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내쫓고 구름까지 팔았다…111세 1등 료칸의 영업 비밀

김희정 기자 2025. 3. 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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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년 된 온천료칸이 1박에 110만원, 비결은━호시노 리조트라고 처음부터 특별하진 않았다.

호시노야 리조트 그룹의 전신인 호시노 온천료칸도 예외가 아니었다.

1991년 가업이 어려워지자 주주들의 요청으로 호시노 대표가 경영을 맡으면서 낡은 온천료칸도 직원들도 송두리째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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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 공사 구분한 '수평적' 오모테나시, 호시노 리조트 그룹의 공간 매직
[편집자주] [편집자주]대한민국 아줌마입니다. 복부인을 꿈꾸나 역량 부족이라 다음 생으로 미룹니다. 이번 생은 집을 안주 삼아 '집수다'(집에 대한 수다')로 대신합니다. 짬 나는대로 짠 내 나는 '집사람'(공간과 사람) 얘기를 풀어봅니다.

2005년 7월 문을 연 호시노야 가루이지야 호텔. 나가노현 가루이자와마치에 위치한 이 호텔은 '골짜기 마을에 머물기' 콘셉트의 럭셔리 리조트다. 아사마야마 산기슭의 자연으로 둘러싸인 산과 산 사이 땅에 위치하며, 물가를 에워싼 떨어져 있는 객실들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1914년(다이쇼 3년) 개업한 '호시노 온천 료칸'이 이 호텔의 전신이다. /사진=호시노 리조트 그룹 홈페이지
호텔은 공간을 판다. 하지만 공간을 만드는 것도, 채우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낡은 호텔이든 새 호텔이든 사람이 바뀌면 공간도 변한다.
일본 대형 호텔체인 호시노 리조트그룹 만큼 공간의 마술을 잘 구현하는 기업도 드물다. 어느 지역의 어느 호텔 체인을 가도 천편일률적인 현대식 건물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각각의 호텔자산이 하나같이 개성이 있고 독특한 유산을 갖고 있다. 1박에 11만2000엔(약 109만5000원, 식사비 제외)이 훌쩍 넘는 호시노야 가루이지야 호텔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11년 된 온천료칸이 1박에 110만원, 비결은…
호시노 리조트라고 처음부터 특별하진 않았다. 4대 후계자 호시노 요시하루 대표는 시티은행에서 일본 국내외 리조트 기업들의 부실채권을 회수해 재생하는 일을 맡았다. 지역만의 매력을 상품화하지 않고 하드웨어에만 투자하다 도산한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호시노야 리조트 그룹의 전신인 호시노 온천료칸도 예외가 아니었다. 1991년 가업이 어려워지자 주주들의 요청으로 호시노 대표가 경영을 맡으면서 낡은 온천료칸도 직원들도 송두리째 탈바꿈했다.
해발 1000m의 일본 남부 세계지질공원인 아소쿠주 국립공원에 위치한 호시노 리조트 카이 아소 온천 료칸. 2만7000m²의 부지에 독채로된 12개의 객실만 있다. /사진=호시노 리조트 그룹 홈페이지

주주들 대부분이 친척이었지만 자신만의 리조트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아버지부터 먼저 해임했다. 수십 년간 친인척이 회사에 진을 치고 회사 땅을 쓰면서도 임대료는커녕 공과금조차 내지 않자 자신의 생가부터 회사 자산으로 넘기고 은행에서 대출받아 집을 따로 지었다. 회사 땅 전체에 재개발계획을 세워 친척들을 퇴거시키자 반발이 들끓었다. 그래도 강행했다. 경쟁사보다 되레 비싸게 비품을 납품하던 친인척 소유 업체와도 거래를 끊었다. 그렇게 업무상 친인척과의 연결고리를 다 끊어냈다.

직원들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구멍가게 같은 악습은 없애야 했다. 사장 전용차도 없애고 도쿄에선 아예 전철, 버스, 택시나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사장은 물론 지배인도 개인오피스와 책상을 없애고 직원 책상, 빈 테이블 등 어디든 인터넷이 연결된 곳에서 일하며 말단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했다. 피라미드형 인사 조직도 없앴다. 10명 단위의 유닛을 만들어 입후보제를 통해 연공 서열과 상관 없이 누구든 지배인과 유닛 책임자로 돌아가며 일할 수 있게 했다. 호시노 리조트그룹 직원들은 사실상 전 직원이 마케터다. 위아래가 없는 수평적 문화 속에서 '오모테나시'(마음을 다한 대접)'를 실천한다.
"열쇠는 로컬에 있다"…구름도 파는 호텔
호시노 리조트 그룹이 2026년 선보일 호시노야 나라 감옥 개념도. 일본 중요문화재 중 하나인 나라 감옥은 호시노 리조트 그룹과 나라 감옥 보존활용주식회사의 협약을 통해 특급 호텔로 거듭날 예정이다./사진=호시노 리조트 그룹 홈페이지
10여년이 흘러 회사가 안정되고 수익이 늘자 호시노 대표에게 "망한 호텔을 살려달라"는 제안이 잇달았다. 야마나시현의 리조나레 고부치자와가 그 시작이었다. 호시노 대표는 리조트명을 리조나레 야쓰가타케로 바꾸고 그 지역 사정을 잘 아는 현지 직원들이 '리조트 콘셉트'를 만들게 했다. 부모들이 아이를 보느라 리조트에서도 지쳐보이는 점에 착안해 어른과 아이가 '잠시 따로' 놀 수 있는 패밀리리조트로 선보였다. 결과는 3년만에 흑자였다. 특별히 시설에 손을 댄 것 없이 콘텐츠에 주력한다.

호시노 리조트그룹의 리조나레 토마무는 '구름을 파는 호텔'로 유명하다. 겨울철 스키장 외에 찾는 고객이 없던 차에 "오늘의 운해가 멋있다"는 직원의 말에 리조트 내에 운해 테라스를 본격 가동했다. 스키장 정상에서 커피를 마시고 운해를 보며 식사하는가 하면 '구름학교' 콘텐츠까지 만들었다. 회원권 판매에만 주력하던 호텔이 토타무 지역만의 자연을 매력으로 구름을 팔고 있다. 덕분에 인구 절벽 마을이었던 시무캇푸쿠라도 덩달아 살아났다. 영업이 안 되던 골프장은 농장으로 바꿔 피크닉을 즐기게 했다. 모두 직원들 스스로 찾아낸 아이디어다.

이 밖에 이끼가 많은 지역의 특징을 전면에 내세운 오이라세 계류호텔, 객실에 TV를 없애고 철저히 에도시대 느낌의 비일상화를 컨셉으로 한 호시노와 가루이자, 섬 전체를 호텔로 재생한 호시노아 다케토미지마, 성매매업소가 몰려 이미지가 추락한 지역을 도심 속 설렘 공간으로 바꾼 오모3 도쿄 오쓰카 등 지역 온천료칸으로 시작한 호시노 리조트 그룹은 일본 최대 리조트 그룹으로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공격적으로 운영 시설을 20곳 이상 늘려 60개 이상의 리조트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호시노 대표에겐 여전히 사무실이 없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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