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권’ 대신 ‘김·나·윤’…與 ‘한남동 지도부’ 따로 있다? [런치정치]
요즘 국민의힘에는 '권영세·권성동' 쌍권 지도부와 별도로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을 지키는 '한남동 지도부'가 따로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강경 대응파는 한남동, '안정'을 중시하는 온건 대응파는 여의도를 각각 지키고 있다는 건데요.
한남동 지도부, 누구일까요. 강경 투쟁 기류를 주도하는 5선 김기현·나경원·윤상현 의원을 가리킵니다. 당에선 이들의 성을 따 '김·나·윤'이라고도 부릅니다. 국내 남자 보컬리스트 4인방을 일컫는 '김·나·박·이'(김범수·나얼·박효신·이수)를 패러디한 표현이죠. 이들은 왜 한남동 지도부로 불리게 됐을까요. 이들의 행보를 당내에선 어떻게 평가할까요.
44명 한남동 관저 집결 주도…숨은 행동 대장?
재작년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김기현 의원, 지금은 숨은 행동대장으로 통합니다.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을 저지하겠다며 여당 의원 44명이 한남동 관저 앞으로 달려갔던 1월 6일, 그 움직임 뒤에는 김 의원이 있었습니다. 박성민, 구자근 의원 등을 통해 의원들을 모아달라고 했는데, 44명이 순식간에 모인 것입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 때 의원 30여 명이 관저 앞에 집결했었죠. 수사기관 저지로 가까이 접근하지 못할 상황을 고려해, 김 의원 미리 "한강진 역으로 모여서 가자"고 주도했습니다. 삼일절 여의도 보수 집회 때 현역 의원 20여 명을 무대 위에 오르게 하고, 헌재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5인 시위로 바꾸자고 제안한 것도 김 의원이었다고 합니다.
김 의원 주도로 삼삼오오 모여 두 달 가까이 해온 아침 7시 반 새벽 기도회. 현재는 규모가 커져 여당 의원 20여 명이 참석하고 있다는데요. 오늘(18일)도 국정 안정과 대통령 탄핵 각하를 기도하는 자리가 조정훈 의원실에 마련됐습니다. 김 의원 측은 "알려지지 않았던 김 의원 주도 움직임이 생각보다 많다"며 "사실상 당에서 그림자 행동대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탄원서엔 계파없다"…82명 동참 이끌어
'비윤', '멀윤'으로 불리며 당 대표 선거 때마다 고배를 마셨던 나경원 의원. 지금은 윤 대통령 탄핵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며 당내 강경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과거 판사 경험을 살려, 법률적 지식을 바탕으로 친윤을 넘어 중간 지대 성향의 의원들까지 움직이게 하고 있는데요.
지난 12일 중요한 날에만 입는 이른바 '전투복' 초록 정장을 꺼내입은 나 의원, 헌재에 2차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대통령 탄핵 심판 각하를 촉구하는 내용이죠. 이 탄원서에는 국민의원 의원 108명 중 82명, 의원 76%가 이름을 올렸는데요. 계파색 옅은 김미애 의원, 친한계에서 원내대표로 밀었던 김태호 의원, 지도부 비대위원인 최보윤 의원까지 친윤, 비윤, 친한 등 계파 상관 없이 의원들을 참여시켰습니다.
민주당의 내란죄 철회로 '탄핵 기각' 요구가 빗발칠 때, 헌재를 향해 가장 먼저 각하를 요구한 것도 나 의원이었다고 하는데요. 나 의원 측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을 엄호하고 맹목적으로 수호하기 위한 게 아니라 의회 민주주주의, 합의제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탄핵을 반대한다. 이 반대 논리가 계파와 진영 상관 없이 많은 의원들을 이끌게 한 것"이라고요.
'1일 1 기자회견'…장외투쟁 첫 시작
윤상현 의원은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여당에서 가장 먼저 '탄핵 반대'를 외치며 광장으로 나갔습니다. 장외 투쟁을 4개월째 이어오며 '탄핵 반대 여론전'의 중심에 서있죠.
'탄핵 반대' 이름이 달린 곳에 윤 의원이 가지 않는 곳은 없는데요. 하루 한 번, 기자들이 모인 국회 회견장을 찾아 언론 브리핑을 자청합니다. 교회 새벽 예배부터 시작해 국회 조찬기도회, 여의도 탄핵 반대 집회,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 헌법재판소 앞 1인 시위 등에도 나타나는데요.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셈입니다.
어제(17일)만 해도 윤 의원의 하루, 새벽 6시 반 헌재 앞 '각하 촉구' 헌재 앞 걷기로 시작해 오후 11시 헌재 앞 1인 시위 의원들 격려로 끝났습니다. 24시간 1인 시위를 추진한 만큼, 매일 밤 헌재를 찾아 시위에 참여하는 의원들과 지지자들을 응원하겠다는 거죠.
이런 윤 의원, "지난해 말부터 광화문 광장부터 여의도 집회까지 매주 다녔다"며 "체력적으로 전혀 힘들지 않다. 대통령을 복귀시키고 민주주의 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자신을 '에너자이저'라고 칭하면서 말이죠.
여권 내 반응은 갈려…일부에선 "자기정치"
'김·나·윤' 3인방 움직임을 두고 여권 내 반응은 엇갈립니다. 일부 의원들은 "결국은 세 사람 다 자기정치"라며 냉소적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그 3인방은 출마 선거 운동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서로가 한남동 당 대표라며 경쟁하고 있지 않냐"며 "대통령 선고 결과가 나오면 바로 출마 모드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광장 여론이 뒷받침 되니 장외 투쟁 명단에 이름을 올리긴 하지만, 의원들 속마음은 떨떠름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 재선 의원은 "다들 동참하니까 동참하긴 하지만 실제 이게 맞나 생각도 든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하더라도 어느 수위로, 어느 정도까지 움직여야 하는지는 고민이 된다는 겁니다.
당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을 아우르는 '김·나·윤' 3인방, 여의도를 지키며 중도 민심 살피는 '쌍권' 2인방, 중도 개혁 목소리를 내는 김재섭, 김상욱 의원 등은 지금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라며 "나중에는 '보수 대통합'이라는 큰 강물에 합쳐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탄핵 선고 이후, 이 3인방 정치 행보도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겠죠.
홍지은 기자 rediu@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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