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명도 없다”…‘텅텅’ 다들 난리 뭐길래?

김현주 2025. 1. 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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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한때 청소년·게이머에게 최적의 공간
이젠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
“문화적 허브로 자리 잡을 가능성 모색해야”
정부·업계 차원의 지원…창의적인 접근 필요

50대 김모 씨는 서울에서 15년 동안 PC방을 운영해온 자영업자다. 최근 그는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손님이 꾸준히 늘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이 제한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며 "이후에는 사람들이 집에서 게임을 즐기거나 모바일 게임으로 옮겨가며 PC방 수요가 더욱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요금과 임대료 등 운영비 증가도 폐업의 주요 원인이었다. 그는 "매출은 줄어드는데 고정비는 계속 올라 운영을 지속하기 어려웠다"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없었다면 더 빨리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과거 소자본 창업의 대표 업종으로 꼽혔던 PC방은 이제 더 이상 안정적인 창업 아이템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24시간 운영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과 매년 상승하는 최저임금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가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운영 방식을 고수하는 PC방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PC방 업계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스포츠 대회와 연계한 전문 시설로의 전환이나,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의 탈바꿈이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시설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으로 언급된다.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 PC방은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적 허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 차원의 지원과 더불어, 개별 사업자들의 창의적인 접근과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PC방 수는 7280개로 1년 전(7858개)보다 7.6% 감소했다. 불과 1년 사이 약 600개가 문을 닫은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0월(1만208개)과 비교하면 약 23% 감소하며 업계는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경우 PC방 수가 5년 만에 112개에서 64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으며, 강남구 역시 같은 기간 108개에서 58개로 거의 50% 감소했다.

PC방 감소의 가장 큰 이유로 인건비와 전기료 등 부대비용의 증가가 꼽힌다. PC방은 24시간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비용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PC방 운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게임 산업 부가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1년 전보다 운영 비용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PC방 이용요금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기준 PC방 회원 요금은 시간당 평균 1155.8원, 비회원 요금은 1335.2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대 후반 시간당 1000원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금액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PC방 이용료는 사실상 하락한 셈이다.

게임 시장의 중심이 모바일로 이동한 점도 PC방 감소의 중요한 원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의 비중은 58.9%로 PC 게임(26.1%)의 두 배를 넘는다.

사람들이 과거처럼 PC방에 모여 게임을 즐기기보다는, 개인 스마트폰으로 혼자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로 게임 방송을 시청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한때 PC방은 게임 산업의 중심이었다. 게임 업계는 PC방 점유율을 흥행의 바로미터로 삼았고, 게임사들은 전용 아이템 제공이나 대규모 이벤트 등으로 PC방 점유율 확보에 공을 들였다.

신작 게임 출시 후 유저가 어깨너머로 게임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게임에 유입되는 마케팅 효과는 상당히 컸다.

최근 PC방 산업의 쇠퇴로 게임사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PC방 점유율은 신작 게임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기준이었다”며 “팬데믹 이후 PC방 중심의 대회나 이벤트가 크게 줄어든 대신, 무료 이용권 같은 소극적인 마케팅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개인용 고성능 PC 보급률이 크게 증가한 것도 PC방 이용률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가정 PC 출하량은 117만 대였다. 이 중 15만 대가 고성능 게이밍 PC였다. 이는 전년 대비 23.5% 증가한 수치다.

게이머들의 기대를 끌 만한 신작 PC 게임도 부족하다. 게임트릭스 자료를 보면 2023년 1월 기준 PC방 점유율 상위 10위 내 가장 최근 출시작은 2018년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8위)였다. 1위를 차지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출시 14년 차, 가장 오래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6위)는 무려 22년 차 게임이다.

전문가들은 PC방의 쇠퇴 원인으로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의 소비 패턴 변화와 필수재로서의 기능 축소를 꼽는다.

이들은 PC방 산업의 부흥을 위해 ▲가족 단위의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신 ▲지역 거점별 e스포츠 중계 시설을 갖춘 전용 PC방 구장 도입 등과 같은 혁신을 제안한다.

그러면서 "PC방은 한때 청소년들과 게이머들에게 최적의 공간이자 게임 산업의 핵심 축이었다"며 "기술과 트렌드의 변화 속에서, 이제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PC방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혁신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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