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

2025. 2. 1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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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조 아나운서 ■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그의 회고전이 부산에서 한창입니다.

작품 수는 아카이브를 포함해 총 160여 점.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전시를 기획한 김가현 학예사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백남준 작가가 세상에 끼친 영향력을 느껴볼 수 있는 전시'라고 설명했는데요.

백남준의 사후 20주년을 1년 앞둔 올해.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가장 현대적인 예술가를 만나보시면 어떨까요.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 전시를 기획한 '김가현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를 만났습니다.

▮ 백남준의 최대 규모 회고전입니다.

사실 규모를 키우려는 게 목적은 아니었는데요.

확고한 세계가 있는 백남준의 주요 작품을 시기별로 다루다 보니 방대한 규모가 되었지 싶습니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 아트센터와의 공동 기획했는데요. 국내에서 백남준 연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인 만큼 전시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아트센터의 소장품과 자료 등 141점(소장품 88점, 자료 38점, 비디오 15점)을 포함해서요. 국립현대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프랑크푸르트현대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개인 소장가 등 국내외 주요 소장처의 160여 점의 작품과 사진, 영상, 아카이브 자료 등을 선보입니다.

▮ 무엇보다 백남준이 청년 시절 만든 퍼포먼스 비디오인 '손과 얼굴'을 흥미롭게 봤습니다.

전시 전경 ⓒ백남준 에스테이트

'손과 얼굴'(1961)은 청년의 백남준이 카메라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장면을 16mm 흑백 필름에 촬영한 것이고요. 이후 비디오로 변환한 일종의 퍼포먼스 비디오 영상인데요. 그가 이 비디오를 찍은 목적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스스로를 하나의 매체로 인식하고 작품화한 영상은 아닐까 싶습니다.

▮ 이 작품을 첫 전시작으로 내건 이유가 있을 텐데요.

백남준의 회고전을 다룬 만큼 연대기 순으로 작품을 배치했는데요.

관람객이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백남준의 거의 초창기, 그러니까 처음에 가까운 작품과 마주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 젊은 백남준과 눈을 마주하며 관람을 시작하는 것도 서로에게 뜻깊은 퍼포먼스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요.

▮ 그가 제작한 1호 로봇도 볼 수 있었어요. 바로 '로봇 K-456'입니다.

백남준은 1964년 텔레비전에 관한 기술 연구차 일본을 방문하는데요. 이후 자신의 비디오 예술에 기술적 동반자가 된 '아베 슈아'를 만나게 됩니다. 그와 의기투합하여 K-456을 개발하게 된 거지요.

▮ 원격으로 조종되는 로봇이라고요?

맞습니다. K-456은 20채널로 원격 조종되는 로봇입니다.

공공장소에서 걷고, 말하고, 공연할 수 있게 설계가 되었고요. 종종 주변 환경과 도발적으로 상호작용해 사회 규범에 도전했는데요.

기계로써 적극적으로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예술 조각으로서의 전자 조직체이면서, 새로운 기계, 새로운 재료, 최초의 ‘아트 머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최초의 '아트 머신'은 지금도 조종이 가능한가요?

전시 전경 ⓒ백남준 에스테이트

안타깝게도 전시 중인 '로봇 K-456'은 조종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입에 있는 라디오 스피커로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을 재생했고요. 배변하듯이 콩을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로봇 K-456’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로봇이 아니라 움직이는데 무려 다섯 명의 기술자가 필요했기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로봇이라고 백남준은 얘기했었지요.

백남준은 ‘로봇 K-456’이란 작품으로 소프트웨어와 사이버네틱 운명적 만남을 주선했고요. 예술과 기술에 대해 명확한 분기점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 '로봇 K-456'는 한마디로 전환점이었네요. '케이지의 숲 - 숲의 계시'는 어떤 작품인가요?

백남준 작가의 1993년작인데요.

8미터 높이의 나무 13개에 모니터 23개가 매달려있고요. 모니터에서 백남준과 샬롯 무어먼 그리고 백남준의 예술적 스승이지요? 미국의 현대 음악가 케이지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영상들이 송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숲의 계시'인 겁니까?

전시 전경 ⓒ백남준 에스테이트

1990년대 백남준은 케이지의 이름이 영어로 ‘새장’을 뜻한다는 것을 이용해서요. 케이지의 영상을 새장 속에 집어넣은 작품인 '새장 속의 케이지'를 여럿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제작한 '케이지의 숲'에서는 케이지를 일본어로 음차하면 ‘계시’와 같아지는 것에 착안했는데요. 이후 ‘케이지의 숲’을 ‘계시의 숲’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 계시의 숲 설치를 위해 전문가들이 모여 의기투합했다고 하셨잖아요.

