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업 잘돼야 나라도 잘돼”… 이재용 “미래 청년 위해 투자 지속”

삼성 싸피 멀티캠퍼스서 첫 회동
李, 1시간여 머무르며 간담회
“정부, 지원 넘어 투자도 필요”
중도 겨냥 우클릭 행보 강조
비공개 환담선 對美 대응 논의
반도체 특별법 등은 언급 안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처음으로 공식 회동했다. 이 대표는 이 회장에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돼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산다”며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청년 일자리’가 주요 의제로 올라왔으나 이 대표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도 재차 언급하며 중도보수를 공략하기 위한 경제 행보도 빼놓지 않았다.

이 대표와 이 회장은 서울 강남 역삼동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싸피)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 위기 속 청년들의 취업방안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미래 먹거리 등에 대해 논의했다.

손 맞잡은 李·李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20일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역삼 SSAFY 서울캠퍼스에서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로비에 마중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 추진, 여야 연금개혁안 협상 등의 주요 현안이 진행되는 가운데 1시간 넘게 싸피에 머무르며 강의실을 방문하고 교육생과 간담회도 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이 대표는 이 회장을 만나 “모두를 위한 삼성이 되기를, 경제 성장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견인차 역할을 잘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훌륭한 생태계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우리 사회와의 동행이란 이름 아래,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까지 (싸피를) 끌고 왔다”며 지속해서 청년 육성에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싸피는 삼성이 국내 소프트웨어(SW)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고 청년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18년부터 시작한 교육 과정이다. 매년 청년 2000명을 모집, 1600시간 동안 집중 교육해 ‘실전형 SW 개발자’를 양성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 현장 간담회'를 마친 뒤 아카데미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정부의 기업에 대한 투자도 강조했다. 한 싸피 교육생의 ‘알맞은 AI 성장정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 대표는 “정부 역할에서 제일 중요한 건 기본적 토대를 잘 갖춰주는 것”이라며 인프라 구축을 정부의 과제로 꼽았다. 이어 “정부가 지금까지 지원에 그쳤다면 안전성이 담보된다는 전제하에서 정부도 직접 투자에 참여해야 되지 않나 싶다”며 정부 투자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최근 AI 등 기술혁신으로 미래인재 확보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부상함에 따라 국가 차원의 인재육성 중요성을 정치권과 공유하기 위해 싸피에서 이 대표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우수 두뇌의 해외유출과 기술 인재 확보가 시급한 현안이다.

이 대표와 이 회장은 약 10분간 진행된 비공개 환담에서 청년 일자리를 비롯해 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기업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과 반도체 연구직에 ‘주 52시간’예외를 적용하는 ‘반도체 특별법’ 등 민감한 사안은 논의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우석·송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