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고갈 시점 '8년' 늦췄지만 … 더 중요한 구조개혁은 쏙 빠져
연금고갈 2056년 → 2064년
후세대가 메꿀 '미적립 부채'
2050년 173조 줄어들 전망
자동조정장치엔 野 "반대"
연금특위 구성도 진통 예고
◆ 연금개혁 ◆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동시에 인상하는 '모수개혁'에 여야가 14일 합의하면서 18년 만의 국민연금 전면 개편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올리면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를 2056년에서 2064년으로 8년 미룰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금처럼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인 상태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는 시점이 2056년으로 예상된다.
기금은 가입자들이 내는 돈에서 받는 돈을 빼고 남은 돈을 1988년부터 적립해온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1212조원에 달했다. 그런데 한국 인구구조가 급격히 바뀌고, 내는 돈보다 나가야 할 돈이 급증하면서 기금은 2040년에 1755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혁으로 이 시기가 2064년으로 늦춰지게 된 것이다.
25년 뒤인 2050년 미적립 부채도 지금보다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미적립 부채는 연금이 주기로 약속한 돈(충당부채)에서 가지고 있는 돈(적립기금)을 뺀 금액이다. 연금 수급자가 평균수명까지 살아 있는 경우 받는 돈과 현재는 연금을 납부하지만 향후 수급하게 될 가입자들이 받는 돈을 모두 더한 금액을 산출하고, 여기서 그간 쌓아둔 보험료를 뺀 것이다. 당장 갚을 필요는 없지만 앞으로 기금이 고갈되면 후세대가 메꿔야 하는 부채가 된다.
국민연금 연구단체인 연금연구회와 연구회 소속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에 따르면 현행 체제하에서 국민연금의 미적립 부채는 올해 2060조원, 2050년에는 633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료율이 13%로 오르고 소득대체율도 43%로 오르면 올해 미적립 부채는 87조원 감소해 1973조원으로, 2050년의 미적립 부채는 173조원이 줄어든 6159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처음 제시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안보다는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정부안을 따를 경우 올해 미적립 부채는 1872조원, 2050년에는 5914조원으로 예상됐다. 향후 여야가 국회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다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은 더 개선될 수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국민연금 정부안을 발표하면서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액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오르도록 돼 있는데 저출생·고령화 추세 등을 고려해 연금액에 기대여명이나 가입자 수 증감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둘러싼 여야 입장 차이가 크다. 여야는 자동조정장치를 향후 연금특위에서 논의하기로 미뤘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승인부'라는 조건을 붙이더라도 자동조정장치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반면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자동조정장치를 이번엔(모수개혁 때) 말고 다음 연금특위에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 먼저 제안한 것이 민주당"이라고 했다.
연금특위 구성도 당분간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특위를 구성할 때 '여야 합의 처리' 문구를 명문화할 것인지를 두고 여야가 입장 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무원연금이든 국민연금이든 한 번도 특위에서 다뤄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며 "민주당이 연금특위 구성 시 '합의 처리' 문구를 빼고자 하는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원래 특위를 만들 때 합의한 부분은 여야 동수로 구성하자는 것과 기간뿐이었다"며 "특위 위원장을 여당이 맡기로 한 상태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야만 한다는 건 특위 논의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수개혁이 합의됐다는 것은 개혁의 큰 강을 건넌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특위에서 구조개혁을 함께 다뤄야 진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1대 국회 연금특위 국민의힘 간사였던 유경준 전 의원은 이날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또 황당한 방향으로 흐를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유 전 의원은 "연금의 구조개혁은 하나도 없고, 자동조정장치를 빼고 연금 지급 보장을 법으로 명문화하자는 것은 제대로 된 연금개혁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동조정장치
인구구조나 경제 상황에 따라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연금액, 수급 연령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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