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판 이지스 깜짝 공개…"핵탄두 미사일 탑재 가능성" [이철재의 밀담]
그동안 숨겨졌던 북한의 신형 호위함이 깜짝 등장했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지난해 12월 30일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 확대회의 관련 보도를 전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상 전투함 건조 현장을 방문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의 촬영 장소와 날짜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서해 남포조선소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통일부에 따르면 평안남도 남포의 남포조선소연합기업소(남포조선소)는 북한 서해의 최대 조선소다. 최대 2만t짜리 배를 건조할 수 있으며, 연간 최대 건조 능력은 5만t이다. 1993년 6000t급 플로팅 독인 회령 623호가 완성됐다. 이 밖에도 북한은 동해에 함경북도 나진·청진, 함경남도 신포에도 해군 수상 전투함과 잠수함을 만드는 조선소를 갖고 있다.
김정은은 올해 두 차례 남포를 방문했다. 2월 2일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은 남포에서 “오늘날 해군 무력 강화가 제일 중차대한 문제”라며 “노동당 8차 대회가 결정한 각종 함선 등 건조 사업을 5개년 계획 기간 안에 무조건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9월 8일 보도에선 김정은은 해군기지 건설부지를 찾아 “대형수상 및 수중함선들을 보유하게 되는데 맞게 최신형 대형 함선들을 운용할 해군기지 건설은 초미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런데 2월 2일 보도 사진과 9월 8일 보도 사진이 같은 곳에서 찍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9월 8일 사진에선 김정은은 흰 셔츠를 입었다. 지난해 12월 30일 사진에서도 흰 셔츠의 김정은이 멀리 보인다. 지난해 12월 30일의 다른 사진에선 김정은은 가죽점퍼 차림이었다. 2월 2일의 가죽점퍼와는 달랐다.
종합해보면 김정은은 남포조선소의 신형 호위함 건조 현장을 최소 세 번 찾은 셈이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기전시회인 ‘국방발전-2024’에선 신형 호위함을 소개하는 패널이 구석에 걸려 있다.
북한 해군에서 가장 큰 배 만들려는 듯
신형 호위함 건조 조짐은 지난해부터 하나둘씩 나타났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조지프 뎀시가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 평안남도 남포조선소에서 지난해 5월부터 큰 기둥이 세워지더니 그물망 지붕과 가림막이 길이 170m와 폭 30m 구역을 둘렀다. 주변에선 각종 자재가 보였다.
조지프 뎀시는 북한 해군에서 가장 큰 수상 전함이 건조 중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의 추정에 따르면 북한 신형 호위함은 5000t 안팎이다. 겉모습은 중국의 052D급(7500t), 러시아의 어드미럴 그리고비치급(4000t)과 많이 닮았다. 지금까지 북한의 최대 수상 전투함은 나진급 호위함(1800t)이었다.
북한 해군은 동해 함대와 서해 함대를 두고 있다. 나진급은 두 함대의 기함이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 해군은 전투함정 420여척, 상륙함정 250여척, 기뢰전함정·소해정 20여척, 지원함정 40여척, 잠수함정 70여척이다. 대한민국 해군보다 수에선 크게 앞지른다.
그러나 전력이 동서로 갈라져 있는 데다, 대부분 함정이 낡았다. 현대 해전을 치를 전력이 거의 없다. 경제가 쪼들리고 기름이 없어 훈련도 부족하다. 그래서 나진급 호위함도 대부분 항구에 머물러 있다. 북한의 주력 잠수함인 로미오급은 소음이 심해 ‘바닷속 경운기’라 불린다.
그래서 김정은은 최근 해군력 강화를 독려하고 있다. 북한은 압록급(1500t)·두만급(1500t) 호위함과 해삼급(200t)·날치급 고속정을 만들고,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려고 한다. 이번 신형 호위함도 이 같은 흐름에서 나온 듯하다.
무장도 수상 전투함 중 최강일 듯
북한의 신형 호위함이 북한 해군에서 최대일 뿐만 아니라 최강일 전망이다. 현재 북한 해군의 수상 전투함은 방공 능력이 형편없다. 김정은이 승선했던 경비함 661호(압록급)는 수동 개틀링 기관포와 화승총(휴대용 대공 미사일)이 전부다(지난해 8월 21일 보도).
그런데 신형 호위함은 다르다. 우선 함교 아래 레이더가 들어갈 공간이 보인다. 전후좌우 네 곳에 레이더를 달 것 같다. 이지스 체계의 위상배열레이더를 달려 한다는 분석이다. 위상배열레이더는 각각의 모듈이 전파를 송수신하면서 적을 탐지한다. 4면 탑재 방식의 위상배열레이더는 일반 레이더처럼 안테나를 돌리지 않아도 된다.
