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책임감은 다르다"...총리·장관·비서실장 반대 모두 묵살

양동훈 2025. 2. 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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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석열 대통령의 행적이 수사를 통해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데요.

총리부터 장관, 비서실장까지 모두 '안 된다'를 외쳤지만, "국무위원과 대통령이 느끼는 책임감이 다르다"며 계엄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양동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계엄 당시 대통령실 상황을 상세히 진술했습니다.

이 전 장관은 저녁 8시 40분쯤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해 대통령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났습니다.

1∼2분쯤 지나자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집무실에 왔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태용 국정원장도 연이어 도착했습니다.

이 전 장관은 조 장관이 강하게 반대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조태열 / 외교부 장관 (지난해 12월) : 대한민국이 지난 70여 년간 쌓아올린 모든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이니 재고해달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오래 생각해 온 일'이라며 반대를 묵살한 뒤 총리와 장관들을 고작 10여 분 만에 접견실로 내보냈습니다.

이 전 장관은 직접 집무실로 들어가 "국민들이 납득 못 한다,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하고 있다"고 간언했지만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이후 한덕수 총리와 정진석 비서실장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러던 사이 국무위원 11명이 모이자 윤 대통령이 접견실로 나와서는, "장관들이 느끼는 책임감과 대통령의 그것은 다르다"며 반대를 일축하고는 자리를 떴습니다.

밤 10시 17분부터 22분까지 있었다는 '5분 국무회의'의 실상이 이 전 장관 진술로 다시 한 번 확인된 겁니다.

[한덕수 / 국무총리 (지난해 12월) : 국무회의 자체가 굉장한 절차적, 실체적 흠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은 '이제 돌아가서 자기 일 열심히 하라'며 장관들을 내보냈습니다.

이 전 장관은 왜 더 적극적으로 계엄 선포를 말리지 않았느냐는 경찰 질문에 입법부 방해까지 한다는 사실을 당시에 알았다면 몸을 써서라도 막았을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는 계엄 선포 이후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 부속실 직원에게 회의 참가자와 발언 요지 등을 기록해두라고 지시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합법적인 국무회의가 있었던 것처럼 꾸미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경찰 질의에는, 회의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YTN 양동훈입니다.

영상편집 : 김지연

디자인 : 김진호

YTN 양동훈 (yangdh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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