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김형주 감독 "조훈현 국수, 재기 과정이 짧게 나와서 아쉽다고" [영화人]
조훈현, 이창호의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제대결의 이야기를 담은 '승부'를 연출한 김형주 감독을 만났다. 제자로부터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스승과 스승을 꺾어야 정상을 차지할 수 있는 제자 간의 치열한 승부를 그린 이 영화를 김형주 감독은 2021년 개봉예정이었으나 유아인의 마약 투약으로 인해 2025년 3월에야 개봉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살아있는 바둑의 전설인 조훈현 국수는 '승부'의 VIP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봤다고. 감독은 "제가 너무 바빠서 직접 말씀은 못 나눴고 스태프에게 영화 재미있게 보셨다는 걸 전해 들었다. 그때의 감정이나 기분이 순간순간 되살아나더라는 이야기를 하셨다더라. 그리고 영화에서 이병헌이 한 것처럼 좋은 선생이었나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보셨다고. 아쉬웠던 부분은 자신이 이창호에게 패배한 이후 재기하는 과정이 영화에서는 축약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너무나 힘들고 지난한 과정이었다고,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고 하시더라."라며 조훈현의 영화 시사 후기를 전했다.
영화 속에서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배하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어찌할 줄 몰라하는 조훈현을 연기한 이병헌의 연기는 대단했다. 김형주 감독은 이 장면을 본인에게 보여주는 게 조마조마했었다고 하며 "다행히 특별한 언급이 없으셨다. 애초에 조훈현이라는 이름을 써서, 예전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허락을 구하고 나서부터는 알아서 하라시며 쿨하게 말씀을 해주셨다. 조훈현 국수가 당부한 건 딱 두 가지였다. 바둑돌을 제대로 잡으면 좋겠다는 말씀과 바둑소재의 영화에서 폭력적인 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는 자유롭게 하라고 하셨다"며 특별한 당부가 어떤 것이었는지 알렸다.
영화 속 또 다른 주인공인 이창호 국수도 시사를 했냐는 질문에 감독은 "하필 그날 이창호 국수가 대국이 있는 날이어서 못 오셨다. 다행히 그날 대국에서 승리를 하셨다고."라고 전하며 "촬영 준비하면서부터도 유아인과의 만남은 완강하게 거부하시더라. 미디어의 노출을 극도로 싫어하셨다"며 이창호 국수의 스타일을 전했다.
이병헌 배우는 조훈현 국수를 만나 직접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고 했지만 이창호를 만나보지 못한 유아인은 실제 인물을 어떻게 연구했을까. 감독은 시나리오와 함께 '승부'라는 다큐멘터리를 추천했다고 한다. "이병헌 선배도 그렇고 유아인에게도 그 다큐멘터리를 먼저 보게 했다. 자료 조사를 한 것도 보내드렸다. 워낙 알아서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라 그렇게 준비했다."며 두 배우가 다큐멘터리나 여러 방송자료들을 보며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했음을 알렸다.
영화 속 많은 장면들이 실제와 비슷한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다. 조훈현과 이창호의 대국에서 실제 이창호는 조훈현의 수를 기다리다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다.
감독은 "사제간의 대결이 잔인하고 두 사람에게 처절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했다. 그런데 이창호가 조는 모습은 두 사람의 감정 흐름이나 대결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이와 비슷하게 했던 고민은 이병헌이 초반에 노래를 흥얼거리는 부분이었다. 원래 조훈현의 18번은 '낭랑 18세' '남행열차'인데 선곡을 하는데 고심을 했다. 바둑을 우습게 여기는 건 아니고 상대를 놀리는 수준의 곡으로 결국 '이별의 부산 정거장'으로 선택했다"며 실제를 기반으로 하되 영화적으로 만든 부분을 설명했다.
유아인의 마약 투약으로 인한 비난과 별개로 이병헌에 이어 유아인까지 캐스팅하며 만족했다는 김형주 감독은 "테스트 촬영 때가 생각난다. 두 배우가 앉아있는 걸 모니터로 보는 순간 심장이 멎을 정도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그게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첫 대국이 첫 촬영이었다. 카메라 앞에 서는 이병헌은 조훈현 국수가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특유의 입매, 눈빛, 제스처를 준비하고 캐릭터를 씹어먹고 오셔서 너무 싱크가 높더라. 이병헌은 뭘 해도 근사하게 해 주시더라. 멋을 억지로 짜내는 게 아니라 너무 근사했다. 마지막 엔딩과 짧은 내레이션에서도 지난했던 대결의 세월이 묻어 나오더라"며 배우들의 연기를 만족해했다.
유아인이라는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승부'는 언론시사 이후 호평을 받고 있다. 김형주 감독은 "이제 화살은 저에게서 떠났다. 대중 영화를 만드는 감독 입장에서는 손익분기를 넘기는 게 감독으로의 미덕이라 생각한다. 딱 그 정도만 되면 좋겠고, 극장에 오래오래 걸리길 바란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주)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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