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백설공주', 디즈니식 올바름 곳곳에 담았네
[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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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백설공주>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 디즈니의 공주들은 전 세계 수많은 팬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왔다. 그중 디즈니 최초 프린세스 '백설공주'가 88년 만에 실사화됐다. 그림 형제의 잔혹동화 원작을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는 공주 라인의 장녀로서 갖는 의미가 남달랐다.
하지만 라틴계 배우 레이첼 지글러의 캐스팅 소식에 팬들이 반발했다.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행사를 축소한 디즈니 측은 런던 프리미어 시사회와 레드카펫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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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백설공주> 스틸컷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새엄마는 왕을 멀리 원정 보내며 왕국을 자치한다. 왕비로서 통솔권을 장악하며 백설공주의 모든 것을 빼앗는다. 하루아침에 공주에서 하녀로 전락한 백설공주는 왕국의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올곧은 성정을 잃지 않는다.
한편,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은 왕비는 매일 마법 거울로 미인 타이틀까지 차지하며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날을 보낸다. 그러나 점차 자신에게 대적하는 백설공주를 보며 다시 욕망이 불타오른다.
쥐도 새도 모르게 백설공주를 없앨 계획을 지시했지만 차마 죽일 수 없었던 사냥꾼의 도움으로 백설공주는 깊은 숲속으로 도망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광부로 일하던 일곱 난쟁이를 만나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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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백설공주> 스틸컷 |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영화는 디즈니의 가치인 정치적 올바름이 곳곳에 녹아 있다. 공주의 피부색을 바꾼 데 이어 조나단이 이끄는 도적단의 일원 중에는 왜소증 배우도 있다. 백성은 아시아 인종까지 아우르며 다양성을 강조했다. 시그니처인 복장, 사과, 백마, 난쟁이 등 기본은 지키되 한껏 상상력을 동원했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이름의 설정이다. 피부가 하얀 대신 눈보라가 심하던 날 태어나 백설공주라는 정체성을 얻는다. 새하얀 피부와 빨간 입술, 흑단처럼 까만 머리 색깔 때문에 백설공주라는 이름인 대신 시대에 맞게 재해석했다.
원작은 독일계 여성으로 외적인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실사에서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선대 왕으로부터 배웠던 따스함이 온 나라에 퍼져 사람, 요정, 동물까지 끌어안는다. 선한 이타심으로 악한 마음마저 녹여버리는 희망이다. 공감과 배려를 무기로 자연스러운 화합과 연대를 이루어가는 공동체, 다정하고 친근한 리더의 자질을 보여준다. 위기의 순간에도 왕자의 도움 따위는 받지 않는다. 스스로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고, 왕비의 횡포에 맞서며 자신과 왕국을 되찾아간다.
반면 거울 앞에서 1등만을 노리는 왕비는 외모에만 집착하는 독재자로 그려진다. 한 나라를 통솔하는 능력보다 사치를 일삼는 허영 덩어리인 모습이다. 굶주린 백성들과 식량을 나누자는 백설공주와 혼자 독식하려는 왕비의 가치관 대립이 이어진다. 왕비가 권력을 잡자 생기를 잃어버린 마을 분위기는 공포정치의 폐해를 직관적으로 담는다.
다만, 외적 아름다움 보다 내면의 진실함을 강조한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공주의 모습도 여러 논란은 피할 수 없겠다. 라틴계 배우 레이첼 지글러 자체의 매력이 백설공주와 잘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다. CG로 탄생한 일곱 난쟁이를 그로테스크하게 만들어 불쾌한 골짜기를 유발하기도 한다. 백마 탄 왕자 대신 숲속으로 쫓겨난 도적단의 리더 '조나단(앤드류 버냅)'과 백설공주의 아빠는 모두 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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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백설공주>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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