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건강한 경쟁은 필요, 엘리트 체육 더 발전해야"

임성일 기자 이재상 기자 2025. 1. 2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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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
"어린 친구들에게 다양한 선택지 필요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이재상 기자 =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그 동안 생활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엘리트 체육에 대한 지원의 목소리를 내긴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음악이나 미술은 어렸을 때부터 재능이 있으면 전념해야 한다고 하면서 스포츠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측면도 있었다.

▶공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가둬놓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꿈이 있는 것이다. 책상에 앉아서 4시간, 6시간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있을까? 만약 공부를 안하고 수업을 못 듣고 그 시간에 운동에 투자했다고 해서 이 사람이 인생이 낙오자인가?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그 프레임을 씌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공부 안 한다고 운동만 했다고 나중에 못 먹고 사나? 아니면 사회에 부적응해서 사고를 치는 것인가? 난 그런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식이 바뀌면 정말 알맞은 정책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학부형은 오히려 하고 싶어 한다.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다.

▶누구나 올림픽 금메달을 보고 (체육을) 한다. 손흥민 선수를 보고 축구를 하는 것이다.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1%가 되기 위한 과정을 닦는 것이다. 난 1%가 안 될 것이니까 포기하겠다고 한다면 운동할 학생이 어디 있나. 가령 서울대학교에 가기 위해 밤새 공부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공부한다고 다 (서울대에) 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경쟁이다.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한 목표를 갖는 것이다. 가둬놓고 제약을 뒀을 때 그것이 올바른 경쟁이 되고 올바른 사회가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유승민이 그렇게 했으니까. 강성으로 애들 운동만 시킬 사람이다, 공부 안 시킬 사람이다'가 아니다. 공부를 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 줘야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운동을 아예 못하게 만드는 규정은 없애야 된다. 본인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어떻게 방학에만, 주말에만 경기에 나가나? 그것 자체가 현장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상대와 악수를 하고 (결과가 나오면) 승복을 하고, 그만큼 좋은 현장 교육이 어디 있나. 그렇기 때문에 난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인정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아울러 만약에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킬 것 같다면 전문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시켰으면 한다. 학교에서 책상 앞에만 두는 것이 아닌, 관심 가질만한 것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학생이라면 스포츠 매니지먼트, 스포츠 역사, 스포츠 언어 등이 있다. 영어를 배우더라도 기본적인 컴플레인(항의)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지금은 초 전문화된 시대가 됐다. 예전에 오락실 가면 선생님들께 혼났다. 하지만 e-스포츠 선수들만 봐도 사회의 대접이 다르다. 예전에 만화책 보면 책을 보라고 했지만, 지금 웹툰 작가는 사회에서 많은 롤 모델이 되었다. 하나의 분야를 개척해 가고 있다. 그런 초전문화된 시대에서 왜 운동선수들은 전문성을 인정 못 받는 것인지 짚어내고 싶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정부를 설득도 해야 하고, 가야할 길이 멀다.

▶철저히 교육부, 정부와 소통해야 한다. 체육회 내에서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 체육회가 그들을 설득하고 올바른 정책을 낼 수 있게 하는 것은 중간 역할을 하는 입장이다. 리더가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기에 그것을 제안하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바뀌었을 때 운동시키는 학부형들이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지금 일반 학교, 고등학교에 가면 오후 4시 반부터 운동을 한다. 2시간 정도 하면 끝난다. 학교 시설을 늦게까지 이용할 수 없다. 그러면 그 학생들이 어디로 가나? 다 개인 레슨 받으러 간다. 그것을 보조해 줄 것인가? 가령 2시간만 공부하고 서울대를 목표로 하라고 한다면 그것이 되겠나. 그런 구조적인 것들이 학교 안에서, 공교육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드리고 싶은 것이다.

-1%의 엘리트 외 99%를 우려하는 것이 지금까지 일반적이었다.

▶(엘리트가) 안 되는 99%가 사회에 악이 되나, 다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아니다. 다 잘 살고 있다. 기준이 높다보면 본인의 선택지가 줄어들 순 있겠지만 스포츠 업계에도 정말 다양한 분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능을 개발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왜 저희와 같은 1%만 성공했다고 생각을 할까. 목표는 다르지만 다른 직능에 가서 하는 사람도 자기 인생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전문성을 이제는 인정받는 시대가 됐다. 체육인들이 기준에 맞춰서 가야지, 자꾸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 미술 다 되는데 왜 우리만 달라야 하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

-중요한 이야기지만, 교육부와 연계도 해야하고, 제도적인 받침도 필요할 듯 한다.

