개편해 다양한 AI 서비스를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은 이를 활용해 업무지식 검색, 주요 시장지표 확인, 마케팅 타깃리스트 작성 등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대출 업무 진행 시 사전·사후 과정에서의 서류 발송, 일정 및 업무 관리용 대시보드 등 영업점에서의 각종 업무를 플랫폼을 통해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AI의 혜택을 받은 것은 임직원뿐만이 아니다. 고객의 편의성을 향상하기 위한 AI 기술도 금융권에 속속 적용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AI 브랜치'는 직원 없이 'AI 은행원'이 고객 응대를 수행하는 무인 창구다. AI 은행원에는 오픈AI 챗GPT처럼 대형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가 적용돼 있다. 고객들은 기존 은행원을 대하듯 AI와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상담하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동안 고객들은 계좌 개설, 체크카드 발급, 외화 환전, 제신고 등 간단하지만 빈번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 불편을 겪어왔다. 대기 시간이 길거나 영업 시간의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이런 번거로움이 일부 해소됐지만 노년층 등 금융취약계층의 불편은 여전했다. 이런 고객들까지 AI 은행원과의 대화를 통해 간편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향후 AI 브랜치는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플랫폼형' 영업점으로서 고객 업무 처리 및 서비스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예정"이라며 "전문업체의 AI 솔루션과 AI 은행원을 통해 확보되는 데이터들과 학습능력을 바탕으로 보다 고도화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컨베이어벨트 사라진 AI 자동차 공장
고객에 대한 금융권의 또 다른 화두는 투자자 보호다. 고객이 안정적인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금융사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를 위해 투자자 보호에 AI 기술을 도입했다. 자사 모바일 앱 'M-STOCK'의 'AI 투자 정보 알림 서비스'를 한층 강화했다. 고객들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기존에 제공되던 단기과열 및 시장경보 지정 알림에 더해 불성실공시 법인, 투자주의 환기종목, 관리종목 지정 알림 등 투자 위험에 대한 알림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
실제 지난해 2월 기준 기존 단기과열 및 시장경보 지정 알림 서비스를 받아본 미래에셋증권 고객 8만4000명은 서비스를 받지 않은 고객보다 약 15% 높은 비율로 종목을 매도해 투자 결정을 더 신속하게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AI 알림 서비스 강화를 통해 투자자들이 투자 위험을 좀 더 조기에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증권 Wealth Tech본부 관계자는 "고객이 좀 더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투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는 제조업 분야에서 더 두드러진다. 시장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대한 혁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이 같은 기술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엔비디아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로보틱스 등 모빌리티 솔루션을 지능화하고 사업 운영 전반에 걸쳐 AI 기술 적용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1년 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등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해 왔다. 현대차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는 그 결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 자동차 공장은 전통적인 컨베이어벨트 대신 로봇과 AI가 주축을 이룬다. 다양한 종류의 로봇이 물류·품질검사·안전 등 전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AI 기술은 이 로봇들을 움직이는 두뇌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벗어나 고객 맞춤형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해졌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또한 HMGICS AIR 센터의 연구원들은 AI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제조업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개발과 테스트가 동시에 가능한 제조 환경에서 AI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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