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창문 깨라고 지시했다”…김현태 707단장이 기억하는 계엄군 기록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저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휘관입니다. 부대원들을 사지로 몰았습니다”
9일 아침 8시 30분. 특전사 복장을 입고 기자들 앞에 선 김현태(대령) 707특임단장의 목소리는 떨렸다.
괴로워하는 부대원들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준비해 온 원고를 읽어 내려갔고 중간중간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는 “707부대원들은 모두 피해자”라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가장 안타까운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어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에 따른 죄 뿐”이라며 “꼭 부대원들을 용서해 달라”고 국민께 호소했다.그가 기억하는 12월 3일을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12월 3일 저녁 김현태 대령은 부대원들이 퇴근하기 전에 “오늘 비상소집훈련을 하겠다”고 예령을 걸었다.
그가 말한 비상소집훈련은 서울지역에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훈련이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2~3일 전부터 서울지역 동시다발 테러 대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했고 갈수록 강조의 강도가 높아졌다.
그래서 훈련 하루 전 훈련계획을 수립하고 당일 비상소집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저녁 7시 50분. 비상소집훈련을 시작했다.
훈련 내용은 테이저건과 공포탄, 방패 등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인원을 제압하는 훈련이었다.
북한이 사주한 누군가 침투 한 상황을 가정했고, 그의 기억으로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제압하는 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김 대령은 “총리실에도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대테러분야의 전문가라고 자부하고 정보도 많은데 본인에게는 아무 정보도 없는데 뭘 가지고 저렇게 강조하나 싶었지만 군인이기 때문에 상관의 지시에 알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3일 밤 9시께 소집훈련은 종료했다. 훈련 직후 부대 지휘통제실에서 자체 사후검토를 40여분간 실시했다.
이후 헬기를 이용해 전개훈련을 하려고 특수작전항공단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곽종근 사령관이 헬기를 대기시키라고 했다는 답을 듣고 그날 훈련은 마쳐야겠다고 판단했다.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훈련은 제한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부대원들에게 복귀를 지시했다.
그리고 밤 10시 23분. 김 대령도 정리하고 퇴근하려는 순간, 뉴스를 통해 대국민 담화와 비상계엄 선포를 들었다.
직속상관인 곽종근 사령관이 전화를 받은 시간은 10시 31분으로 기억했다.
곽종근 사령관의 첫 마디는 “즉시 출동 가능하냐”는 것이었고 김 대령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곽 사령관은 “헬기 12대가 올테니 국회의사당으로 가라”고 지시했다.
김 대령은 “지시를 받을 당시 군인들이 관련 법도 알지 못했고 출동지시 거부를 판단할 경황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사당으로 출동하라는 지시에 당황했지만 건물을 봉쇄하고 무기사용은 금한다는 사령관의 말에 건물 출입문을 잠그고 이동만 차단하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대령은 당시 국회의사당 건물의 구조도 몰랐다.
출동 지시를 받고 헬기를 기다리는 동안 지도앱을 켜서 국회 위치와 겅물구조, 헬기가 착륙할 운동장의 위치를 확인했고 10시 43분께 지도앱 화면을 캡쳐해 지역대별로 차단할 건물의 위치와 구역을 전파했다.
11시 22분 김 대령이 탑승한 첫 번째 헬기가 이륙했고 11시 49분께 국회 인근 운동장에 도착했다.
김 대령은 헬기에서 내려 부대원들과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했다.
후문에 도착하니 경비요원들이 저항하며 막아섰고, 10분 정도 몸싸움을 했지만 안쪽에서 출입문을 막은 상태라 이미 후문은 차단됐다고 생각하고 정문으로 이동했다.
정문에 도착했을 때 이미 100여명의 기자들과 국회관계자들이 운집해 있는 모습을 보고 정문 출입구 차단도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김 대령은 “30여분간 정문에서 힘겨루기를 한 듯하다”고 기억했다.
그는 “결국 부대원들과 관계자분들이 다칠 우려가 있고 외부에서 출입봉쇄가 어려워 보여 안전을 위해 전원 몸싸움을 중지시켰다”고 밝혔다.
이후 창문으로 진입해 안쪽에서 출입구를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린 창문을 확인해보라고 지시했다.
모두 잠겨있다는 보고에 다급해진 김 대령은 “문을 깨고 들어가 보라”고 지시했다.
힘겹게 창문 항 곳을 깨고 건물 진입에 성공했지만 소리를 듣고 달려온 관계자들의 제지로 15명 정도만 창문을 넘었고 자신도 10번째로 넘었다고 기억했다.
김 대령은 “국회 내부 구조를 전혀 알지 못했다”며 “그저 나가서 좌회전하면 정문 방향이겠거니 하고 정문쪽으로 뛰어갔다”고 말했다.
물론 복도 유리문은 닫혀있고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는 상태였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려했지만 누군가 소화기를 틀었고 부대원들은 뒤로 물러섰다.
이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층과 4층, 지하 등을 헤맸지만 결국 어느 곳도 진입하지 못했고 그러는 사이, 4일 새벽 1시 1분 의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1시 8분께 결의안 가결 소식을 접한 김 대령은 곽 사령관에게 전화로 보고했고 승인을 받은 후 부대원들에게 철수를 지시했다.
1시 44분, 외부 주차장 공터에 부대원들이 집결했고 2시 38분 버스가 도착해 주둔지로 이동했고 도착하니 4시 19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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