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대형산불’ 4명 사망…진화대원·공무원 강풍에 고립됐다 참변

이혜영 기자 2025. 3. 22.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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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산불로 10명 사상·이재민 263명…대기 건조·강풍에 이틀째 계속
기상악화 영향 진화율 70%대에서 30%로…일몰 후엔 지상진화 주력
경북 의성에서도 성묘객 실화로 시작된 불 강풍 타고 급속 확산 ‘비상’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3월22일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일대에서 전날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강풍 영향으로 이틀째 진화되지 않는 가운데 진화 작업에 투입됐던 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북 의성에서도 성묘객 실화로 발생한 불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소방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께 산청 시천면 일대 화재 현장에서 산불 진화를 위해 투입된 창녕군 소속 진화대원 8명과 인솔 공무원 1명이 거센 불길에 고립됐다.

소방당국은 산림청으로부터 이같은 신고를 접수하고 구조대원을 급파, 오후 5시께 진화대원 2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구조대는 위치정보시스템(GPS) 추적으로 실종된 진화대원 1명과 공무원 1명에 대한 수색을 이어갔고, 오후 8시께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 2구를 추가로 발견했다. 

구조된 나머지 진화대원 5명은 화상을 입고 진주시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5명 중 4명은 중상, 1명은 경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3월22일 전날 발생한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경남 산청군 시천면 덕천강에서 산불진화헬기가 방화수를 채우고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망·부상자들은 산불 진화 도중 역풍에 고립돼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녕군은 피해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사망자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한 뒤 유족과 장례 절차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틀째 지속된 산불로 주택 7채가 불에 탄 가운데 이재민도 263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21일에는 시천면 점동·구동마을 등 7개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이날에는 같은 면 송하·내공마을 등 8개 마을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3월22일 전날 발생한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경남 산청군 단성면 일대에서 소방헬기가 화재 현장을 분주히 오가고 있다. ⓒ 연합뉴스

3시간 만에 대형 화재로…이틀째 이어지며 진화율 곤두박질

산청 시천면 신천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한 건 지난 21일 오후 3시26분께다.

산림청은 당일 오후 4시20분께 대응 1단계(피해(추정) 면적 10㏊ 이상)를, 오후 6시10분께는 대응 2단계(50㏊ 이상)를 발령했다. 대응 2단계 발령 30분 만인 오후 6시40분께는 올 들어 처음으로 대응 최고 단계인 3단계를 발령했다. 3단계는 피해(추정) 면적 100㏊ 이상, 평균 풍속 초속 7m 이상, 진화(예상) 시간 24시간 이상일 때 발령된다.

산림당국은 밤사이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지상 진화작업을 진행하다가 이날 일출과 동시에 헬기 35대를 순차적으로 투입해 불길을 잡는 데 주력했다. 지상과 공중에서 동시 진화작업이 진행되며 이날 오전 한때 진화율이 75%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기 건조가 이어지고 강풍까지 덮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산 정상 부근에서는 초속 11∼15m 상당의 강풍이 이어졌고, 바람의 영향으로 불길이 다시 거세졌다. 

강풍을 타고 불길이 속수무책으로 번지면서 진화율은 오후 7시 기준 30%까지 떨어졌다. 산불영향구역은 652㏊로 확대됐고, 전체 화선 중 남은 불의 길이는 21.7㎞로 파악됐다.

야간에는 진화 헬기 투입이 불가능해 진화에 장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산림당국은 일몰 이후 1000명 안팎의 인력과 장비 100여 대를 동원해 지상 진화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경남도는 산불로 인한 재난상황의 신속한 수습과 지원을 위해 이날 중앙정부에 도내 산불 현장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다. 정부는 오는 23일 중 산청 등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명균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현재 도와 산림청을 중심으로 소방청, 경찰청, 군부대, 기상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로 총력 대응하고 있다"며 "불이 마을로 확산하지 않게 공중특수전문예방진화대 283명도 투입해 야간 지상 진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3월22일 경북 의성군 의성읍 중리리에서 산불이 옮겨붙은 공장건물에서 주민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묘객 실수로 시작된 불, 축구장 420개 규모 영향권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난 불도 초속 5.6m 강한 바람을 타고 확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산림청에 따르면, 22일 성묘객 실수로 인해 시작된 산불의 진화율은 오후 9시 기준 3%, 산불영향구역은 300㏊(축구장 420개)으로 추정된다. 진화 중인 화선은 18.1㎞로 늘어났다.

한국도로공사는 의성휴게소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로 청주영덕선 서의성IC∼안동분기점 양방향, 중앙선 안동분기점(상주방향) 등 2곳의 차량 운행을 통제했다.

산림당국은 야간 진화 작업에 전문진화대 등 인력 1355명과 진화차 등 장비 124대를 투입했다. 진화 대원들은 방화선을 구축하고 주택 등 민가로 불이 번지는 걸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3월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급격하게 확산하는 가운데 한 주민이 산불이 옮겨붙은 농막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산림청 관계자는 "야간에도 바람이 계속 불고 있고 건조한 날씨로 인해 진화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림 당국은 23일 해가 뜨는 대로 헬기 33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설 방침이다. 

산불 영향으로 의성읍 철파리와 안평면 신월리 등에서 주민 484명(오후 6시 기준)이 의성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했다. 또 의성읍 요양병원 환자 150명은 안동도립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의성군 화재는 묘지를 정리하던 중 불을 낸 성묘객이 직접 119에 신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산림청은 오후 1시5분 산불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40분 뒤 2단계로 격상했다. 그러나 불길이 진압되지 않자 오후 2시10분께 산불 3단계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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