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창업 스토리] ‘정원 문화’ 확산 절실함에 움튼 새싹…성공 열매 맺다

김덕형 2025. 1. 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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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학과 졸업·조경설계사 경력
‘정원’ 사업 구상 2013년 춘천행
농업 법인 근무·귀농 교육 매진
2019년 카페 ‘녹색시간’ 개업
식물 주제 행사·굿즈 판매 등
복합문화공간 자리매김 ‘인기’
‘쉽게 즐기는 정원 생활’ 목표
식물상점 ‘테이크잇플랜트’ 조성
어린이 정원학교 등 사업 확장
자금·교육 등 지원책 적극 활용
철저한 사전 조사·계획 ‘ 필수’
창업자 네트워크 기관 역할 강조

춘천 브런치카페 녹색시간 

멀리 보이는 백사장을 두 발로 거닐며 들여다보면 조그마한 알맹이와 모래로 이루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수천, 수백, 수억 개의 암석 입자들이 수만년을 파도에 쓸리고 밀리면서 광활한 모랫길을 만든 것이다. 기업과 가게도 마찬가지다. 생김새도 성격도 가지각색인 개인들이 저마다의 꿈을 간직한 채 가게를 열고 기업을 꾸린다. 지역의 마을과 동네가 점점 작아지는 오늘날, 청년 창업가들은 왜 지역에서 기업과 가게를 열까. 강원도민일보는 연중 기획 ‘MZ세대 창업 스토리’를 통해 도내 18개 시군의 청년 창업가 이야기를 전한다.

▲ 춘천 브런치 카페 ‘녹색시간’ 장원기 대표

■자연을 품은 ‘녹색시간’

춘천 여행객들이 들르는 가게가 있다. 바로 낙원동에 위치한 브런치카페 ‘녹색시간’이다. 녹색시간 장원기(42) 대표를 인터뷰하기 전 네이버 지도 리뷰를 읽었다.

“춘천으로 여행와서 가장 제일 처음 먹은 음식이 녹색시간의 브런치” “여행으로 방문한 춘천 브런치 맛집!…분위기도 아늑하고 따뜻해요” “춘천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곳이었는데 음식이 맛있고 인테리어도 예뻤어요”

지난 8일 녹색시간에 들어서자 방문객이 남긴 리뷰가 실감이 났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식물이었다. 크기도 생김새도 모두 다른 화분 속 식물들은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 커피를 내리고 음식을 만드는 조리 공간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대표 메뉴인 오픈토스트와 파스타에도 제철 과일과 함께 은은한 향과 색을 더했다. 조경학과를 졸업한 장원기 대표의 감성과 손길이 묻어있는 공간이다.

“8살까지 자연에서 놀았던 기억이 많다. 산에서 딸기 따먹고, 하굣길엔 냇가에서 물고기와 가재도 잡고, 자연 속에서 노는게 그저 좋았다.”

장 대표는 조경학과를 진학한 뒤 서울의 조경설계 사무실에서 4년 간 일했다. 나무와 식물을 두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게 늘 아쉬웠던 장 대표는 정원을 주제로 사업을 해보자 마음먹고 2013년 춘천으로 향했다.

녹색시간은 2019년 9월 열었다. 그 전까지 창업 아카데미와 귀농 교육, 오경아 정원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농업 법인 회사에서 1년 간 작물 생산·관리·유통 일을 하기도 했다. 창업 기회는 2019년 4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청년창업공간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창업 준비금과 지원금을 합쳐 사람 발길이 끊긴 건물을 리모델링 해 지금의 녹색시간을 조성했다. ‘정원 문화 활성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걸어 온 발자취다.

 녹색시간 가게 앞 전경 

■복합문화 플랫폼 ‘녹색 시간’

녹색시간은 브런치 카페에 그치지 않는다. 식물과 정원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카페 지하에선 춘천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 디자인 굿즈 등을 판매한다. 정원과 식물을 주제로 교육, 간담회, 전시회와 소규모 행사, 공연도 기회가 닿을때 마다 연다.

“사람들이 도심 속 자연을 느끼고 갔으면 한다. 자연에서 나는 먹거리를 즐길 수 있고 식물·정원을 주제로 교육과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기억되고 싶다”

장 대표의 사업은 확장하고 있다. 2023년, 식물을 간편히 살 수 있는 ‘테이크잇플랜트’를 녹색시간 인근에 조성했다. 예비·현직 ‘식물 집사’들이 정원 생활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인 식물 상점이다. 방문객들은 씨앗이 심어진 지피포트를 구매해 화분에 옮겨심거나, 뿌리가 나온 지피포트를 되가져와 분갈이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지난해 초 인근에 난 화재로 테이크잇플랜트 매장은 현재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정원 문화를 알리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는 의암리 일대 700평 규모로 ‘어린이 정원학교’를 조성하고 있다. 5살 된 자녀가 자연 속 놀이터에서 흙을 만지고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도 한몫했다. “정원 문화를 확산시키려면 아이들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를 위한 정원 학교를 조성하려는 이유다.”

장원기 녹색시간 대표가 지난 2023년 열린 춘천 술페스타에서 분갈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 정원학교는 올해 상반기 쯤 개교를 앞뒀다. 학교 이름은 에이핏우즈(A Frog In The Woods), 의암리 숲 속으로 간 개구리의 정원 생활이라는 스토리를 입혔다. 부모 손을 잡고온 아이들이 정원에서 자란 식물로 꽃다발을 만들거나, 직접 수확한 재료로 간단히 샐러드와 디저트도 해먹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식물을 보고 만지는 것에서 나아가, 곤충과 새 등 생태를 경험하는 ‘비오톱 정원’을 지향한다.

장 대표의 최종 목표는 춘천의 정원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다. “춘천은 정원 도시를 계획하고 있다. 녹색시간은 춘천 정원의 한 축을 담당하려 한다. 이곳 녹색시간과 의암리에 들어설 정원학교를 통해 어릴 적 자연에서 느꼈던 감성을 시민들과 공유하다 보면 어느새 정원 도시 춘천을 대표할 것이라 생각한다.”

녹색시간 내부 모습  

■청년 창업 열쇠말, ‘공공 지원’과 ‘절실함’

선배 창업가로서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달라 물었다. 장 대표는 절실함을 꼽았다. 장 대표는 “‘창업 해볼까’라는 단순한 마음으로 창업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 꿈이 있으면 제일 좋다.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꿈과 맞는 창업이어야 한다”

장 대표는 최소한 6개월은 창업 준비에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어떤 강점이 있는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고민하고 해당 분야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 조언을 얻고 공간을 찾으라고 했다. 장 대표는 녹색시간을 열기 전 한 농업회사법인을 다녔다. 퇴근하면 저녁을 먹고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창업 책을 찾아 읽으며 6개월 간 사업 계획서를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기관도 강조한다. 장 대표는 “창업 과정을 되돌아보면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사업화 자금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창업 정보, 교육 등도 유용했다. 창업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창업을 준비할 때 서울에서 열리는 창업 전문가 간담회에 돈을 지불하고 들은 적이 있다. 강원 지역에서 선배 창업자와의 예비 청년 창업자를 연결하는 다양한 기관들이 자리 잡아야 한다. 여러 기관들이 함께 창업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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