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와 MBK[전성인의 난세직필](36)

2025. 3. 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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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홈플러스 공동대표)이 3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서 답변을 마친 후 묵례하고 있다. 뒤에는 참고인으로 나온 최철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사무국장이 앉아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홈플러스가 지난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법원은 개시 결정을 내렸다. 홈플러스와 거래 관계에 있는 모든 관계자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홈플러스 채권자들은 밤잠을 설치게 생겼다.

홈플러스와 그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대한 비난도 고조되고 있다. 급기야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3월 18일 긴급 현안 질의를 통해 홈플러스와 MBK를 성토하고 대주주인 MBK의 책임론을 부각했다.

이하에서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몇 가지 중요한 쟁점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나는 홈플러스, MBK, 또는 다른 채권자들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따라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려고 한다. 다만 필자의 서술이 일부 관계자들에게는 ‘얄미운 주장’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게 빚잔치의 숙명임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워크아웃 절차 안 거치고 회생절차로 직행

첫째, 이번 사태가 소위 워크아웃 절차를 거치지 않고 회생절차로 직행한 사건이라는 점을 가장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회생과 채무조정의 칼자루는 거대 금융회사나 금융위원회 관료들이 아니라 회생법원 판사와 현재의 경영진, 즉 MBK가 쥐게 됐다. 적용되는 법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이 아니라 채무자회생법이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원래 이렇게 되는 것이 옳다. 금융위원회가 회생법원을 제쳐놓고 막후에서 이래라저래라하는 기촉법 절차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둘째, 홈플러스가 ‘도둑처럼 은밀하게’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도 당연하다. 회생절차의 독특한 측면 중 하나가 채무동결(보전처분과 중지 명령)이다. 그런데 채무동결이 예상되면 채권자들은 그냥 가만히 손 놓고 기다리고 있겠는가? 그렇지 않다. 한시라도 빨리 채무자에게 달려가 돈이건 값나가는 물건이건 들고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한 명의 채권자가 뛰어가면 결국 모든 채권자가 뛰어갈 수밖에 없다. 즉 채무동결이 예상되면 각종 상환요구가 쇄도할 것이 당연하므로 회생절차 신청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

셋째, 일부에서는 홈플러스가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된 것을 기화로 회생절차를 신청한 점을 문제 삼는다. 물론 신용등급의 하향 조정 그 자체는 회생절차 개시 신청의 원인이 될 수 없다. 다만 그것이 변제 가능성을 현저하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할 수 있는 사유는 두 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경우”(제34조 제1항 제1호)이기 때문이다. 물론 판단은 회생법원의 몫이다. 그런데 회생법원은 이미 개시 결정을 통해 판단을 내렸다. 따라서 이 부분도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한다.

회생절차 은폐한 채 채무 조달 땐 ‘형법상 사기’

이제부터는 훨씬 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들을 살펴보자.

넷째, 많은 사람이 회생절차 신청에 임박해 홈플러스가 직접 채무를 조달하거나, 혹은 홈플러스와 관련해 제3자가 조달한 채무의 적법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이것은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조금 더 세분해 보자.

먼저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개시를 염두에 두고도 이를 은폐한 채 태연자약하게 채무를 조달했다면 그것은 거의 형법상 사기에 해당하고, 자본시장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면 자본시장법상 부정한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반대로 만일 홈플러스의 채무 조달과 회생절차 신청이 (시간의 인접성에도 불구하고) 서로 별개의 사건이라면 형사적 문제는 사라질 수 있지만 그래도 민사적 문제는 남을 수 있다. 채무증권의 판매 과정에서 판매자가 투자자에게 신용등급의 하향조정에 따른 위험성을 충분하게 설명했는지 등의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홈플러스가 직접적인 채무자가 아닌 경우는 조금 더 미묘하다. 예를 들어 홈플러스가 납부해야 할 카드 대금을 카드회사가 유동화하고 이를 기초로 채권을 발행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일차적으로 홈플러스는 카드회사에 카드 대금을 납부해야 할 책임이 있는 채무자다. 그러나 홈플러스와 유동화 채권과의 관련성은 단절될 가능성이 크다. 유동화 채권의 투자자는 일차적으로 유동화 채권의 발행회사와 다퉈야 한다.

다섯째,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염두에 두면서도 일부 채권자에게 먼저 채무를 변제한 경우나,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 특정 채권자에 대해서만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두 가지 경우 모두 특정 채권자를 우대함으로써 나머지 대다수 채권자의 권익을 침해한 것이므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대부분 부인권의 대상이 되어 해당 변제가 무효처리되고 변제 금액은 회사로 반환될 가능성이 크다. 후자의 경우는 법원의 허락이나 명시적인 법률상의 예외 규정이 없이는 채권자 평등의 원칙에 반하므로 금기시된다. 그러나 일상에서 상거래 채권을 변제하지 않는 경우 채무자 회사의 순탄한 회생을 기약하기 어려우므로 통상적으로는 법원의 허락을 얻어 상거래 채권이나 임금 등을 정상적으로 변제한다.

여섯째,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의 문제다. 현재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전가의 보도처럼 ‘대주주의 사재 출연’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에 반대한다. 모든 주주는 원칙적으로 출자자 책임을 지면 그것으로 족하고, 대주주가 추가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는 사실상의 업무집행지시자의 책임처럼 대주주의 불법 행위가 ‘주식회사라는 장막을 뚫고’ 민사적 책임 발생에 기여한 경우에 한해야 한다. 그 책임은 사회적 압박이 아니라 소송을 통해 다투는 것이 원칙이다.

마지막 문제는 기업회생이 아니라 인수합병에 관한 논점이다. 그것은 애초에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데 사용한 차입매수(LBO) 방식이 적법했는가 하는 점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차입매수는 ‘사기적 기업가치 이전’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이 방식에 별문제가 없으며, 특히 사모펀드는 이 방식을 규제할 경우 먹고살 수가 없다며 규제를 반대한 곳이 금융위원회였다. 우리나라의 사모펀드는 그렇게 탄생했다.

지난 3월 19일, 금융감독원은 MBK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참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애초에 울타리를 튼튼하게 만들었다면 하지 않거나 범위를 좁힐 수도 있었던 조사를 지금에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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