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 커진 韓유학생들…트럼프 2기 공포, 왜?[Why&Next]

차민영 2025. 1.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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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출범…유학생·교민 우려
美 현지취업 좁은 길, 더 좁아질 듯
이민 컨설턴트·법무사도 맹탕 답변만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한국인 유학생과 교민 사회가 우려에 휩싸였다. 작년 미 대선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온 순간부터 예고됐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현지 취업 문턱을 밟은 유학생들의 심적 부담은 배가 됐다. 이민 전문 컨설턴트와 법무사들조차 유료 상담을 진행하면서도 "지켜봐야 한다"는 맹탕 답변만 내놓을 뿐이다.

'불법' 이민자만 잡는다지만…취약하고 불안한 유학생

30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인 사회에서도 가장 취약한 집단은 졸업 후 막 취업을 앞뒀거나 갓 취업을 마친 유학생이다.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캔자스지역 공대를 졸업한 29세 이승현씨(가명)는 "트럼프 1기(2017~2021년) 때처럼 많은 유학생이 쫓겨나지 않을까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걱정했다"며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올까 우려하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불법 이민자' 추방에 방점을 찍은 만큼 '적법한 방식'을 추구하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트럼프 표 이민 정책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시카고 소재의 한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27세 유지민씨(가명)도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자 이민 전문 컨설턴트와 법무사에게 유료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지켜봐야 한다"는 공허한 말뿐이었다. 그는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이 이민자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진 않을지 막연한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소재의 한 대학에서 석유화학 부문을 공부한 25세 최지연씨도 "솔직히 '이민자'라는 신분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질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있다"며 "지금 취업비자를 통해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음에도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작년에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한 후 대학들이 유학생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입국금지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거나 입국 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트럼프 취임 전에 입국하라며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美 현지 기업들엔 인력 리스크…"자국중심주의 만연"

미국 내에서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설 자리가 줄어든 게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서울 강남 소재의 한 유명 유학센터에서 미주지역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A 직원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캐나다, 호주 등 전 세계에서 자국민을 중심으로 빗장을 걸어 잠갔다"며 "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왔으며 현지에서 이공계가 아닌 학생들은 졸업 후 합법적인 체류 기간 내에 일을 구하는 게 매우 힘들어졌다"고 반박했다. 일례로 캘리포니아 지역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할 경우 3개월 이내에 학과와 관련된 인턴십 기회를 잡지 않으면 장기 체류가 어려울 수 있다. 이공계 학생들의 경우보다 긴 체류 기간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동일 조건이라면 미국 국적의 학생을 뽑는 게 기업 입장에서 훨씬 나은 선택지라는 의미다.

현지 기업들에 이런 상황은 감수해야 할 리스크일 수밖에 없다. 현지 취업에 성공한 이승현씨(가명)는 "예전에는 취업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던 전공도 최근에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며 "학사 졸업 후 100곳 정도 지원해 3곳에서 인터뷰를 봤는데, 사실 미국 기업 입장에서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유학생을 채용하면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셈"이라고 짚었다. 그는 또 "그들도 사람만 보고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미 현지에 터를 잡은 교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 주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 인근 패서디나에 거주하는 45세 김현일씨(가명). 명품 패션 브랜드에서 지점 매니저를 맡고 있는 그는 "작년 한 친구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트럼프 취임 일주일 전에 학교로 복귀하라는 이메일을 모든 유학생에게 보냈다고 말해줬다"며 "트럼프가 모든 대학 졸업생들에게 '그린카드'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에 이게 어떻게 전개될지 이와 관련해선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1기 때는 몇 년이 지났기 때문에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 홍콩계 친구가 학교에 못 돌아올까 봐 걱정했던 것은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즉흥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트럼프의 언어도 문제다. 미주 지역 한인 신문인 라디오코리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후보 시절 한 팝 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학을 졸업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자동으로 그린카드 영주권을 제공해야 한다"고 파격 제안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고도의 숙련 노동자들이 필요하다"며 영주권 발급 대상 확대를 시사했다. 또 커뮤니티 칼리지(CC) 졸업생에게도 자동영주권 제공 혜택을 주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선거본부의 공보비서는 그 직후 성명을 발표하고 "이 제안은 모든 미국 대학 졸업생들이 아니라 고도의 숙련직으로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는 외국인들에게만 적용될 것"이라고 즉각 발언을 수정하기도 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캘리포니아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하고 있어 지역민들의 불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민자 비중이 높은 캘리포니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표밭'으로 불리는 진보성향 색채가 강한 주(州)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명령을 따르지 않는 이른바 '피난처 도시'와 관련해 "캘리포니아가 훌륭한 사례"라고 비꼬기도 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이민 정책도 비판하며 이민 명령에 불복할 경우 연방 지원 자금을 삭감할 수 있다고도 협박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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