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우유 무관세 시대…'이중고' 국내 유업계, 새 수익모델 '분주'
제품 다각화 전략, 시장 점유율 유지 안간힘
국내 우유업계가 우유 소비 감소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수입 우유 관세 철폐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내년부터 미국과 유럽의 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되면서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18일 국제물가 비교사이트 글로벌프로덕트프라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1ℓ당 우유 가격은 2.49달러로 세계 6위다. 한국의 우유 가격은 글로벌 평균(1.62달러)보다 높은 수준으로, 캐나다(2.42달러)와 미국(2.37%), 스위스(2.20달러), 일본(1.51달러) 등 주요 국가보다 비싸다.
국산 우유 경쟁력 떨어져…문제는 높은 가격
국내 우유 가격이 비싼 이유는 원유 가격 상승 때문이다. 2014년 ℓ당 910원이었던 마시는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지난해 1084원으로 19% 인상됐다. 이는 2013년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 영향이 크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낙농업체에서 생산한 원유 가격 변동을 우유업체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제도로, 생산비 연동 방식이 적용된다.
원유가격연동제 시행 이후 10여년간 원유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원유 생산비 상승의 주요 요인은 사료비가 꼽힌다. 낙농업체는 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현재 원유 생산비에서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
환율 효과 수입 멸균우유 가격 고공행진
국내 원유가격 상승에 따라 지난해 수입 멸균우유 소비는 급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4만8671t으로 전년보다 30% 늘었다. 2021년 2만3198t에서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환율 상승으로 인해 수입 멸균우유 가격은 2000~4500원 선까지 오르며 국산 우유보다 가격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300~1500원이었던 가격이 크게 뛴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유제품 가격 지수는 148.7로, 2022년 10월(149.2)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홈플러스에서 판매 중인 독일 올 덴버 거 멸균우유(1ℓ)와 프랑스 에쉬레 멸균우유(1ℓ) 가격은 각각 2590원, 4590원이다. 온라인몰에서 파는 폴란드 믈레코비타(1ℓ) 가격은 2000원선이다. 서울우유 '나 100(1ℓ)'의 가격(2980원)을 웃도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1, 2월 수입멸균우유 수입량은 4687t으로 전년동기(5851t) 대비 20% 줄었다.
미국·유럽산 우유, 내년부터 무관세 수입
다만 내년부터 미국·유럽산 우유가 FTA로 인해 무관세로 수입되면, 가격 경쟁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과 유럽 수입 우유는 각각 2.4%와 4.8% 관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내년부터 이마저도 폐지되면서 환율 상승 효과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저가형 커피숍 증가로 인해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수입산 우유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유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환율 영향으로 수입 멸균가격이 일시적으로 올랐지만, 내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 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되면 멸균우유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페에서 원가를 줄이기 위한 대체재로 사용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면서 "카페에서 수입산 멸균우유 사용 비중은 10% 미만이지만, 고물가가 지속되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출산 문제, 우유 소비 감소 가속화 한국의 저출산 문제도 우유 소비 감소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40년까지 합계출산율(0.70명)이 유지되면 유소년 인구가 2020년 632만명에서 2040년 318만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영유아 인구는 263만명에서 130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국내 원유 소비량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유 소비량은 415만3000t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으며, 1인당 원유 소비 가능량도 전년 대비 3.7% 감소한 80.8㎏으로 조사됐다.
새 수익모델 찾는 업체들
업체들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우유 시장 점유율은 서울우유가 43.3%로 1위다. 이어 빙그레(14.6%), 남양유업(12.0%), 매일유업(10.6%) 순이다.
서울우유는 고품질 원유 기반 제품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4월 출시한 'A2+ 우유'는 A2 단백질 유전형질을 가진 젖소만을 분리해 집유한 체세포수 1등급, 세균수 1A 등급의 고품질 원유와 A2 단백질만을 함유한 제품이다. 회사는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을 A2 우유로 교체할 예정이다.
남양유업은 B2B 시장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올해 1월 한국 스타벅스에 우유를 납품하는 계약을 따냈다. 카페에 납품할 전용 우유 생산을 위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 허가도 마쳤다. 또한 '맛있는우유GT', 발효유 '불가리스' 등 장수제품을 활용해 제품도 다변화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건강에 초점을 맞춘 신제품 출시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남양유업은 식물성 음료 '플로라랩',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 프로', 건강기능식품 발효유 '이너케어 뼈관절 프로텍트'를 출시했다.
매일유업은 식물성 음료를 다양화시키는 한편 가정간편식 제품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어메이징 오트, 아몬드브리즈, 셀렉스 프로틴 등을 판매 중이다. 2018년 브랜드 상하목장으로 가정간편식 시장에 뛰어든 매일유업은 자회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크리스탈제이드, 상하키친, 일뽀르노의 메뉴도 간편식으로 내놨다.
우유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수입 우유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가 절감, 제품 다변화,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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