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경찰관·공무원, 고령 과학자 활용하자”…고령화 시대, 은퇴자 활용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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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폴리스’ 뜨자 자전거 절도 ‘뚝’
세종시는 지난달부터 퇴직경찰관 10명으로 구성한 ‘시니어 폴리스’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오후 2시~5시까지, 주 5일 관내 학원가를 돌며 자전거 잠금장치 계도 등 절도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개인형 이동장치(PM)와 이륜차 위반행위 촬영, 안전신문고를 통한 공익신고 등 범죄예방 활동도 한다. 한 달에 75만원 정도를 받는다.
이들은 퇴직 경찰 단체인 경우회에서 현장 근무경험과 체력 등을 평가해 선발한 베테랑이다. 시니어 폴리스 소속 김장우(62)씨는 “퇴직 후에도 일주일에 4번씩 수영장에 나가 체력을 길렀다”며 “함께 일하는 대원 대부분 수사 파트, 지구대파출소 등 30년 이상 경력자다. 마라톤이나 사이클, 파크골프 등으로 젊은이 못지 않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자치경찰위원회 관계자는 “세종시는 자전거 이용률이 높다보니 절도 사건도 그만큼 많다”며 “시니어 폴리스 운영으로 아름동 지역 자전거 절도 사건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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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공무원, 상담·감사·화재예방 활약
강원 인제군은 2023년부터 퇴직 공무원을 활용한 ‘민원상담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민원상담관으로 지정된 퇴직공무원 6명이 군청 민원실과 농업기술센터, 행정복지센터에 상주하며 도로·하천 불편사항, 각종 생활 민원 등 처리를 돕는다. 행정동우회를 통해 행정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추천받아 위촉했다. 인제군 관계자는 “민원실을 찾는 분들은 대개 고령인 데다 대기자가 많으면 긴 시간 응대할 수가 없다”며 “상담관 도입 이후 민원 처리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민원상담관 실적은 도입 첫해 601건에서 2024년 1337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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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은퇴자 직업훈련 프로그램
정부도 퇴직 공무원 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2017년부터 퇴직자들의 전문성을 활용한 사회공헌 사업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50억원을 투입해 민생치안·악성 민원 대응·재난대비 등 49개 사업에 참가자를 모집한다. 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약 10% 올리고, 참여 인원도 371명에서 401명으로 늘렸다. 1인당 활동비로 월 150만원을 지원한다.
인사혁신처는 퇴직 소방공무원 출신 안전지킴이(경기도), 퇴직 해양경찰관을 활용한 ‘영세 선박 해양오염 예방 컨설팅’(해양경찰청), 보이스 피싱 수사 경험이 있는 경찰관으로 구성된 ‘금융범죄예방관’(충북경찰청) 등을 지난해 활동 성과로 꼽았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조만간 공모를 거쳐 사업 참여자를 선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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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과학자 모시자” 경북, 과학자마을 조성
경북도는 은퇴한 과학자들이 모여 살며 연구를 할 수 있는 ‘K-과학자마을’을 조성한다. ‘K-과학자마을’은 은퇴 과학자의 거주와 연구, 후학 양성, 창업 등을 융합해 하나의 단지에서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꾸며진다. 48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만8076㎡ 부지에 주택 45세대와 공유사무실, 콘퍼런스홀 등을 갖춘 주민공동시설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반기부터 은퇴 과학자 15명을 선발하는 한편 경북연구원에 K-과학자 지원조직을 신설할 방침이다.
대덕 연구단지가 있는 대전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시니어 과학기술인을 지원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국회의원(대전 유성을)은 최근 은퇴 과학기술인의 전문 지식과 능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의 ‘과학기술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황 의원은 “시니어 과학기술인은 오랜 과학기술 경험과 학식으로 국가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소중한 인적 자산”이라며 “과학기술 인력이 체계적으로 관리·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숙련 은퇴자를 재고용하면 재취업 교육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소매업 등 15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세 이상 고령자 채용 유형으로 소속 퇴직자의 재고용이 응답 기업의 7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재고용과 재취업(타 직장 퇴직자 고용) 병행은 21.7%, 재취업만 활용하는 경우는 3.3%에 불과했다.
재고용한 기업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02점으로 높았다. 심재운 부산상의 경제정책본부장은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정년 연장 논의와 함께 재고용 제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인제·안동=최종권·박진호·김정석 기자, 문희철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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