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사과+탄핵 무산' 주도한 한동훈, 새 판 짤 기회?…변수는 민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론의 역풍을 뚫고 향후 정국을 수습해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회는 이날 재석의원 300명 중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 투표에 참여한 의원이 195명에 그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누구보다 한 대표의 역할이 컸다.
한 대표는 당초 '탄핵안 부결 당론'을 따라 윤 대통령의 탄핵을 막도록 노력한다고 밝혔으나, 6일 돌연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선회하면서 정국이 요동쳤다. 친한(친한동훈)계의 이탈로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열리면서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한남동 관저에서 회동을 갖는 등 사태 수습 전면에 나서 분주히 움직였다. 결국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에서 지난 3일 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지겠다면서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정국 안정 방안'에 대해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정리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국정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탄핵안 부결 이후를 내다본 행보를 이미 시작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어냄으로써 명분을 얻은 여당은 탄핵안 부결과 투표 포기를 당론으로 채택했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3명만 당론을 거스르며 비교적 단일대오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여기엔 정국 주도권을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넘겨주지 않고, 자신이 중심이 돼서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계산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탄핵안이 폐기된 다음날인 8일 한 총리와 2차 회동을 가진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잔여 임기 단축과 책임총리제 도입 등 정국 안정 방향을 담은 담화문이 도출될 가능성이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이 사실상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 불안을 잠재우고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탄핵안이 일단 폐기된 이상 한 대표는 앞으로 예상 가능한 일정표를 제시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시한은 언제인지 명확히 밝혀줘야 한다. 또 앞으로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공정하게 흘러갈 수 있는지도 국민들에게 알려 신뢰감을 줘야 한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오는 11일 임시회를 열고 탄핵안을 재발의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윤 대통령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야당은 탄핵안이 통과될 때까지 회기를 쪼개 탄핵안 발의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동안 한 대표가 리더십을 제대로 보인다면 그의 정치적 위상은 크게 오를 수 있다.
김 평론가는 "한 대표는 탄핵안 부결(폐기)로 시간을 끄는 동안 여당 대표로서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성공하면 기회지만 성공을 못하면 큰 위기"라고 진단했다.
다만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한 대표의 앞길은 순탄치 않다.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왔단 점에서 이번 결정은 장기적으로 그의 정치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0% 초반대로 떨어진 가운데 그간 버텨온 여당의 지지율마저 급락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한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대법원 선고 전까지 시간을 벌면서 자신의 정국 장악력을 높인 뒤 결정적인 순간 탄핵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당이 탄핵안 가결을 막고 버티는 이유가 분명해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며 "탄핵안을 계속 부결시킨다고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안 되리란 법이 없다. 시간을 끌수록 오히려 국민의 분노지수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가 명백해지는 상황에서 탄핵안 부결이 계속되면 국민의힘에 내란 동조세력이란 꼬리표가 붙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코 막혀" 병원 갔는데 '종양'이…"성관계로 전파" 뭐길래 [한 장으로 보는 건강] - 머니투데이
- '남편 징역 구형' 성유리 근황에 시끌…전혜빈 '빛삭'한 이 사진 - 머니투데이
- 이경규, 실명 위기에 긴급 시술…망막 열공 진단받았다 - 머니투데이
- 갑자기 뜨거운 물에…'러브레터' 나카야마 미호, 사인 '열쇼크'? - 머니투데이
- "윤석열, 더 이상 대통령 아냐" 봉준호 등 영화인 2158명 긴급성명 - 머니투데이
- "한국경제 정상 작동"…최태원 회장이 세계 상의에 서한보낸 이유 - 머니투데이
- 2400선도 위태로운 코스피…연말 V자 반등의 조건은 - 머니투데이
- 박수홍 "집, 자가 아냐 값싼 동정 필요"…지금 상황 어떻길래 - 머니투데이
- 블랙박스에 수상한 소리…"아내는 '아이스크림 먹었다' 거짓말" - 머니투데이
- 중국서 파는 패딩, 싼 이유…"중고 셔클콕에서 깃털 뽑아 재활용"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