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탄핵소추는 내란"? <조선>의 어이없는 양비론

박성우 2025. 3. 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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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내란 못지않은 국헌 문란 행위" 비난... 내란은 불법, 탄핵은 합법이란 큰 차이 모른척하나

[박성우 기자]

 12일 <조선일보>는 "3년간 30회 연쇄 탄핵, 이것은 내란 아닌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 <조선일보>
12일 <조선일보>는 '3년간 30회 연쇄 탄핵, 이것은 내란 아닌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사설은 "더불어민주당이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탄핵안 발의 시기는 당 지도부에 맡긴다고 했지만 언제든 가능해 보인다"며 "민주당이 심 총장 탄핵 발의에 나서면 윤석열 정부 들어 30번째가 된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발의된 탄핵안(21건)보다 지난 3년간이 더 많다. 세계 기록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탄핵 발의 중 국회에서 일방 처리된 것만 13건이다. 대통령 권한대행과 감사원장이 잇따라 탄핵소추됐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번이나 발의됐다. 모두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안은 정족수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의결됐다. 한 대행이 계엄에 반대했는데도 내란 동조 혐의를 씌웠다.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로 이재명 대표를 위한 조기 대선에 걸림돌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라고도 했다.

한덕수 탄핵, 개혁신당도 찬성했었다

<조선일보>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가도를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자의적 해석이다. 당시 한 총리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세 명을 모두 임명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대로라면 헌법재판관 여섯 명만이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중차대한 결정을 해야 할 판국이었다.

원래 헌법재판소 조항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이 7명 이상이어야지만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의 효력을 정지해 헌법재판관 6명으로도 사건 심리가 일단은 가능하게 되었지만 재판관 정족수를 두고 논란이 일어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재명 대표를 연일 비판하는 개혁신당도 당시 "당연히 임명되어야 할 헌법재판관의 임명이 지연되어서 탄핵심판 절차가 지연되는 것은 방치할 수 없다"며 한 총리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또한 지난 2월, 헌법재판소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가 헌법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이처럼 국회가 윤석열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고 헌법을 위반한 한 총리를 탄핵했을 뿐임에도, <조선일보>는 이 대표를 위해 한 총리 탄핵을 한 것처럼 사실을 호도했다.

탄핵은 입법부의 정당한 권한

한편 사설은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 탄핵으로 위협을 가한다며 "탄핵을 하려면 중대한 위헌·위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 탄핵안은 이런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대한 위헌·위법이 있는지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사안이다. 민주당이 지켜야 할 법적 요건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는 과정의 적법성이지, 탄핵의 사유가 중대한 위헌·위법인지를 민주당이 알 도리는 없다. 그것을 판단하기 위해 헌재가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경찰에 무언가 의심스러운 점을 신고할 때 그것이 어떤 법에 따라 위법한지를 신고자가 명확히 설명한 뒤에 신고해야 한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조선일보>는 "타인을 처벌·징계받도록 하려고 거짓을 꾸며 고소·고발하면 무고죄가 된다"며 "민주당의 정략적 탄핵 남발은 당사자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국정을 마비시키고 사법 기능까지 방해한다는 점에서 최악의 무고 행위"라고 했지만 탄핵은 엄연히 입법부의 정당한 권한이다. 입법부의 권한 행사에 일반 형사 사건의 무고죄를 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선일보>의 본심

사설 말미에서 <조선일보>의 본심이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탄핵소추했지만 자신들의 연쇄 탄핵은 그 못지않은 심각한 국헌 문란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며 "이 대표 방탄을 위해 요건도 안 되는 탄핵안을 밀어붙이고 각종 입법 폭주로 국정의 발목을 잡아왔다. 이야말로 국회 다수의 힘을 앞세워 합법을 가장한 내란 행위 아닌가. 세계 어느 나라에 이런 경우가 있을까 싶다"고 사설을 끝맺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의 내란과 민주당의 탄핵소추를 동일시하지만 위헌·위법이 드러나고 있는 윤석열의 계엄 선포와 절차와 과정에 있어 적법성을 모두 지킨 야당의 탄핵소추는 엄연히 불법과 합법이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조선일보>는 이를 애써 무시하는 셈이다.

또한 국회 다수의 힘을 앞세운다고 비난했으나 그러한 힘을 부여한 주체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헌법은 대통령 외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의 정족수를 재적의원 과반, 즉 151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의원 과반 이상의 뜻이 모이면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도 탄핵이 가능케한 까닭은 그것이 더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총선에서 거대야당을 만든 민심을 헤아리지 않은 채 탄핵소추만을 비판했지만 기실 이는 모두 민주적 원칙과 법적 절차를 지키며 이루어진 것이다. 반면 윤석열의 내란은 이 둘 모두를 철저히 저버리고 이뤄진 일이다. 이런 식의 양비론으로 민주당을 향한 반감을 올리려고 할수록 오히려 <조선일보>를 향한 비난만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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