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난 사랑을 주는 게 좋다"…박보영, '무비'의 멜로
[Dispatch=김소정기자] "내 비밀을 말해도 날 좋아해주나?"
박보영이 꼽은 넷플릭스 '멜로무비' 명대사다. 그가 제작발표회에서 읊었을 때, 가슴이 크게 울렁이진 않았다. 사실 최우식이 뽑은 '내일도 우연히 만날래요?'가 조금 더 설렜다.
인터뷰 전, 질문지를 짜기 위해 박보영의 근황을 검색했다. 그러다 팬들과의 라이브 방송을 보게 됐다. 박보영은 저 대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듣고나니 선택의 이유가 이해됐다.
"난 그 대사가 너무 좋아. 내가 여러분들한테 하는 말 같아. 내 비밀을 말해도 날 좋아해줄까. 날 안 떠날까. 다른 배우한테 안 갈까. 나를 계속 응원해줄까. 물론 여러분들 마음에 방이 많은 것도 알아. 그런데 내 방이 제일 컸으면 좋겠어." (2월 11일 박보영 라이브)
"팬들은 제 보여지는 모습만 보고 좋아해주는 건데 문득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도, 나를 사랑해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에도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염원이 담긴 거예요."
박보영에게 '사랑'은 삶의 원동력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했을 때 옆을 지켜준 친언니의 사랑, 한결같은 팬들의 사랑 등. 배우 생활 18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사랑의 힘이었다.
물론 일방적인 사랑만을 추구하진 않는다. 만나보니 확실한 건, 박보영은 받기보단 주는 사랑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 사랑은 지나서야 알게 된다
'멜로무비'는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담았다. 연인, 친구, 가족 간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렸다. 특히 고겸(최우식 분) 형제, 김무비(박보영 분) 모녀의 서사는 가슴이 아릴 정도로 슬프다.
김무비는 차갑고 까칠하다. 어린 시절 누구보다 아버지의 사랑을 원했다. 아버지는 미안해만 하다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이후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랑을 아예 차단했다.
어머니는 그런 김무비를 묵묵히 보살폈다. 그 헌신은 뒤늦게 깨닫는다. "엄마에 대한 사랑은 당연하다 생각한 거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정말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말했다.
김무비 모녀는 현실 그 자체였다. "저희 엄마와 고민하고 대화하는 장면이 닮았다. 엄마가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길 원했는데 제가 예쁘게 나와서 '감독님 짱'이라고만 하더라"고 웃었다.
박보영은 "저 그 대사도 좋아한다. '모녀 사이에 거짓말은 습관이고 필수야' 저만 그런 줄 알았다. 모든 모녀들이 그렇구나 생각하니까 좋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보영에게 가족은 가장 큰 버팀목이다. "저에게 가족은 정말 큰 존재다. 제가 세상에 혼자라고 느껴질 때도 언제나 그림자처럼 항상 있어주는 건 우리 가족이었다"고 전했다.
친언니에겐 미안한 마음이 크다. "제가 배우한다고 서울에 올라왔을 때, 엄마가 친언니한테 '동생 혼자 있으니까 같이 있어라'고 제안했다. 언니는 친구들도 다 청주에 있는데 저 때문에 서울로 왔다. 저를 위해 희생한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 영화 같은 사랑
김무비는 고겸을 만나며, 처음으로 연애 감정을 느낀다. 직진남 고겸의 플러팅을 거부하다, 한결같은 모습에 마음을 연다. 그러나 첫 키스 후, 고겸은 말도 없이 사라진다.
5년의 이별 후, 두 사람은 재회한다. 김무비는 고겸을 공백을 용서했다. 물론 고겸의 처절한 노력이 뒷받침됐다. 박보영이라면 잠수이별을 용납할까. "이유가 있었다면 괜찮다"고 말했다.
"무비는 겸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몰랐지만, 다시 만나고 가족들과 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유를) 알지 않았을까요. 초반 이별도 '이게 잠수 이별인가' 싶었어요. 깊어지는 단계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거든요."
'멜로무비'의 중심 배경은 영화 촬영장이다. 무비와 겸이의 사랑이 피어나는 곳이다. "제가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라 더 재미있더라. 사실 현장에서 실제 커플들이 많이 나온다"고 전해줬다.
갑자기 박보영의 광대가 올라갔다. 실제로 '멜로무비'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 2명이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고 알려줬다. 이야기 내내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었다.
"저희 스태프 한명과 카메라팀 분이랑 연애를 하고 있더라고요. 어떻게 알았냐면요. 하하. 저희 매니저보다 현장 상황을 빨리 알더라고요. 딱 걸렸다 싶더라니까요. 그분들한테는 진짜 멜로무비가 된 거죠."
◆ 사랑을 주는 사람
마지막으로 박보영에게 물었다. "사랑을 주는 편이세요, 받는 편이세요?"
"캬. 제가 (예전에도) 그런 질문을 받은 적 있어요. 그때 곰곰이 생각하고 답을 했었거든요. 저는 주는 사랑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걸 편해하는 거 같아요."
박보영은 사랑을 받을 때보다 줄 때, 만족감이 더 크다.
"'나한테 사랑 줘서 너무 좋아' 이렇게 잘 표현 못 하겠더라고요. 누가 저 좋다 그러면 의심부터 해요. 그래서 주는 게 더 편해요. '나 너 좋아해' 이렇게요…"
주변의 '칭찬'도 늘 물음표였다. "괜히 하시는 말이겠지 싶었다. '나한테 왜?'라는 생각부터 했다. 그래도 요즘엔 많이 받아들이게 됐다. 제가 꽤 건강해진 거 같다"고 미소지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칭찬도 떠올렸다. 강풀 작가의 말이었다.
"그냥 보영 씨는요. 보영 씨 안에 따뜻함이 있어서 대사를 하고 표현할 때 그 안에 베이스로 내재돼 있는 게 연기할 때 보여요."
박보영은 "작가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저 칭찬이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따뜻함 잊지 않고 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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