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자 추방 제동 건 판사에게 “좌파 미치광이”
대법원장, 이례적 성명 “부적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밀어붙이고 있는 불법 이민자 추방, 연방 정부 구조조정,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프로그램 폐기 등에 대해 제동을 거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이고 법원을 공격하자, 대법원장이 이례적으로 비판 성명을 냈다. 트럼프 2기의 폭주로 인해 입법·사법·행정부 간 견제와 균형으로 미국 국가 체제를 지탱해온 삼권분립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18일 성명을 내고 “지난 200년 이상 (법관) 탄핵은 사법부 결정을 둘러싼 이견에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돼 왔다”며 “정상적인 항소심 절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가 자신이 지시한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 추방에 제동을 건 제임스 보스버그 워싱턴 DC 연방법원 판사에게 막말을 퍼부으며 비난하자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우려를 표한 것이다. 보스버그 판사는 지난 15일 트럼프 정부가 1798년 제정된 적성국국민법을 근거로 베네수엘라 이민자 200여 명을 강제 추방하려 하자 일시 중지를 명령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무시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태운 비행기를 엘살바도르로 보냈다. 그러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다 보스버그 판사를 ‘좌파 미치광이이자 골칫덩어리, 선동가’라고 비난하면서 “나처럼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게 아니라 슬프게도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지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유권자들이 바라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이 판사는 탄핵돼야 한다”고 했다.
그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에서 지명된 인물임을 강조해 이번 판결이 편파적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탄핵까지 거론한 것이다. 톰 호먼 백악관 국경 차르(총책임자)도 “나는 판사들이나 좌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법원 판결을 무시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같은 트럼프의 행보에는 대선 압승에 따른 자신감과 자신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재판부에 대한 적개심, 6대3 보수 우위 구도인 대법원이 최종심에서는 자신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계산 등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메릴랜드주 연방법원은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직원 1만여 명 중 294명만 남기고 해고하는 구조조정 작업을 중단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워싱턴 DC 연방법원도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금지한 트럼프 행정명령이 위헌이라며 일시 중단을 명령했다. 하지만 정부 구조조정과 DEI 프로그램 폐지를 핵심 국정 과제로 밀어붙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 추방처럼 법원 판결을 무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삼권분립의 경계선을 밀어붙이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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