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이면 월 500만원도 가능?…AI ‘쇼츠’ 영상 직접 만들어보니

정윤성 기자 2025. 2. 1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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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한 줄로 1분짜리 영상 ‘뚝딱’…수익 창출은 ‘글쎄’
양산형 쇼츠 시장 ‘레드오션’에 무단 복제 지적도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부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인 '쇼츠(Shorts)'에 특화된 AI를 통해 단시간에 영상을 제작하고, 유튜브·틱톡 등 SNS에 업로드해 광고 수익을 기대하는 식이다. 하루 쇼츠 제작에 10분만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쇼츠 부업'을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도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 수익 기준이 까다로운 데다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실제 기대만큼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19일 시사저널은 오픈AI 챗GPT와 영상 편집 AI 브루(VREW) 등을 활용해 직접 쇼츠를 제작했다. 각 AI의 안내를 따르기만 하면 43초짜리 영상 한 편을 제작하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Dall·E

AI에 지시만 하면 5분 만에 완성

우선 영상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간단했다. 어떤 주제로 영상을 만들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생성형 AI에게 원하는 주제의 방향성을 이야기하거나, 조회수가 잘 나올 가능성이 높은 쇼츠 주제를 추천받으면 된다. 챗GPT는 높은 조회수를 기대할 수 있는 쇼츠 제목으로 '억만장자의 조언 TOP5: 인생을 바꾸는 한 줄 명언'을 추천했다.

그 다음부턴 쇼츠 제작에 특화된 AI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GPT3.5와 GPT4가 탑재된 영상 편집기 브루에 제목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대본을 작성해준다. 앞서 챗GPT가 추천한 제목을 입력하자 일론 머스크, 워런 버핏,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 글로벌 부호들의 명언을 토대로 순위를 매겨 대본이 작성됐다.

대본을 읽을 AI 성우도 다양했다. 차분한 성우 목소리, 활발한 목소리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진 AI 성우를 선택하면 준비된 대본에 대한 음성이 제작된다. 직접 30문장 정도의 목소리를 녹음할 경우 내 목소리를 가진 AI 성우를 만들 수도 있다.

음성 제작까지 끝나면 AI는 최종적으로 여러 이미지 클립에 내레이션과 자막이 입혀진 하나의 완성된 영상을 만들어 준다. 영상에 쓰이는 이미지 클립의 경우 내레이션이 송출되는 순간에 해당 내용에 가장 적합한 이미지를 자동으로 삽입해 주기 때문에 이질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실존 인물도 생성형 AI를 통해 비슷하게 구현됐다.

AI가 제작한 쇼츠 영상 ⓒ시사저널 정윤성

점차 '레드오션'으로 변하는 숏폼 시장

이렇게 완성된 영상은 실제 기획과 제작에 공을 들인 쇼츠에 비하면 간단하고 허술한 구성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제작 시간이 워낙 짧은 데다 약간의 편집을 더할 경우 그럴듯한 영상이 탄생하기 때문에 부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SNS에서 양산형 AI 쇼츠만을 다루는 '얼굴 없는 채널'의 영상이 주제에 따라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사례도 흔히 포착된다. 이를 보고 부업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AI 쇼츠 제작 프로그램을 25만~50만원 정도에 판매하는 대행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영상 제작이 간단한 탓에 쇼츠 부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기대 만큼의 수익을 창출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튜브의 수익 규정을 고려하면 부업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돼야 할 가능성이 크다. 유튜브는 시청자가 제작자의 동영상을 볼 때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기준으로 수익을 분배한다. 유튜브는 조회수 1000회 당 광고 수익인 CPM의 55%를 제작자에게 지급하는데, 한국의 경우 쇼츠 조회수 1000회 당 0.1 달러 정도의 수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 조회수 1000만 회를 달성해야 약 140만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숏폼 영상을 선호하는 시청자가 증가하면서, 일반 영상에 비해 더 빠른 시간 내에 조회수를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양산형 AI 쇼츠 채널이 늘어남에 따라 숏폼 시장도 '레드오션'으로 변하는 추세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영상 게시 초반에는 노출 빈도를 늘리지만, 이후 주목도가 떨어질 경우 노출이 줄어드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명언·연애 등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비슷한 주제의 영상을 다루는 채널이 늘어나다 보니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조회수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시청자들도 품질이 떨어지는 AI 양산형 영상이 피드에 포착될 경우 빠르게 이탈하는 추세다.

AI가 제작한 쇼츠(왼쪽)와 시사저널TV의 쇼츠(오른쪽) ⓒ시사저널

AI 쇼츠 공장에서 '불펌' 쇼츠 양산

다른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콘텐츠들이 성행하는 것이다. 원작자 동의 없이 원본 영상을 가져와 쇼츠로 제작해 공유하는 방식이다. AI를 활용하면 원본 영상의 링크만으로도 짧은 시간 안에 쇼츠를 대량으로 제작해 유포할 수 있다.

특히 AI가 영상의 핵심 내용을 파악해 자동으로 쇼츠를 제작해주기 때문에 이 같은 저작권 침해는 더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실제 AI를 활용해 시사저널TV 《시사끝장》의 영상을 쇼츠로 제작한 결과, AI가 제작한 영상과 원작자가 원본 영상을 토대로 직접 제작한 쇼츠 영상의 주제가 일치했다. 원본의 핵심을 짚은 쇼츠를 삽시간에 제작할 수 있다 보니 저작권 침해 콘텐츠도 공장처럼 찍어낼 수 있는 셈이다.

유튜브도 타인의 영상을 무단으로 재가공한 경우 수익을 지급하지 않는 규정을 두고 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저작권 위반 콘텐츠를 필터링해 수익 지급을 차단하는 등의 기술도 도입돼 있다.

하지만 결국 유튜브가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선 원작자가 요청을 접수해야 하는 등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AI를 활용하면 최소한의 제작비로 최대 효율의 쇼츠 영상을 뽑아낼 수 있다"며 "유튜브뿐만 아니라 국내 콘텐츠를 틱톡 등에 무단 복제하는 해외 크리에이터들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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