▶맞다, 부모들은 등골이 빠진다. 예전에는 학교에 도시락 챙겨가면서 운동하는데 지금은 못하기 때문에 다들 사설로 간다. 부익부빈익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학교에 있는) 지도자들도 선수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 조금 강하게 하면 학교에서 제재를 주고 나가야 한다.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조치가 하나도 없다. 그러한 시스템이 가장 급하게 해결해야할 현안이라고 본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러한 줄기가 이어지고, 실현된다면 큰 일이 될 것 같다.

▶혼자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선수, 지도자도 같이 토론도 하고 목소리를 들어서 결과물이 나온다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그동안 체육계 수장은 이러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다시 이야기 드리지만 당연히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열어놔 달라는 것이다. (학생이) 선택할 권리가 없다. 연습을 더 하고 싶어도 수업 때문에 못할 수 밖에 없다. 융통성 있는 정책을 구현해 달라는 것이다.

-스포츠로 돌아와서, 최근에 보면 수영이나 피겨 스케이팅과 같은 다양한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어떤 부분이 달라졌다고 보는가.

▶갈수록 글로벌화 되면서 선수들 간 차이가 사라졌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신체적인 조건이나 힘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 서구화 된 음식을 먹고, 서양의 문화도 공유가 된다. 휴대폰 하나로 전 세계가 다 공유할 수 있다. 갈수록 평준화가 되고 있다.

다만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실을 보면 기초 종목 등에 대한 투자가 더 필요하고, 종목 별로 밸런스를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메달 따는 종목에 집중돼 있다. (파리에서) 13개 금메달을 땄지만 전체 33개 종목 중 5개 종목이었다. 약세인 종목을 발굴해 나가야 하는데, 그런 것은 지금의 학교 체육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가면 갈수록 인기 스포츠를 하려고 한다. 어려운 도전하는 종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종목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요즘 선수들 정말 당당하다. 정말 좋다. 난 그런 부분을 보면서 미래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주관이 뚜렷하고 운동 외적으로도 관심사가 많다. '공부만 해' 이런 것이 아니라, 그 친구들의 관심사를 개발해주는 것도 어른의 역할이다.

예전 같이 '공부 안하면 머리가 비었다'고 하는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아이들도 관심사가 많아지고, 내가 열심히 승부해서 지면 그것도 쿨하게 인정한다. 그리고 다시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사를 찾는다. 그런 세대가 됐기 때문에 복합적인 것을 살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꿈을 어른들이 너무 재단하면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최근 MZ 선수들은 큰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는 것 같던데.

▶그렇다. 잘 긴장하지 않는다. 쫄 수 있지만 그냥 딱 해버리고 '끝나면 잘했다. 내가 좀 부족하지'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멋있나. 지도자도 그런 마인드를 잘 살펴야 한다. 단, 과정은 더욱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제 공약 중 (진천)선수촌을 일부 자율화 시키곘다고 했지만 자율화 외적으로 훈련 강도는 더 높아져야 한다. 그것은 진리다. 훈련의 강도와 양이 받쳐지지 않는 성적은 나오지 않는다.

-최근 국제 대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성적 지상주의가 없어져야 한다는 말을 많이 쓴다.

▶개인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월드컵) 축구에서 지면 난리가 난다. 그 선수들이 왜 공항에서 계란을 맞아야 하나. 성적 지상주의를 탈피하자고 하는 것과 앞뒤가 맞지 않다.

사실 성적 지상주의라는 말은 너무 틀린 말 같다. 모든 분야에서 성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대학 수학능력시험이나 사법고시, 행정고시가 다 없애야 한다. 등수를 매겨서 사람을 차별하는 것 아닌가? 올림픽에서 만약 1, 2, 3등이 없었다면 경쟁에 의미가 있을까.

물론 그 경쟁이 과열돼서 그 속에서 나오는 비합리적인 결과물 때문에 그런(성적 지상주의 타파) 이야기가 나왔다고 이해는 한다. 하지만 경쟁의 가치가 손상되는 것은 20년 넘게 경쟁하던 사람으로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스포츠가 갖고 있는 본연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즉 올바른 경쟁을 통해서 인성도 함양시키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스포츠가 갖고 있는 가치를 향상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적 지상주의라는 말을 통해 마치 모든 경쟁이 정말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처럼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시각은 다를 수 있다. 다 존중하고 개선할 것은 해야겠지만 자꾸 스포츠 본연의 가치를 건드리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최근 체육인들은 많은 지탄과 비판을 받았고, 가장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체육회장으로 선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이제는 체육인이라고 더 이상 숨지 않아도 된다. 체육인은 정말 가치 있고 멋진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다. 당당하게 지금처럼 더욱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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