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대통령감은 아니야" 작은 아버지가 꺼낸 이 말

김민수 2025. 1. 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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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친지들과 모여 정치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만 했다.

서로 정치적인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 나라가 혼란스럽다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오고갔다.

이 이야기를 꺼낸 작은 아버지는 60대 후반이며, 정치적으로는 보수, 대형교회에 출석하고 있었고, 그 교회 담임목사는 유명한 보수인사였기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 설날 친지들과 정치적인 이야기로 말싸움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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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만난 보수적인 친척조차 동의한 이 말... 진영 갈등 부추기는 대통령은 비극

[김민수 기자]

 1월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찰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2025.1.24
ⓒ 연합뉴스
설날, 친지들과 모여 정치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또 다짐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미 서로간의 성향을 알고 있으니, 이번 탄핵 사태와 관련해서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서로의 다른 생각을 어찌 설득할 것인가?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정치적인 견해를 가질 수 있는 연령대는 20대 5명, 30대 5명, 40대 3명, 50대 2명, 60대 6명, 80대 2명, 총 23명이 모였다. 서로 정치적인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 나라가 혼란스럽다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오고갔다. 이런 이야기에 정치적인 내용이 섞이면 외줄타기 하듯 분위기가 위태위태했다.

"그런데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지?"
"죽을 쒀도 임기는 채울 수 있었을 텐데..."
"그렇죠. 구속되었는데 이렇게 지지하는 이들이 많은데."
"아내 문제 때문이 아닐까."

탄핵 찬반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김 서방, 헌재에 윤 대통령하고 김용현이 나온 거 봤어?"
"예, 김용현이 뒤집어쓰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될까요?"
"그래야, 혹시라도 탄핵이 기각되면 사면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러겠지."
"그런데, 입 맞추는 거 너무 속보이지 않아요?"
"그러게 말야, 아무튼 대통령감은 아니야."

나는 놀랐다. 이 이야기를 꺼낸 작은 아버지는 60대 후반이며, 정치적으로는 보수, 대형교회에 출석하고 있었고, 그 교회 담임목사는 유명한 보수인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아무튼 대통령감은 아니야'라는 이야기가 나오다니. 더 이야기는 진행시키지 않았지만, 작은 아버지는 탄핵이 기각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탄핵찬반 여부를 떠나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인식은 같았다.

"그러면 아빠, 이 나라에 살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친지들과 헤어져 가족 단위별로 모였다. 드디어 내가 우두머리(?)다. 20대 아들 1명, 30대 딸과 사위 4명, 60대 나와 아내, 총 7명은 다행스럽게도 같은 입장이다.

딸이 물었다.

"그런데 만일 탄핵이 인용되지 않으면 어쩌지?"
"증거가 이렇게 명백하고, 나라가 이 모양이 되었는데 안 되겠어?"
"그러니까 만일이지."
"그러면, 아빠, 이 나라에 살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아무튼, 대통령감은 아니야."

다행스럽게 설날 친지들과 정치적인 이야기로 말싸움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적인 성향이 극명하게 다른 친지들은 의도적으로 만나지 않았다. 진영의 논리는 혈연까지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참으로 불행한 나라다. 언제나 진영의 논리를 벗어난 성숙한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1945년 해방 이후, 분단의 상황은 이런 불행의 시초였다. 무조건 '좌파, 빨갱이, 종복'이라는 딱지만 붙이면 되는 시대, 남북이 분열된 것도 모자라 지역갈등을 부추겼고, 이젠 진영논리로 혈연까지도 갈라놓는다.

국민대화합을 이뤄야할 책무를 지닌 대통령은 극우보수화되어, 자신과 정치적인 입장이 다른 이들을 종북좌파라 하고 패악질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여전히 구속된 상태에서도 나라를 분열의 나락으로 몰아가고 있다. 여전히 내란동조세력들은 그를 지지하며 이 나라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다. 이런 대통령이 언제까지 이 나라의 대통령이어야 하는가?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 그것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좋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억하길 바란다. 당신의 지지자들 중에서도 당신이 '대통령감이 못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당장 정치적인 이익이나 사적인 이익을 위해 당신을 지지하지만, 탄핵이 인용될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부터 당신은 버려질 것이라는 것을.

일말의 연민이 남아 충고한다면, 지금이라도 석고대죄하고 잘못을 구하라. 그러면 정상참작이 조금이라도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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