함교 앞에는 수직발사관(VLS)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보인다. 현대 수상 전투함의 VLS는 함대공은 물론 함대함·함대지·함대잠 등 다양한 미사일을 쏠 수 있다.
북한은 러시아의 S-300 지대공 미사일을 바탕으로 한 번개-5, 러시아의 9K330 토르를 닮은 신형 저고도 방공 체계를 열병식에서 선보였다. 번개-5는 2015, 2016, 2017년 각각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번개-5는 최대 사거리가 150㎞, 신형 저고도 방공 체계는 12㎞로 추정한다. 북한은 또 지난해 2월과 4월 두 차례 신형 지대공 미사일 ‘별찌-1-2’를 시험발사했다.
신형 호위함은 1차로 번개-5나 별찌-1-2가 요격하고, 2차로 신형 저고도 방공 체계가 담당하는 방공망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또 러시아의 구형 CIWS(근접 방어 무기 체계) AK-630을 추가할 수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북한판 이지스’라고 부른다. 이를 줄여 ‘북지스’라는 네티즌도 있다.
핵탄두 순항미사일 탑재 가능성
신형 호위함은 VLS에 화살-2형을 탑재할 수 있다. 화살-2형은 최대 사거리 2000㎞인 순항미사일이다. 화산-31형 핵탄두를 달 수 있다고 해서 북한은 화살-2형을 ‘전략’ 순항미사일로 부른다. 북한은 이미 압록급에서 화살-2형을 발사했다고 밝혔지만, 합동참모본부는 “전략 함대지 미사일이 아니라 사거리가 짧은 함대함”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신형 호위함은 압록급과 달리 덩치가 크기 때문에 화살-2형을 달 수 있다. 대한민국 해군으로선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VLS 앞의 공간은 함포용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한민국 해군의 5인치(127㎜) KMk 45와 비슷한 모양의 함포를 ‘국방발전-2024’에 내놨다.
신형 호위함의 함대함 미사일로 북한이 지난해 2월 14일 처음 쏜 바다수리-6 지대함 미사일을 바꿔 달 예상이다. 이 미사일은 VLS가 아니라 함정 연돌 사이 공간에 따로 둔 발사대에 넣을 것 같다. 바다수리-6보다 앞선 금성-3으로 무장할 수도 있다.
신형 호위함의 전자전 체계·대잠수함전 체계·전투체계를 추정할 정보는 없다. 해군 기획관리참모부장을 지낸 천정수 HD중공업 전무는 “수중 잠수함을 탐지하려고 함저에 소나돔을 나중에 붙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대잠로켓인 RBU-6000과 533㎜ 어뢰가 신형 호위함의 대잠 무장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 몇장에 나온 정보를 조각조각 이어붙이면 북한의 신형 호위함은 자함을 넘어 다른 배들에도 방공 우산을 씌워줄 수 있으며, 수상 전투함·잠수함과 싸울 수 있고, 여차하면 한국과 일본의 지상 목표를 핵공격할 능력까지 갖춘 수상 전투함일 전망이다. 외장 건조는 상당히 진행한 것으로 보여, 김정은의 지시대로 5개년 계획이 끝나는 올해 12월까지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이르면 내년 1월 진수할 수 있다.
성가시지만, 게임체인저는 못 돼
북한이 요즘 러시아와의 사이가 부쩍 좋아졌기 때문에 전자전 체계나 전투체계 기술을 받아올 수 있다. 당장 대한민국 해군에 경종을 울려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과잉대응은 섣부르다. 러시아의 관련 기술 수준은 괜찮지만, 미국보다 낮으며, 한국은 물론 중국보다도 아래다.
해군작전사령관 출신의 박기경 대구한의대 초빙교수는 “북한이 경제 상황과 조선 능력으로 보건대 신형 호위함을 많이 지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동해 함대와 서해 함대의 기함으로 모두 2척을 배치하거나 그보다 한두 척 더 건조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신형 호위함은 성가신 존재는 맞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해군의 세종대왕급·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과의 비교는 꿈도 못 꾸는 수준이다. 아니 요즘 한창 나오고 있는 충남급 호위함(3600t)과도 견줄 수 없다.
그리고 개별 함정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그 배를 운용하고 보수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그리고 실전적 훈련을 거쳐야만 한다. 그런데 북한 해군은 이 모두에서 부족하다. 그나마 다행이라 할까.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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