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식물들도 식욕감퇴?...이산화탄소 흡수량 점점 줄어들어 [사이언스라운지]

[사진=픽사베이]

식물들이 흡수하고 있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 지목하며 기후 대재난의 징조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28일 가디언에 따르면 제임스 커런 스코틀랜드 환경보호청 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 같은 분석결과를 국제학술지 ‘웨더’에 게재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위험도 측정하기 위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관측 중이다. 태평양 한가운데의 섬인 하와이에는 ‘마우나로아 관측소’가 있다. 1958년부터 이곳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측정 중이다.

이곳에서 관측한 이산화탄소 농도를 매해 기록한 그래프를 ‘킬링 곡선(Keeling Curve)’이라 부른다. 관측을 시작한 연구자인 찰스 데이비드 킬링의 이름을 땄다.

킬링 곡선은 매해 상승 곡선을 보여왔다. 첫 측정 때 315ppm(1ppm은 100만분의 1)이었던 농도가 이날 기준 426ppm까지 올랐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0.03%에서 0.04%까지 오른 것이다. 이 기간 지구 평균기온은 약 1도가 올랐다.

최근 온도 상승은 더 가팔라지고 있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 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에 따르면 2023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처음으로 1.5도를 넘어선 것으로 관측됐다. 국제사회가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약속한 ‘마지노선’까지 넘어버린 것이다.

커런 CEO 연구팀은 최근 이렇게 가팔라진 온도 상승이 식물에 있다고 분석했다. 지구의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에 한계가 왔다는 분석이다.

식물은 광합성을 한다. 빛 에너지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흙 속의 물을 변화시킨 당을 재료로 해 여러 생체물질을 만든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구 온난화 위험을 경감시켜준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경우 연간 20억t의 탄소를 흡수한다. 지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인류가 발생시킨 이산화탄소의 15%를 흡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식물의 이산화탄소 포집량은 2008년 정점에 달했다. 이후 흡수되는 이산화탄소양이 연평균 0.25%씩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했다. 연구팀은 “식물은 지난 세기동안 좋은 환경을 누렸다”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성장이 촉진됐고, 기온이 상승하면서 식물의 성장기가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이점이 지구 온난화의 부정적 영향으로 상쇄됐다는 설명이다. 산불과 가뭄, 폭풍, 홍수, 새로운 해충과 질병의 확산, 열 스트레스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한 현상들이 식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였다.

실제 아마존 열대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졌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된다. 미국 오클라호마대 연구팀은 지난 2021년 브라질 아마존 유역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166억t에 달했지만 흡수한 양은 139억t에 그쳤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다.

커런 CEO는 “2008년이란 전환점을 지나면서 기후 붕괴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연 1.2%씩 증가하는 상황에서 식물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