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해리포터는 우리 당, 다스베이더는 반대 당

이영완 기자 2025. 3. 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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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영화 주인공들이 나와 같이 투표장에 가면 누구에게 표를 던질까.

사람들은 히어로라면 당연히 내가 지지하는 당의 후보에 표를 주고, 빌런(악당)은 반대 당을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히어로는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좋은' 정치인이 내가 지지하는 당 소속이고, '나쁜' 정치인은 반대 정당 소속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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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와 빌런에 당파적 입장 투영
미담과 추문도 정당 따라 달리 기억
“사회분열 극복하려면 편견 인식해야”
영국과 미국 사람들은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는 자신과 같은 정당에 투표하고 빌런은 상대 당을 택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파성을 가상 캐릭터에도 투영하는 것이다./DALL-E

만약 영화 주인공들이 나와 같이 투표장에 가면 누구에게 표를 던질까. 사람들은 히어로라면 당연히 내가 지지하는 당의 후보에 표를 주고, 빌런(악당)은 반대 당을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뉴스를 봐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만 좋게 왜곡된 정보를 기억한다. 전문가들은 모든 곳에 자신의 성향을 투영하는 현상이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긴다고 분석했다.

◇영화 속 가상 캐릭터에 당파성 투영

영국 사우샘프턴대 정치국제관계학과의 스튜어트 턴불-듀가트(Stuart Turnbull-Dugarte) 교수 연구진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정치과학 연구와 방법’에 “미국과 영국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상의 인물은 자신의 투표 선호도를 공유할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 싫어하는 인물은 반대 방향으로 투표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히어로는 내 편, 빌런은 반대 편을 찍는다는 말이다.

사우샘프턴대와 오스트리아 빈대학 연구진은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1600명씩, 총 3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마블과 디즈니가 만든 영화와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 스타워즈 등 유명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를 제시하고, 영국에서는 노동당이나 보수당, 미국에서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큰 캐릭터를 선택하라고 했다. 동시에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소속 정당도 물었다.

조사 결과 사람들은 빌런보다 히어로에게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투영할 가능성이 20% 더 높았다. 히어로는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빌런은 반대하는 정당에 투표한다고 답하는 확률이 20% 더 높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정치적 투영이 정치의 양극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턴불-듀가트 교수는 “만약 우리가 ‘악당’을 상대편에 속한 것으로 간주한다면, 그 집단에 점점 더 많은 부정적인 속성을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로 인해 특정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편견을 더 강화하는 가짜 정보에 더 잘 넘어간다”고 말했다.

영화에 나오는 가상의 캐릭터들. 사람들은 왼쪽의 해리포터(위)와 스파이더맨(아래)은 자신과 같은 당에 투표하고, 빌런인 오른쪽 다스베이더(위)와 크루엘라 드 빌(아래)는 반대 당을 지지한다고 생각한다./워너 브러더스, 마블, 워너 브라더스, 디즈니

◇정보도 정치적 편견 따라 왜곡 기억

실제로 연구진은 미담(美談)이면 우리 당 사람이고, 추문(醜聞)이면 반대 당 얘기로 생각하는 편견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말하자면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좋은’ 정치인이 내가 지지하는 당 소속이고, ‘나쁜’ 정치인은 반대 정당 소속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두 번째 연구에서 영국인 1600여 명에게 지역구 의원에 대한 두 가지 대조적인 뉴스 기사를 보여줬다. 한 기사는 의원이 지역 자선단체에 기부한 내용이고, 다른 기사는 의원이 자선단체에서 돈을 훔친 이야기였다. 연구진은 이후 해당 뉴스가 어느 당 의원에 대한 것인지 물었다.

사실 두 뉴스 모두 해당 의원이 어느 정당 소속인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6명 중 1명꼴로 해당 의원이 어느 정당 소속인지 기억하고 있다고 하면서, 자선 기부자는 지지하는 정당 소속으로, 도둑은 반대 당 소속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파성이 기억마저 왜곡하는 셈이다.

뉴스를 본 적이 없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들에게 어느 당 의원인지 추측해보라고 하자 역시 당파적 성향에 따라 추측했다. 턴불-듀가트 교수는 “갈수록 심해지는 정치적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런 당파적 성향과 편견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은 영화처럼 히어로와 빌런이 싸우는 단순한 세상이 아니다. 정치를 두고 사회가 극한적으로 분열되지 않으려면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악당이라고 보는 생각부터 고쳐야 할 일이다.

참고 자료

Political Science Research & Method(2025), DOI: https://doi.org/10.1017/psrm.20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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