전시 전경 ⓒ백남준 에스테이트

작품을 대여할 당시, USB 3개에 담긴 영상과 2장의 메뉴얼이 전부였거든요.

미술관에서는 그 메뉴얼을 바탕으로 백남준 작가와 함께 많은 작품을 설치했던 테크니션인 이정성 선생님, 담당 학예연구사인 저 그리고 나무를 선별해 구현하는 조경사, 영상 관련 담당자 등 여러 명의 논의와 연구 끝에 설치된 명상적인 작품입니다.

특히 류이치 사카모토가 제작한 오키나와 민요 'てぃんさぐぬ花(틴사구누하나,Tinsagu nu Hana, 봉선화꽃)’가 고요한 나무숲을 뚫고 흘러나오는데요. 왜 백남준이 류이치 사카모토와 이 작품을 같이 했는지 뚜렷한 계기는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백남준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동양적인 깊이를 가진 음악'으로 평가했으며, 사카모토는 백남준의 작업을 '시대를 앞서간 통찰력의 산물'로 존경했다고 합니다.

▮ 음악이 아닌 소설에 영감을 얻은 작품도 인상적이었어요. '걸리버'란 작품인데요.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가 모티브였다고요.

전시 전경 ⓒ백남준 에스테이트

맞습니다. '걸리버'는 백남준이 2001년에 제작한 3채널 비디오 설치 작업입니다.

바닥에 누워 있는 거인 걸리버는 총길이가 4미터가 넘는 거대한 로봇인데요. 총 11개의 오래된 텔레비전 케이스와 라디오 케이스 등이 몸을 이루고 있고요. 11개의 CRT 텔레비전에서 두 종류의 비디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비디오는 어떤 내용입니까?

하나는 사이보그가 첨단 미디어 환경 위로 성큼 걸어가고 있는 장면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자율주행이나 전자 도로를 질주하는 비디오입니다.

또하나는 '로봇 K-456'과 전 세계 곳곳의 풍경과 컴퓨터 그래픽을 번갈아 보여줍니다.

▮ 걸리버와 함께 만든 소인국 로봇 '릴리푸티언'은 무엇으로 만든 겁니까?

전시 전경 ⓒ백남준 에스테이트

각종 기계 부품, 나사, 전선, 파이프 등이 릴리푸티언의 몸체를 다채롭게 구성하고 있고요. 머리는 5인치 LCD 텔레비전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이 작품에서 백남준은 생기발랄한 릴리푸티언 로봇과 상대적으로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거대한 걸리버의 대비를 연출할 뿐 아니라, 릴리푸티언 로봇들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며 걸리버의 온몸을 전선으로 포박하고 있는 연극적 상황을 재미나게 보여주고 있는 대형 작품입니다.

▮ 작품 '108번뇌'는 1998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처음 소개된 작품이잖아요. 전시의 데미를 장식했지 싶습니다.

108 Torments, 1998, Nam June Paik ⓒ백남준 에스테이트

'108번뇌'는 108개의 모니터를 통해서요. 한국의 역사적인 사건과 근대사의 중요한 인물들, 동시대의 문화적 장면 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영상에는 8·15 광복과 한국전쟁의 잔상, 전통 부채춤과 승무는 물론 가수 현인부터 당시 대중문화를 대표했던 서태지와 아이들, 특히 백남준이 플럭서스 시절부터 함께 예술 활동을 펼치다 먼저 떠나보낸 동료들의 모습도 담겨 있습니다.

백남준은 '108번뇌'를 통해 어쩌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드는 ‘윤회’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작품을 통해 우리는 삶의 순간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반복되며, 그 속에서 인간의 번뇌가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전시를 보게 될 아트홀릭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 정도 규모의 회고전도 드문 일이지만 사실 이 규모로 무료 전시는 더욱 드문 일입니다.

어쩌면 전시가 끝나면 다시는 못 볼 수 있는 작품도 있습니다.

아트홀릭 독자들도 꼭 방문하셔서 이번 전시를 즐겁게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 작가 소개

백남준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다. 해프닝과 행위예술, 텔레비전과 방송, 인공위성, 대규모 비디오 설치와 레이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실험적이고 창의적으로 작업했다. 그는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으며, 기술의 예술적 전용을 통해 흥겨운 소통과 만남을 인류에게 선물했다. 새로운 기술과 예술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백남준은 여전히 가장 “현대적인 예술가”로서 평가받고 있다.

(사진 제공: 부산현대미술관)

■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

- 장소: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실4(1층), 전시실5(2층)

- 일정: ~ 3월 16일 (매주 월요일 휴무)

- 관람 시간: 10:00~18:00

- 관람료: 무료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 청주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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