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다른 세계에 살아, 슈퍼히어로"…멀티히트→1홈런 2볼넷, 오타니 향한 '특급 리스펙' [MD도쿄]
[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박승환 기자] "혼자만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오타니 쇼헤이는 19일 일본 도쿄 분쿄구 도쿄돔구장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도쿄시리즈 2차전 시카고 컵스와 맞대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2볼넷을 기록하며, LA 다저스가 개막시리즈 2경기를 모두 쓸어 담는데 선봉장에 섰다.
개막전에서 '천적' 이마나가 쇼타를 상대로 힘을 쓰지 못하던 오타니는 경기 중반부터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더니, 2안타 2득점으로 활약했다. 첫 득점은 다저스의 승리로 이어지는 결승 득점이 됐고, 두 번째 득점은 승기에 쐐기를 박는 득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차전 또한 오타니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
오타니는 1회부터 홈런에 가까운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어냈지만, 컵스 선발 저스틴 스틸을 상대로 두 타석 연속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 컵스의 바뀐 투수 네이트 피어슨이 던진 5구째 99.1마일(약 159.5km)의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로 형성되자, 마치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오타니가 친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나갔는데, 홈런으로 보였던 타구가 다시 그라운드로 떨어지며 애매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2루심은 홈런을 선언했고, 비디오 판독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변함은 없었다. 그리고 최종 홈런이 선언되자, 도쿄돔은 엄청난 함성 소리로 가득찼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오타니는 득점과 연이 닿진 않았으나, 4~5번째 타석에서 모두 볼넷을 얻어내며 '3출루' 경기를 완성, 다시 한번 다저스의 승리를 견인했다.
다저스와 컵스에는 오타니 외에도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 이마나가 쇼타, 스즈키 세이야까지 4명의 일본인 선수가 더 있다. 하지만 도쿄시리즈는 사실 오타니를 위한 무대라고 봐도 무방했다. 도쿄돔에 설치된 도쿄시리즈 공식 굿즈 판매 장소에는 오타니와 관련된 굿즈만으로 가득 도배가 될 정도였는데, 뚜껑을 열어본 결과도 오타니가 주인공이었다.
이제는 너무나도 식상한 수준이지만,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을 비롯해 2025년 메이저리그 1호 홈런의 주인공인 '한국계' 토미 에드먼이 오타니를 향해 찬사를 쏟아냈다. 로버츠 감독은 일본에 도착한 뒤 오타니의 인기를 실감, 오타니가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감탄을 쏟아냈는데, 이날 경기가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사령탑은 "이 상황에서 결과를 남기는, 부담감 속에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는 것에 분명히 놀라지 않았다. 도쿄돔 공식전에서 홈런을 쳤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라 생각하고, 훌륭한 결과였다"며 "오타니는 모두와 마찬가지로 매일 아침 바지를 입고 야구장으로 출근한다. 슈퍼 히어로에 가까운 선수가 오타니"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날 오타니가 홈런을 터뜨리지 않았다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을 1호 홈런의 주인공 에드먼도 마찬가지였다. 에드먼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타니에 대한 물음을 받자 "정말 큰 무대에서 해준다는 느낌이 든다"며 "다들 열심히 노력하지만, 오타니는 비디오 게임을 보는 것 같다. 혼자만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천하의 오타니도 개막전 만큼은 긴장을 했었다고 밝혔는데, 일본 팬들 앞에서 첫 홈런을 터뜨린 만큼 경기 후 오타니의 얼굴엔 보다 여유가 느껴졌다. 오타니는 "정말 이겨서 기쁘고, 어떻게든 한 방이 나와서 마음이 놓인다. 넘어갈 줄 알았는데, 조금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홈런을 칠 수 있어서 기쁘다. 어제 홈런이 나오지 않았는데, 메이저리그다운 힘 있는 홈런이 나와서 멋진 야구였다고 생각한다"고 기뻐하며 "도쿄에서 2연승을 했기 때문에 올해 멋진 해가 될 수 있도록, 다시 우승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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