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경 칼럼] 내란죄 피의자의 군통수권 행사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 혐의로 수사기관에 입건된 상태다. 공범인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은 긴급 체포됐다. 자신도 그제 담화를 통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가장 확실한 법적 절차인 국회의 탄핵소추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들도 입장문을 통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상응하는 법적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했다. 내란죄 피의자가 군통수권자로 남아 있는 지금의 상태는 위험천만하다. 국회는 이 모순을 신속하게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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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2차 계엄’ 우려
윤 대통령 자기 통제능력 상실해
여야 합의 질서 있는 퇴진 바람직
직무 배제 방안 신속하게 마련을
」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이라고 표현했다. 국회의 헌법적 권능 행사를 막기 위해 무장한 계엄군을 보낸 행위가 ‘국헌 문란’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라고 했던 생각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국정원 1차장에게 직접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며 방첩사령부를 도우라고 했다. 대통령의 고교 후배인 방첩사령관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정치인 10여 명의 명단을 불러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이 무도한 작전이 성공했다면 위헌적 계엄 포고령에 적혀 있는 대로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이 금지됐을 것이다. 3권 분립이 무너지고 대통령이 독재를 휘두르는 암흑천지가 됐을 것이다.
독재자는 국회를 싫어한다. 박정희는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하자 국회를 해산시켰다. 1972년 10월 친위쿠데타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다시 한번 국회를 해산시켰다. 종신집권을 위해 만든 유신헌법에는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이 명시돼 있다.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뒤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김대중·김영삼·김종필을 체포·구금했다. 군대를 출동시켜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를 사실상 해산했다. 전두환은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죄로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 회의 소집을 막으면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므로 그 자체가 내란 범죄”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저지른 행위도 내란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불안과 불편”을 끼쳤다고 표현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 시계를 반세기 전으로 돌려놓고도 주차위반 정도의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여기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그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내란을 직접 지휘한 전과자다. 계엄 선포 직후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던 국정원 1차장은 “비상계엄 같은 군 개입이 또 있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 마비와 헌정 중단 비극을 되풀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위헌 불법적 비상계엄으로 민주주의를 교살(絞殺)하는 헌정 중단을 시도한 것은 윤 대통령이었다. 궁지에 몰린 그는 지금 2차 계엄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 개시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헌정 중단 우려 때문에 탄핵을 막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여당의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는 이해한다. 그러나 그건 자기 자신과 집단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민과 동맹의 불법 계엄 트라우마는 어떻게 할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에 들어가면서 동맹국인 미국에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한국의 관계 장관과 안보실 수뇌부에 수십 차례 전화했지만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누구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민주주의는 한·미 동맹의 근간”이라고 했다.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말라는 거다.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는 취소됐고, 연합훈련은 연기됐다. 미국 국방부 장관의 방한도 취소됐다. 미국 정권교체기를 맞아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시기에 안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경제도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비상이다. 대통령은 계엄 명분으로 종북 반국가 세력의 척결을 들었다. 누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인가.
여야가 욕심을 내려놓고 질서 있는 퇴진을 이뤄내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무엇보다도 자기 통제능력을 상실한 윤 대통령의 2선 후퇴, 특히 군통수권 박탈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퇴진 전이라도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당 대표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한 법적 근거는 없다. 윤 대통령은 계엄해제 이후에도 여전히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법적 효력이 있는 직무배제 방안이 신속하게 제시돼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이 어정쩡한 상황을 어설프게 연장하다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쩔 것인가. 한 대표는 민심을 직시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하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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