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대역전’ 포항, 120분 접전 끝에 코리아컵 정상…최다 우승 팀 우뚝 [IS 상암]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가 역사상 최초의 코리아컵 결승전 동해안 더비서 웃었다. 공격수 정재희(30)가 동점 골을, 이어 연장 후반 김인성(35)이 승리를 책임지는 축포를 쏘아 올렸다.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30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서 울산 HD와 120분 접전 끝에 3-1로 이겼다.
이날 포항은 전반까지 울산에 끌려다니는 어려운 경기를 했다. 연이어 크로스를 허용했고, 전반 주민규에게 선제 실점하며 전반을 마쳤다.
하지만 후반은 달랐다. 포항은 조르지의 측면 공격에 이은 정재희의 돌파로 내려앉은 울산을 박했다. 결국 정재희가 과감한 슈팅으로 동점 골을 만들었다. 상대 선수를 맞는 행운도 따랐다. 기세를 탄 포항은 연장전 김인성이 기어코 역전 헤더 골을 터뜨렸다. 종료 직전 전 강현제가 쐐기 골을 책임졌다.
포항은 이날 승리로 코리아컵 최다 우승 단독 1위(6회)가 됐다. 이날 전까지 전북 현대·수원 삼성과 공동 최다 1위였는데, K리그 챔피언 울산을 제압하며 단독 선두를 꿰찼다. 우승 상금은 3억원이다. 지난 시즌에 이은 2연패.
앞서 K리그 6위를 기록한 포항은 이날 우승으로 2025~26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대항전 우선 진출권도 손에 넣었다. 만약 리그에서 4위 내 성적을 기록했다면 AFC 최상위 대회인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무대를 바라볼 수 있었다. 포항은 일단 차상위인 챔피언스리그2(ACL2) 우선 진출권을 얻었다.
반면 울산은 구단 역사상 최초의 더블(2관왕)에 실패했다. 앞서 K리그1 3연패에 성공한 울산이었는데, 포항에 발목을 잡히며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 2020년 트레블(3관왕) 실패에 이은 또 다른 아픔이다. 울산은 코리아컵 준우승 기록을 4회로 늘리며 이 부문 단독 선두가 됐다.
박태하 포항 감독은 홍윤상·정재희·조르지·한찬희·오베르단·완델손·이태석·아스프로·전민광·신광훈·윤평국(GK)을 내세웠다.
이에 김판곤 울산 감독은 주민규·이청용·김민혁·루빅손·고승범·보야니치·이명재·김영권·임종은·윤일록·조현우(GK)를 선발로 택했다.
킥오프 전부터 응원석을 가득 채운 팬들의 열띤 응원전이 열렸다.
먼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한 건 울산이었다. 전반 5분 이청용의 패스가 박스 안 보야니치에게 향했다. 보야니치는 중앙으로 공을 연결했는데, 수비에 맞고 굴절돼 공이 뒤로 흘렀다. 주민규의 후속 공격은 불발됐다.
2분 뒤엔 이청용이 오른 측면에서 이태석을 속인 뒤 절묘한 크로스를 올렸다. 박스 안 김민혁이 노마크 헤더로 연결했는데, 공은 윤평국 골키퍼 품에 안겼다.
포항은 전반 10분 홍윤상의 드리블에 이은 조르지의 왼발 슈팅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조현우가 발로 가볍게 저지했다.
소강상태가 이어진 20분, 두 팀의 공격이 불을 뿜었다. 먼저 울산이 공격 진영에서 오베르단의 공을 탈취했다. 이는 박스 안 보야니치의 왼발 슈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골키퍼 윤평국의 손을 맞고 골대를 강타했다.
바로 2분 뒤엔 이태석의 크로스가 절묘하게 박스 안으로 향했는데, 울산 임종은이 걷어냈다.
팽팽한 흐름을 깬 건 울산이었다. 전반 38분 보야니치의 패스를 받은 이청용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중앙으로 올렸다. 주민규는 아스트로와의 경합에서 승리한 뒤 머리로 포항의 골망을 흔들었다.
일격을 맞은 포항은 역습과 간접 프리킥으로 응수하려 했지만, 결정적인 슈팅으로 이어가진 못했다. 전반 추가시간 이태석의 간접 프리킥 시도도 소득이 없었다. 울산이 1-0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포항은 후반 시작과 함께 한찬희를 빼고 김종우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김종우는 지난 시즌 이 대회 결승전 최우수선수(MVP)다.
그렇지만 먼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든 건 울산이었다. 루빅손이 왼쪽 측면에서 과감한 돌파로 포항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한편 울산 진영에서 악재도 나왔다. 후반 초반 울산의 크로스 공격 상황 중, 박스 안에서 골키퍼 윤평국과 임종은이 충돌했다. 머리에 충돌을 입은 임종은은 치료를 받다 결국 그라운드를 떠났다. 대신 황석호가 자리를 대신했다.
이내 공격 기회를 잡은 포항은 이태석과 조르지의 왼쪽 공격으로 응수하려 했지만, 울산의 집중력 있는 수비에 막혔다.
포항은 점유율을 높이며 공격 기회를 잡으려 했지만, 정확도가 떨어졌다. 후반 18분에는 주민규가 트래핑 뒤 절묘한 패스를 루빅손에게 건네며 추가 득점을 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포항 아스트로가 태클로 저지해 슈팅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공격 기회를 잡고 두드리던 포항은 후반 23분 마침내 결실을 봤다. 정재희가 오른 측면부터 중앙으로 공을 몰고 온 뒤, 강력한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이청용의 허리를 맞고 굴절돼 골망을 흔들었다. 골키퍼 조현우가 몸을 날렸지만, 공은 이미 골 라인을 넘었다.
기세를 탄 포항은 역전까지 이뤄내는 듯했다. 후반 26분 조르지가 왼쪽 측면을 통해 단독 속공에 나섰다. 하프라인 아래부터 상대 코너 진영까지 질주한 그는 정확한 크로스를 반대편으로 연결했다. 정재희는 곧바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는데, 공이 골대 위로 떴다. 조르지는 바로 3분 뒤에도 같은 장소에서 크로스를 올렸는데, 이번에는 울산 수비진이 저지했다. 이태석의 크로스에 이은 정재희의 헤더도 골문 위로 향했다.
이후 두 팀의 공격 흐름은 더뎠다. 어느덧 후반으로 향했고, 추가시간은 8분이나 주어졌다.
포항은 후반 추가시간 7분 역습 찬스에서 역전 골 기회를 잡았다. 조르지의 헤더 패스를 백성동이 키핑한 뒤 오른발 슈팅까지 이어갔다. 하지만 수비에 맞고 굴절돼 골문 위로 향했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향했다. 막바지 포항 완델손과 어정원이 과감한 중거리슛을 시도했지만, 조현우의 손끝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웃은 건 포항이었다. 연장 후반 6분, 김인성이 절묘한 헤더로 조현우가 버티는 울산의 골망을 흔들었다. 득점 과정서 마지막까지 공을 포기하지 않은 완델손, 정확한 크로스를 올린 김종우의 발끝이 빛났다.
울산은 연장 후반 11분 박스 안 김민준의 왼발 발리 슈팅이 나왔으나, 공이 골대 위로 벗어나 아쉬움을 삼켰다. 마지막까지 시도한 롱볼 공격은 모두 수비에 막혔다. 포항은 종료 직전 강현제의 추가 골까지 묶어 2024년 마지막 동해안 더비의 주인공이 됐다.
상암=김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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