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믹스, 뿌리 깊은 변주 'Fe3O4: FORWARD' [뉴트랙 쿨리뷰]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일본 아이돌의 신곡이 에스파의 'Whiplash(위플래시)'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곡의 변주 구간이 'Whiplash'의 후렴구와 상당히 흡사하다는 점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이 노래가 화제를 모은 이유는 정작 따로 있었다. 'Whiplash'와의 유사성은 둘째치고, 곡 변주 과정에서 두 개의 자아가 충돌하는 듯한 강한 위화감을 자아낸다는 점이었다. 마치 김치찌개에 케이크를 넣은 것처럼 혼탁한 이질감이 든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곡 관련한 게시물에는 댓글이 쏟아질 만큼 반응이 들끓었는데, 이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엔믹스도 이 정도는 안한다"라는 글이다. 이 댓글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좋아요'가 눌렸고, 관련 게시물마다 심심찮게 언급됐다.
이 댓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엔믹스(NMIXX)가 변주의 아이콘이 됐다는 점이다. 데뷔곡 'O.O(오오)'부터 시작해 'DICE(다이스)', 그리고 이후의 곡들까지. 엔믹스의 노래는 때와 흐름을 가리지 않고 불쑥 분위기를 전복해 장르를 갈아 끼웠다. 이들은 이를 '믹스팝'이라고 명명한다. 단순한 템포 변화나 사운드 추가가 아니라, 아예 다른 곡이 끼어든 듯한 강한 대비를 활용했다. 이러한 시도는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과감한 구성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그러나 변주 자체의 개연성과 이음새, 그리고 사운드의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엔믹스 고유의 정체성으로 인정받았다.
변주의 이음새가 어설프면 그건 그저 이질적인 충돌에 불과하다. 어설픈 것이 더 애석한 법이다. 엔믹스의 노래는 일정 기간의 적응이 필요하지만, 어설프다고 느껴지는 허술한 지점은 없다. 독특하게 느끼지는 낯섦이 있을 따름이다. 어설프면 놀림을 받지만, 낯섦은 경계를 받는다. 경계는 감각을 더 예민하게 파고든다. 그 오묘한 긴장감을 품은 채 3년 동안 부단하게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온 엔믹스는 서서히 그 안의 매력을 키우면서 존재감도 틔웠다.
지난 17일 발매한 미니 4집 'Fe3O4: FORWARD(에프이쓰리오포: 포워드)'는 이러한 엔믹스 음악의 만개다. 압도적인 퀄리티의 선공개 곡 'High Horse(하이 홀스)'로 예사롭지 않게 포고를 하더니, 본 앨범으로 그동안 구축해 온 변주의 미학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으며 "두 발이 붕 뜨게 만드는"('KNOW ABOUT ME') 온 감각이 달뜨는 음률을 만들어냈다.
미니 4집의 트랙들은 변주 사용 방식이 더욱 세련되고 자연스럽다. 변주 지점이 지나치게 실험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조율해 곡의 듣는 재미는 물론이고 완성도까지 높였다. 서사의 맥락 속에서 변화를 설계하면서 곡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것이다. 엔믹스의 작업물을 설명하며 그 어느 때보다 '대중성'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어색하지 않은 앨범(타이틀 곡, 선공개 곡에 거의 한정이긴 하다)이다.
이 앨범의 타이틀 곡 'KNOW ABOUT ME(노우 어바웃 미)'는 트렌디한 트랩 비트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단순한 힙합 트랙이 아닌 그들만의 색채를 유지한 곡이다. 곡이 시작되자마자 깔리는 전주는 신비로운 신스와 트랩 드럼으로 묘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사운드스케이프의 대비도 흥미롭다. 무심한 듯한 보컬이 전반부를 지배하다가, 특정 순간마다 폭발하는 에너지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무심함과 격렬함의 공존과 이로 인한 순간의 전율은 엔믹스가 가진 고유의 음악적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KNOW ABOUT ME'는 대체로 차분하지만, 때때로 과감한 리듬 변화를 통해 긴장을 주며 완급 조절이 유려하게 진행된다. '차분하면서도 강렬하다'라는 표현이 적격인 듯한데, 이 두 가지의 공존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요소의 결합이다.
수록곡 중에 'Golden Recipe 3(골든 레시피 3)'와 'Slingshot (<★)(슬링샷)'이 가장 실험적인 트랙이다. 두 곡은 빠르게 익숙해지지 않는 난해함이 다소 있다. 반면 'High Horse'와 'Papillon(파피용)'은 비교적 이질감이 덜한 유연한 사운드 흐름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엔믹스가 꾸준히 탐구해 온 '예측 불가능한 서사'를 승계하면서, 한층 정제된 변주 방식에 대한 대답이다. 'Fe3O4: FORWARD'는 실험성과 대중성의 절묘한 조화와 함께, 사운드 구성이 더 정교하고 영리해졌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찌질의 역사'→'디어엠'·'언슬전', 표류 끝에 사랑받을까 - 아이즈(ize)
- '산지직송2', 염정아 곡소리 노동 재가동...4월 13일 첫방 확정 [공식] - 아이즈(ize)
- '폭싹 속았수다'&아이유, 2주 연속 화제성 1위...박보검은 2위 - 아이즈(ize)
- 임수향, FN엔터 전속계약 종료 [공식] - 아이즈(ize)
- "연상연하 케미 집중!"...'그놈은 흑염룡' CP가 밝힌 후반부 관전 포인트 [직격인터뷰] - 아이즈(ize)
- 16년 만의 韓 세계선수권, 컬링 열기 뜨겁다! "한국어 응원 큰 감동" - 아이즈(ize)
- 이제훈이 시청자 마음을 밀고당기는 '협상의 기술' - 아이즈(ize)
- 하정우·유해진·마동석, 4월 극장가 천만 배우들이 몰려온다! - 아이즈(ize)
- ‘여제의 귀환’ 최민정,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으로 먼저 향한다 - 아이즈(ize)
- '한일톱텐쇼' 마이진-아즈마 아키, 무대에서 오열한 사연 [오늘밤 TV] - 아이즈(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