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크라 ‘광물협정’ 통해 원전 등 다른 자산도 원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에 자포리자 원전과 같은 우크라이나 내 다른 경제적 자산도 포함하려 한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현지 시각 21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 두 명은 FT에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광물 공동투자 펀드의 소유권과 통제권에 관한 세부 조항에 동의하고, 협정을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해 우크라이나 원전과 같은 다른 경제 자산을 미국 소유로 하는 데 동의하길 원한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최대 원전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이후 공개된 바 있습니다.

당시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안보 문제와 더불어 우크라이나의 전력 공급망과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서도 논의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전력 및 유틸리티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원전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원전을 소유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인프라를 보호하고 에너지 인프라를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논의 대상이 된 원전은 현재 러시아 수중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이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단 하나의 핵시설, 즉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에 대해 논의했다고 확인해줬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가 원전을 돌려받는다면 미국이 원전의 현대화 및 투자에 참여하는 식으로 소유권을 갖는 방안을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남동쪽으로 650㎞ 떨어진 드니프로 강에 위치해 있으며, 러시아의 침공전이 시작된 직후인 2022년 3월부터 러시아군의 통제 속에 있습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협정은 지난달 28일 서명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설전 끝에 ‘노딜 파국’으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미국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등에 대한 대가를 내세워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 묻힌 희토류 등 주요 광물에 대한 채굴권을 요구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협정을 맺는 대신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을 안전보장을 요구해왔지만, 미국은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안보 보장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와 희토류 광물협정을 매우 곧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미국과의 협상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고위당국자 두 명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광물협정의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그들이(미국이) 더 큰 규모의 협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 요구를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미국의 원전 소유 욕심은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야당 의원인 이나 소프쑤니는 엑스(X·옛 트위터)에 쓴 글에서 “전략적 부문을 외국에 넘기는 것이 언제부터 안보와 같은 것이 되었냐”며 “보호라기보다는 인수에 가깝게 들린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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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아 기자 (gina@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