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연승 안세영 …적수가 없다

송용준 2025. 3. 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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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권위’ 전영오픈 제패
다리 통증에도 왕즈이에 역전승
2024년 4강서 고배… 2년 만에 정상
2025년 난공불락 기세로 연승 행진
4연속 국제대회 우승 트로피 품어
서승재·김원호, 13년 만에 男복식 金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1위인 안세영(23·삼성생명)의 2025시즌 기세는 거침이 없었다.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까지 출전한 3개 대회 우승 트로피를 모두 품에 안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맞이한 대회는 배드민턴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인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전영오픈이었다.

안세영은 전영오픈에서도 연승가도를 달리며 결승까지 올랐다. 다만 야마구치 아카네(일본·3위)와 준결승 2게임 도중 오른쪽 허벅지에 이상을 느낀 것이 찜찜한 대목이었다. 안세영은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왕즈이(중국·2위)와 격돌한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허벅지에 테이핑을 하고 출전했다. 감기 몸살까지 겹친 탓인지 몸놀림이 좋지 않았고 첫 게임을 13-21로 허무하게 내주며 불안감이 엄습했다.
안세영이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왕즈이를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버밍엄=AFP연합뉴스
하지만 이대로 무너질 안세영이 아니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게임 모두 21-18로 잡으며 역전승으로 전영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23년 이후 2년 만의 전영오픈 우승이자 올해 국제대회 4연속 우승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제 전영오픈의 여왕이 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안세영이 당당하게 “이제 내가 여왕이다(I’m a queen now)”라고 답할 만했다.

1시간30분이 넘는 혈투였던 전영오픈 결승은 안세영의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안세영은 2게임부터 특유의 끈질긴 수비로 왕즈이를 당황케 했다. 79차례나 이어진 랠리 끝에 7-6으로 앞서며 분위기를 바꾼 안세영은 18-18 동점에서 이어진 42회 랠리를 특유의 물샐틈없는 수비로 가져오며 2게임의 승기를 잡았다. 두 선수 모두 지친 가운데 치러진 3게임에서는 안세영의 질식 수비가 더욱 빛났다. 넘겨도 넘겨도 다시 돌아오는 셔틀콕에 체력이 떨어진 왕즈이는 18-18로 팽팽하던 3게임 막바지에 3연속 범실로 자멸했다.

전영오픈은 1899년에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배드민턴 대회다. 2년 전 안세영은 이 대회에서 1996년 방수현 이후 한국 선수로는 27년 만에 여자 단식 정상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안세영은 세계랭킹 1위 등극과 파리 올림픽 금메달로 그 기세를 이어갔다. 다만 지난해 전영오픈에서는 준결승에서 야마구치에게 패해 우승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4강에서 야마구치를 꺾고 결승에 올라 아쉬움을 씻어냈다.

안세영이 건강과 컨디션 관리를 잘한다면 당분간 적수가 없어 보인다. 지난 1월 BWF와 인터뷰에서 “완벽해지고 싶다”며 성장하고픈 열망을 드러낸 안세영은 올해 출전한 4개 국제대회를 통해 한층 더 발전한 모습으로 세계 강호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특히, 올해 들어 20연승을 달리며 처음 부상을 안고 임한 왕즈이와 결승은 난공불락에 가까운 안세영의 수비력이 더욱 돋보인 경기였다. 좋지 않은 컨디션에 무뎌진 발놀림으로 첫 게임을 고전한 그는 이후 적극적인 공격보다 끈질긴 수비로 전세를 뒤집었다. 그만큼 많은 훈련을 통해 비축한 체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승부였다. 경기 후 절뚝거리면서도 코칭스태프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눈 안세영은 “이겨서 너무 기쁘다. 스스로를 믿었을 뿐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계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왕즈이에게 “최선을 다해 뛰어줘서 고맙고, 다음에도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해보자”고 위로와 격려의 말을 남겼다.

한편 남자 복식의 서승재(28)와 김원호(26·이상 삼성생명)도 전영오픈 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레오 롤리 카르나도·바가스 마울라나 조를 2-0(21-19 21-19)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전영오픈 남자 복식에서 우승한 건 2012년 이용대와 정재성 이후 13년 만이다. 2012년 선수로 우승의 영광을 안았던 이용대는 이번 대회 초빙 코치로 대표팀과 동행해 지도자로서 우승의 기쁨을 다시 맛봤다. 앞서 말레이시아오픈과 독일오픈을 제패한 서승재와 김원호는 올해 들어 3번째 우승을 합작했다.

송용준 선임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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