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압박, 도요타보다 현대차가 긴장하는 이유

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2025. 2. 1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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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4월 2일 자동차 관세 부과"
미국 내 현대차그룹 견제 분위기에 업계 '긴장'
우리나라, 지난해 미국 내 수입차 2위 올라
일본 3위로 밀려…관세 부과시 타격 더 클 듯
탄핵 국면에 트럼프 협상 진척도 우려…발 빠른 日
11일 경기도 평택항 인근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자동차 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수출 호조로 일본을 제치고 미국 수입차 중 두번째 최다 수출국이 된 한국은 트럼프발 관세폭격의 타격도 일본보다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일본 정부와는 달리 '컨트롤 타워' 부재까지 겹치며 트럼프와의 협상 순위에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은 '각개전투'에 나서는 모양새다.

日보다 대미 수출車 많은 한국, 미국 내 견제 목소리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오는 4월 2일 쯤 내놓겠다고 못 박았다. 4월 2일이 관세 적용 시점인지, 관세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관세를 일률 부과하겠다고 밝힌 전례를 감안하면 자동차 관세 역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한국 자동차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해 7월 리포트에서 "환경 혹은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부과되는 기술적 조치들은 한국 내 미국 자동차 기업에는 기울어진 운동장과도 같았다"라며 "비관세 장벽이 해결되면서 미국의 자동차 수출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울프 리서치 주최 자동차산업 콘퍼런스에서 현대차를 언급하며 "연간 수십만 대의 차를 수출하고 있는데 사실상 관세 없이 차를 팔고 있다"고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현재 미국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16년부터 전기차를 포함한 한국산 승용차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총 수출은 278만2612대로 이 중 미국 수출은 절반이 넘는 51.49%(143만2713대)인데, KB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미국이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고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매길 경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9천억원, 2조4천억원 줄 것으로 예측했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 역시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관세 20% 부과 시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최대 19%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내 한국산 자동차 판매가 최근 급증한 것도 '자동차 우선 부과 대상 국가 지정'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수입 자동차 802만대 중 한국은 멕시코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54만대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에 2위 자리를 내줬는데 지난해 추월했다.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가 지난해 미국 내 판매된 차량의 국가별 수입 비중을 보면 한국산은 2019년 5%에서 지난해 8.6%까지 급성장했지만, 일본산은 10.2%에서 8.2%로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수출 물량이 급증하면서 일본보다 더 '눈엣가시'로 여겨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 컨트롤타워 부재 우려…日에 협상 밀리나

정치적 환경도 일본에 비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배경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4월 2일까지 각국이 협상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은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 준비를 힘 있게 끌어갈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부재하다. 상대적으로 대응이 늦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이 상대적으로 발 빠르게 협상 테이블에 앉은 점도 우려를 키우는 지점이다. 뮌헨안보회의(MSC)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일본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은 15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에서 일본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1조 달러 투자'라는 선물보따리를 전달하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끌어내기도 했다.

자구책 나선 현대차…미국 내 생산 물량 끌어올리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현대차 그룹 제공·연합뉴스

이에 업계는 현지 생산 시설 확대와 개별 소통 강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 물량을 끌어올려 대응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본격 가동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한다. 여기에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물량까지 합치면 약 120만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트럼프 정부와의 소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라운딩에 동행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핵심 실세로 떠오르는 인물이다. 정 회장은 함께 경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행사 동안 트럼프 주니어와 지속적인 환담을 나눴다는 후문이다.

재계 차원의 민간 통상 외교도 힘을 싣고 있다. 현대차 성 김 사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주재 경제사절단에 참석해 오는 19~20일 워싱턴 D.C에서 '대미 통상 아웃리치' 활동을 시작한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김 사장은 올해부터 현대차의 글로벌 대외협력을 총괄하고 있다. 경제사절단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 유정준 SK온 부회장, 이형희 SK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 원장 등이 포함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통화에서 "구체적인 관세 부과 내용이 발표될 경우 그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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