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2년 뒤부터 적자…與野 양보로 마지막 '1% 간극' 좁혔다
보험료율 13%로…
여야, 18년 만에 모수개혁 타결 급물살
민주 "정부·여당안 수용할 것"
국민의힘 "환영한다"
내주 국회 처리
자동조정장치 이견에 불발 가능성도
여야가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0%에서 43%로 올리는 데 14일 의견을 모았다. 여야는 다음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금개혁 방안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여야 논의 과정에서 자동조정장치(인구나 경제 상황 등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조정하는 제도) 도입 등을 놓고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과 정부가 주장해 온 소득대체율 43% 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진 의장은 국민연금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디트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환영한다”며 “민주당이 부수적으로 제안한 세 가지 내용은 정부 연금법에 포함된 내용인 만큼 정부와 협의해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정부도 여야 합의를 존중하고 야당의 전제 조건과 관련해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지금까지 소득대체율 조정폭,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비롯한 구조개혁 병행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이날 이견을 좁힌 것은 국민연금기금 소진 시점을 조금이라도 늦춰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현 제도가 이어지면 연금수지(수입-지출)는 적자로 전환하기 시작하고, 2055년이 되면 기금이 고갈된다.
여야는 오는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20일 본회의에서 관련 법을 처리하겠다는 목표다. 연금개혁안이 통과되면 내년도 국민연금부터 반영된다. 이번에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바뀌면 2007년 이후 18년 만에 모수개혁이 이뤄진다.
여야 논의가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놓고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추후 구조개혁을 논의할 때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협의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모수개혁 잠정 합의
소득대체율 평행선 이어가다…국민연금 하루 885억원씩 적자
여야가 국민연금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논의에 급격한 진전을 보인 것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당분간 개혁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서다. 자칫하면 2027년 국민연금 보험료 수지(수입-지급액)가 적자전환할 때까지 개혁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여야가 향후 논의 과정에서 이견을 보여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달 넘게 기싸움한 여야
여야는 지난달부터 연금개혁 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더 내고 더 받자’는 대원칙과 보험료율(소득 대비 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방안에는 합의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특히 보험료를 낸 기간 평균소득 대비 받는 돈을 의미하는 소득대체율을 두고 평행선을 그었다. 여당과 정부는 40~42%를, 야당은 44~45%를 고수했다. 현재 제도를 기준으로 하면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떨어진다. 소득대체율을 높일수록 노후소득은 보장되지만,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모수개혁을 먼저 마무리 짓고, 구조개혁은 추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하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특위에서 함께 논의하자고 맞섰다. 여기에 자동조정장치(인구나 경제 상황 등을 연금 지급액과 연동하는 제도)를 둘러싼 논쟁도 추가됐다. 여권은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조건부로 자동조정장치를 수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국정협의회에서 했다가 다시 입장을 바꾸는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자동조정장치 등 구조개혁보다 모수개혁을 먼저 하자고 한발 물러섰고, 민주당도 소득대체율을 일부 조정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마지막에는 소득대체율을 43%로 할 것인지 44%로 할 것인지를 두고 샅바싸움을 벌였다.
◇기금 고갈 우려에 합의한 여야
마지막 제안은 14일 민주당에서 나왔다.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이 국민의힘이 내세운 소득대체율 43%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노인 빈곤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소득대체율을 43%로 조정하는 방안은 노동계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그럼에도 연금개혁을 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여당안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 기금은 하루 885억원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 변화가 없다면 2055년 기금이 고갈된다. 2027년 적자 전환도 예고된 상태다. 이때부터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려면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 자산을 팔거나 투자액을 줄여야 하는 사태가 현실화할 위기다.
보건복지부도 이달을 연금개혁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정치권을 설득해왔다. 이번 합의에 정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협의에 대해 여야 합의를 존중하고 야당이 제시한 전제조건인 지급보장 명문화, 출산·군 크레디트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에 관해서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측면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달을 넘기면 연금개혁을 논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막판 변수
하지만 걸림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야는 여전히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와 연금특위 운영 방식을 놓고 대치 중이다. 진 의장은 이날 “자동조정장치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못 박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 연금특위를 구성해 이 문제를 협의해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부 역시 환영 입장문을 내면서 “특히 자동조정장치는 특위에서 핵심 의제로 반드시 논의되고,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금특위 구성을 위한 합의문구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합의문에 논의 사항을 ‘합의 처리한다’는 문구를 넣을지를 두고서다. 국민의힘은 합의 처리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민주당은 연금특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는 만큼 이런 문구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형창/정소람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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